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 세계사
호리에 히로키 지음, 이강훈 그림,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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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 세계사

- 사랑과 욕망으로 세계사를 바꿔놓은 28인 이야기 -

호리에 히로키 著, 김수경 譯 / 사람과나무사이 / 347 page

지은이 : 호리에 히로키

옮긴이 : 김수경

그린이 : 이강훈

펴낸곳 : 사람과나무사이

발행일 : 2021년 12월 31일 1판1쇄

도서가 : 17,500원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적 사건들, 예를 들면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살라미스 해전이나 콜롬부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프랑스 대혁명,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 레닌의 10월 혁명 등과 같이 주요 사건들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베갯머리 송사라 하여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것을 청하는 일로 역사가 뒤바뀐 일도 흔하다고 하지요. 이는 왕조국가에서는 흔하게 벌어졌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얼마전 도서카페 책과콩나무를 통해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 세계사>란 책을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앞서 말한 내용과도 관련이 있지만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과 욕망이 어떻게 세계사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그 흑역사를 보여주는게 주된 내용입니다. 책 제목처럼 읽어보니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이긴 한데 뭔가 개운치 않고 씁쓸하더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죠..

저자는 1977년 일본 오사카 태생으로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분입니다. 전에 저자가 집필한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엽기 인물 세계사>란 책을 읽어봤었는데요. 그 책을 보면서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들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 출간 도서 역시 그러하더군요. 저자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러한 소재들을 입수하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지더랍니다.

책은 서문과 28가지의 에피소드, 참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례(목차)만 하더라도 10page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분량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28명의 인물,가문들을 6가지 테마로 분류하여 묶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목차에는 6가지 테마와 28개의 에피소드, 그리고 에피소드의 단락들 마다 나오는 부제들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책 내용의 절반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목차 앞에는 28이란 숫자와 함께 책에 나오는 여러 삽화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삽화들을 보면 그 느낌이 꽤 독특하다 느껴지는데요.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책과 잡지, 광고 등 여러 매체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분이 그려서 그런가 봅니다. 그린이 소개를 보니 작품을 표현하는 개성과 기법이 다양하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일러스트레이터라 하고 있는데요. 전 이 그림들 보다 보니까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과 팝아트의 대가 로이 릭텐스타인(리히텐슈타인)의 작품들이 떠오르더랍니다.

 

책에 나오는 28인은 세상사람들이 다 잘아는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그 인물들과 연관된 사람들은 그게 누구지? 하는 이가 대부분이었죠.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역시 흥미로움과 재미를 돋구는 저자의 필력이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이 들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쉼 없이 단 한번에 독파하게 되었답니다. 페이지 분량이 그리 적은 편도 아닌데 참 신기한 일이지요. 사실 글자 폰트와 줄 간격이 약간 크긴 합니다. 그래서 읽는데 눈에 피로도가 많이 덜하다 느껴졌구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랑과 욕망의 세계사 6가지 테마(Thema)

1. 역사를 움직이는 두 가지 힘, '사랑'과 '욕망'

2. 예술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예술을 낳고

3.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존재감을 빛낸 여자 이야기

4. 불세출의 영웅과 천재도 뛰어넘지 못한 장애물은?

5. 부와 권력을 향한 브레이크 없는 인간의 욕망

6. 최고 권력자도 대문호도 파멸오 이끈 광기와 충동



책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은 마리 앙투아네트로 누구나 잘 아는 그 유명한 프랑스 루이16세의 부인이자 왕비인 여성이죠. 그녀에 대한 평이 연민과 저주 등 극과 극을 치닫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이 책에선 그러한 내용은 없고 딱 한마디 언급하고 있습니다. 도주중 잡히게 되어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음에도 품격을 잃지 않고 담담히 국왕의 곁을 지켰다고요. 결점이 많은 그녀이지만 이 점만은 찬사를 보내야 할 훌륭한 처신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에피소드 1에서는 그녀를 위해 목숨까지 걸어가며 헌신했었다는 스웨덴 출신의 한스 악셀 폰 페르센 백작 이야기가 주로 채워져 있답니다. 그는 자신이 열렬히 사모했던 앙투아네트 왕비를 위해 국왕 부부를 오스트리아로 도피시키고자 한 사건, 일명 바렌 도주 사건을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동원한 자금이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20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막대한 금액이 들었다고 하네요.. 헐..

하지만 백작이 어렵게 마련한 6마리 말이 끄는 대형 마차에는 국왕 부부가 챙겨 간 수많은 호화 물품들 무게 때문에 달리는 속도는 지체되었답니다. 더우기 마차가 파리를 벗어나 봉디라는 마을에 당도하자 루이16세는 페르센 백작에게 마차에서 내리라 명령하였다죠. 이후부터는 국왕이 직접 지시하여 이동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페르센 백작이 2명의 마부를 효율적으로 통솔하며 그나마 빠르게 달렸던 마차는 민달팽이처럼 더더욱 느려졌다고 하네요. 결국 이러한 패착들이 쌓여 국경 근처 바렌이란 마을에서 추적자들에게 붙잡히게 되었답니다.

