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찾아서 - 다음 생에 다시 만나고 싶은 이상 백석 윤동주에서 김기림 김수영 기형도까지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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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시인을 찾아서'

- 다음 생에도 꼭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

 

 

 

  

 

지은이 : 민윤기

펴낸곳 : 스타북스

발행일 : 2019년 10월 15일 초판

도서가 : 14,800원

 

 

대한민국 문학에 있어서 시(詩)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건 누구나 우리나라 시 몇 개 정도는 암송하리라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동시(童詩)나 시조(時調)도 시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걸 감안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나라 시 못 외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도서후기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인들의 생애 흔적들을 찾아 기록한 책으로 다음 생에 다시 만나고 싶은 <시인을 찾아서>입니다. 모두 21명의 시인이 그 대상인데요. 그중에는 일본인 시인도 한명 나오긴 합니다만 한국을 사랑하고 윤동주 시인을 알리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는 분이기에 윤동주 시인에 이어서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지요. 그런데 책 뒤표지에는 '22명의 시인들'이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잘못 헤아린건지, 아니면 저자도 포함시켜야 하는건지 아리송하네요..

 

책에 수록된 저자 소개 내용이 참 재미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 얘기가 나와서인데요.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와 저자 본인의 이름이 같다고 하고 있습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BTS의 슈가란 친구의 본명이 민윤기라네요. 동명이인이 많은 세상이라지만 아이돌 스타 얘기 잘못함 악플에 시달린다던데.. 다시 저자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저자는 김현승,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하였다는데 작품 활동중 눈에 띠는건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여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연작시를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974년 첫시집을 냈지만 한동안 절필하였다가 2011년 다시 시단에 복귀하였다 하구요. 뭔가 우여곡절이 있는 것 같네요. 현재는 직접 창간한 월간 '시'를 만들고 있고 저널리스트, 문화비평가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답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백석, 2장은 윤동주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3장부터 여러 시인들이 묶여져 구성되어 있지요. 책에 나오는 시인들을 살펴 보면 백석, 윤동주, 이바라기 노리꼬, 이상, 김기림, 박인환, 장만영, 김경린, 김수영, 정지용, 박용래, 노천명, 박목월, 김종삼, 한하운, 오상순, 천상병, 정공채, 기형도, 이상화, 이육사, 이렇게 총 21명 시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암울했던 일제치하시대 당시 활동하시던 분에서부터 60년대 작품활동 하시던 시인들까지 나옵니다. 이중에는 정공채라는, 처음 접하는 시인도 있었지요.

 

 

  

 

 

제일 처음 등장하는 시인은 백석입니다. 중고교 학창시절엔 이 분에 대해선 일절 들어본 적 없는 분이었는데 이후 책을 통해 간혹 접해보기만 했었지요. 그러다가 성북동 길상사 탐방 후 사찰 내력 알아보다가 자세하게 알게 된 분이었습니다. 이 책에도 그 사연에 대해 간략하면서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구요. 그 내용은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터이니 여기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인에 대해 약술한다면 다음과 같답니다. 백석 시인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열아홉살 되던 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모와 아들'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이후 삶의 어두움을 이야기하는 몇 편의 단편을 발표했었답니다. 그러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삶을 그리는 문학의 세계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 무렵 생애 첫 사랑인 '란'이라 불렸던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는군요. 하지만 '란'의 집안에서 백석의 어머니 출신에 대해 알게 되면서 혼담은 깨지게 되었고 이에 낙심한 백석은 근무하던 신문사를 사직하고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영생고보의 영어교사를 부임하게 된답니다. 그런데 거기서 평생의 연인인 자야(김진향)를 만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의 동거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백석의 부모는 그들을 떼어 놓기 위해 고향의 여성과 혼인을 시켰답니다. 하지만 백석은 곧 도망쳐 나와 자야와 서울 청진동에서 살림을 차려 3년간 산답니다. 백석의 부모는 또 다시 백석에게 두번째 결혼을 강요하지만 이 역시 혼례식만 올린 뒤 도망쳤다는군요.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자야는 백석의 앞날을 위해 본인의 마음과는 달리 그 제안을 거부하였답니다. 이에 백석은 홀로 쓸쓸히 만주로 떠나게 되었고 이후 많은 시를 발표하면서 서른살도 되기 전에 뛰어난 서정시인으로 입지를 굳혔답니다. 1945년 해방을 맞은 백석은 만주를 떠나 고향 평북 정주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한국전쟁을 맞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북한에 남게 된 그는 1957년 '붉은편지 사건'에 연루되면서 삼수협동농장으로 쫒겨나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답니다. 이 시절 그가 창작하여 발표하였다는 시와 동시들을 보면 노골적인 찬양의 내용이더군요. 음.. 문득 서정주와 김춘수가 모 대통령 찬양시를 써 받쳤다는게 생각나네요.. 쓰다 보니 시인 백석의 연대기를 써버렸습니다.. 여튼, 이게 책에 수록된 백석 1~3에 나오는 내용중 일부분이긴 합니다만 핵심은 백석 시인이 거쳐간 곳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추적하고 찾아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두번째 등장하는 시인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윤동주입니다. 이 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 없으리라 믿기에 책에 수록된 윤동주 생가와 시인의 묘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만 하겠습니다. 윤동주 생가와 묘는 지금은 중국땅인 용정에 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 가면 중국의 노골적인 역사왜곡의 현장을 보게 된다는군요. 윤동주 생가의 경계석에는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라고 큼지막하게 새겨놓았더랍니다. 그럼 윤동주 시인이 중국인이란 얘긴가 싶은데.. 어처구니 없는 현실입니다..

