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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사냥 -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ㅣ 샘터어린이문고 67
김송순 지음, 한용욱 그림 / 샘터사 / 2022년 4월
평점 :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망 하나로,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고향의 풍습과 문화를 지켜나간 어른들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청년들, 그리고 역사에 발맞춰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우리가 '만주'라고 부르는 중국연변 도문시에는 일제 강점기에 충청북도 지역의 주민들이 집단 이주하여 이룬 '정암촌'이 있습니다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만주 지역을 군사기지로 삼으려고 한국인들의 이주를 부추겼습니다 만주에 가면 온갖 작물이 풍성하게 열리고 주인없는 땅이 온 천지에 있다고 홍보했고 땅을 갖지 못한 가난힌 농민들이자 일제의 수탈, 치솟는 소작료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들은 1938년에 만주행 열차에 올랐습니다 180가구가 이민열차를 탔지만 사흘만에 도착한 그곳엔 척박한 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겨울이면 영하 20~30도로 떨어지능 혹한의 날씨와 일제가 세운 만주국 간도성 정부는 세금을 수탈했고 지역 토비들이 수시로 마을을 습격합니다 <해제-184쪽>
✔️ 31쪽 ✔️
"왜놈등이 우리 집 땅을 다 뺏어 가고는 뭐라고 꼬드겼는지 알어? 만주에 가믄 살 집두 마련되어 있구 농사지을 기룸진 땅이 무진장 있다는 거여. 거기 거서 딱 삼년만 고생하믄 이사하느라 빌린 돈 다 갚구,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말에 우리가 혹한거지 그런데 다 거짓말이었어 여기 만주에 와 보니까 집 한 칸 없는 돌투성이 땅만 우리를 기다리구 있었다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움집을 짓구 살었잖어 우리를 사람 취급했으믄 이런 곳으로 끌구 왔겄냐? 우리를 짐승만두 못하게 생각한거지"
"만주 날씨는 참 사납기도 혀 우리 고향 충청도에서는 눈을 부릅 뜨도 보려해도 볼 수 없는 날씨라니까. 흙바람에, 눈보라에 도대체 멀쩡한 날이 없어."
정암촌 사람들은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힘들때면 아리랑을 부르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랩니다
어느날 정암촌 아이들은 땔감을 할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일본 순사의 총에 맞은 조건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 조선인은 독립군이었고 알고보니 같은 고향마을에서 살던 청년이었습니다 순사들은 독립군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독립군을 무사히 탈출시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을 합니다
일본순사가 가죽으로 갖고 싶었던 호랑이 백호사냥을 하던 날, 독립군은 무사히 정암촌을 빠져 나갑니다
겨울의 긴 터널 끝에서 수로가 완성이 되고 정암촌 사람들은 벼농사를 짓기 위해 희망을 심으며 아리랑을 부릅니다
쉬지말고 논을매세 어화럴럴 상사디어
땀이나게 일을하세 어화럴럴 상사디어
금년농사 풍년들게 어화럴럴 상사디어"
마을 주민들은 세시 풍속을 이어가며 청주아리랑과 충청도 아리랑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리랑은 지금까지 전승되어 있는 우리 민요 가운데 가장 널리 사랑받는 노래입니다 삶의 애환과 용서, 은근과 끈기, 좌절과 극복의 정신이 배어 있어 우리나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해제 185쪽>
백호사냥을 쓴 작가는 2000년 가을에 신문에서 '60년만의 이루어진 정암촌 1세대 고향방문'이라고 쓰여진 사진 한 장을 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일제 강압으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 타향에서 힘든 삶을 살면서도 고향의 문화와 노래를 지키며 살아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인 우리 민족의 강인함을 같이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속에 오래 머무릅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도 없을 것입니다 백호사냥을 읽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누리는 자유를 만끽하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