에피소드의 마지막 부분에는 앙투아네트 왕비와 페르센 백작, 루이16세의 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말들과 해석들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저자는 앙투아네트와 페르센이 플라토닉한 관계에만 만족하지는 않았을거란 약간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체포된 이후인 1792년 2월 13일 늦은 밤 페르센은 국왕부부가 감금되어 있는 튀일리궁에 은밀하게 침입했답니다. 그는 몰래 앙투아네트와 만나 다음날 아침까지 보냈다는데요.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온갖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는군요. 그러면서 저자는 그 일을 여기서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자고 합니다.. 흐흠.. 앙투아네트와 밤을 보낸 다음 날 페르센 백작은 루이16세를 알현하여 다시 도주계획을 제안했답니다. 하지만 국왕은 일언지하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고 결국 이듬해 1월 국왕은 단두대에서 처형되었으며 앙투아네트왕비 역시 10월에 남편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국왕 부부가 처형된 이후 페르센백작은 스웨덴으로 돌아갔는데 18년 후인 1810년 그가 스웨덴 왕자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퍼졌답니다. 그럼에도 백작은 왕자의 장례식에 참가하였는데 그의 모습을 보고 분노한 사람들이 그를 공격하여 무참하게 살해되었다네요. 그가 죽은 6월 20일은 바렌도주사건이 일어난 일과 같은 날짜 였기에 많은 수군거림이 나돌았다고 합니다.. 이걸 어떤 모습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런지.. 욕망과 집착이라고 하는게 더 맞는 말 같기도 하네요..


책 소개 내용을 처음 읽었을 때 관심이 갔던 것은 아인슈타인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뇌가 적출되어 보관되고 있다는 얘기는 언뜻 들었는데 200조각으로 나뉘었다는 건 생소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책에선 그 얘기에 앞서 그의 유명한 사진, 혀를 내민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익살스런 표정의 그 사진은 보기와는 다르게 우연찮게 촬영된 거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어디서나 무례하게 굴고 거리낌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과는 그다지 좋은 관계는 아니었답니다. 좀처럼 웃는 일이 없는 아인슈타인을 웃게 만들려는 기자의 속셈에 넘어가 거의 웃는 얼굴로 찍힐 뻔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웃는 얼굴 대신 혀를 내미는 모습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하네요. 그러한 상황을 상당히 불쾌해 여겼지만 나중에 그 사진을 보고서는 마음에 너무나 든 나머지 기자에게 여러 장 인화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흠.. 늘 생글거리는 표정인 줄 알았던 그가 그러했다는게 상상이 잘 가질 않네요..

이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그의 뇌 이야기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유언으로 화장을 해서 뉴저지주의 어딘가에 뿌리는 것으로 장례식을 끝내달라는 내용이었다는데 현실은 그의 바램과는 다르게 흘러갔다고 합니다. 당시 미국에선 사망하면 관례적으로 병원에서 부검을 받게 되는데 부검 담당의가 유족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아인슈타인의 사체에서 여러 기관을 적출했었다는군요. 그 부검 담당의는 아인슈타인의 뇌 무게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었다는데요. 당시에는 뇌의 무게가 그 사람의 지적 능력을 보여준다고 믿었던 시기였었기에 그 역시 그렇게 믿고 적출하여 측정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믿음과는 달리 아인슈타인의 뇌는 평균 성인 남성의 뇌보다도 가벼운 1.2㎏이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현실을 믿을 수 없었던 부검의는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그 뇌를 포르말린 병에 넣어 표본으로 만들었고 대학 연구실에서 뇌를 200조각 넘게 잘랐답니다. 하지만 부검의로로서는 그 뇌를 분석할 만한 기술도 수단도 없었기에 고민 끝에 전 세계의 뛰어난 과학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뇌조각을 보내기 시작했다네요. 그런데 누구에게 어떤 부분을 넘겼는지 그러한 목록이나 어떠한 자료도 남겨 놓지 않아 보내지 않고 남은, 절반 정도의 뇌만 남아 전해지고 있답니다.. 이래저래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요.. 이 내용 보고는 사후 신체 기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책에 수록된 인물 중 두명만 요약해 보았지만 책에는 이처럼 흥미를 끌만한 잘 알려지지 않은 26건의 에피소드들이 더 있답니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음란한 왕비였다는 마고 여왕, 여자와 사랑을 나누어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피카소, 나치스 장교들과 교류하던 코코 샤넬, 아들을 영국 총리로 만든 제니 처칠의 화려한 남성 편력 등 제목처럼 사랑과 욕망과 관련된 내용도 다수 수록되어 있어요. 이러한 이야기들에 호기심 많은 분이라면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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