윤동주 시인을 일본 사회에 널리 알리는데 크나큰 역할을 하신 분 이야기도 이어서 나옵니다. 그 분은 일본의 여류시인인 이바라기 노리코란 분으로 1946년 일본 제국여자약전 약학부를 졸업한 분이랍니다. 해군 약 제조공장에서 일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19 발표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일본 패망후 일본인들의 무력감과 상실감을 담아낸 시로 일본 대표 여성시인으로 자리매김하였다네요. 그리고 '쟝 폴 샤르트르에게'라는 시를 통해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증언한 시도 발표하였으며, 윤동주 시 3편을 일본 교과서에 실리게 한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이채로운 것은 2006년 2월 17일 사망하기 전에 미리 '하직인사' 글을 인쇄하여 준비해두었다는데 자신이 사망하면 지인들에게 '하직인사'를 보내달라고 조카부부에게 발송을 부탁해두었답니다.. 흐흠.. 이분의 시집 구해서 어떤 느낌인지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세번째로 수록된 시인은 우리나라 시 중 가장 난해하다고 손꼽히는 '오감도'를 발표한 이상(김해경)입니다. 이분에 대해 사용되는 수식어는 그 언어들이 너무나도 현란하고 다채롭죠. 책에서도 "천재시인이자 소설가, 빼어난 건축라였고 화가였을 뿐 아니라 휼륭한 편집디자이너였고 명수필가였다", "이상은 한국문학의 영원한 결번, 메꿀 수 없는 공석과 같은 존재"라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삶에 있어서도 금홍이와 제비다방 등 많은 부분이 널리 알려져 있죠. 책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은 간단히 언급만 하고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습니다. 책은 이상이 태어난 집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인이 태어난 집은 서울 종로구 사직도 165번지로 저자가 현장 답사한 결과 현재는 경희궁 3길로 2008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면서 지번과 집터가 사라져 버린 상태랍니다. 1910년 당시의 경성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사직동 165번지의 소유자는 이상의 큰아버지(김연필) 명의로 되어 있답니다. 저자는 현재의 아파트 단지 골목 어귀를 보면서 <오감도 제1호>처럼 좁은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연상했었다네요. 오감도에 나오는 13명의 아해가 그런걸 의미하는 것인지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ㅎㅎ 

 

 

  

 

 

많은 시인분들 나오지만 전부 생략하고 처음 알게 된 한 시인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렵니다. 그 낯설었던 시인의 이름은 '정공채'란 시인으로 1960년 4월 14일 국제신보에 발표한 시 <하늘이여>로 알려졌답니다. 1959년 '현대문학'을 통해 처음 등단하였다는데 박두진 시인이 추천하였다는군요. 특이한 것은 시인의 묘자리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인데요. 그의 묘자리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눈에 명당임을 알아 볼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있답니다. 하동 시립 공동묘지에 있는 시인의 묘지는 친동생인 작사가 정두수 묘지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군요.

 

저자가 시인들의 삶의 흔적들을 찾아가 확인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시인들에 대한 여러가지 궁금한 점들, 윤동주를 화장한 화장장은 어디일까? 이상이 태어난 실제 생가는 어디일까? 이상이 죽기 직전 먹고 싶어한 건 어떤 것일까? 등과 같은 궁금증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무려 여섯해 동안 취재를 해왔다네요. 그런데 자신의 만들고 있는 월간 '시'에 싣기 위해서였다는군요. 그중 일부를 정리해 이번에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답니다.^^

책은 각 시인들의 전 생애를 다루고 있진 않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해 살아 온 시인들의 흔적들을 통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되돌아 볼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저로선 이해하기 좀 힘든 말이었어요. 전 그것보단 우리들에게 친숙한 시인들이지만 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과 그들의 삶과 관련된 지역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더우기 시인들과 관련된 지역들을 소개하는 것도 참 좋았구요. 언젠가 그곳들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더 의미있고 흥미로운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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