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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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글쟁이

국보급 역마살 유홍준이 인생만사 답사로 돌아왔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로 인문학의 한 획을 그은 유홍준 작가가 30년만에 잡문집을 집필했다 유홍준 작가는 글쟁이, 미술학자, 문화재청장,교수로 알려져 있지만 500만부 판매의 신화를 쓴 대표작가로 알려져 있다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통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집필기, 가족과 친구들, 그와 끈끈한 연을 맺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까지 담아냈다

유홍준식 글쓰기 비법과 그의 문장수업을 통해 수십년동안 베스트 셀러의 작가의 자리를 늘 지켰던 원동력에 대해 살펴 볼 수 있다


속되게 말해서 나는 글쟁이다. 옛날 식으로 말하면 문사이다. 문집을 읽을 때도 나는 대게 잡저를 눈여겨 보았다. 거기엔 인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답사기라고 해놓고 이 소리 저 소리 다 이야기하는 것에는 이런 잡문의 정신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인간 유홍준으로 살아온 인생을 살짝 엿보며 현대사를 관통하는 지성의 고뇌와 서정을 느끼며 그의 인생만사를 함께 거닐며 답사 다녀온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적극추천한다

책의 뒷부분에 1975년 유홍준이 옥중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이 들어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이 혼란스럽고 인간의 삶 또한 비루하고 모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용기와 위로,희망을 전한다


사람들은 어려서 자랄 때는 모두들 꽃같이 되기를 바라지만 나이가  만큼 들면 잡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삶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니다이생진 시인은 「폴 되리라」에서 이렇게 읊었다.


풀되리라

어머니 구천에 빌어

나 용되어도

나 다시 구천에 빌어

풀되리라

흙 가까이 살다 죽음을 만나도

아무렇지 앟은 풀 되리라


잡초란 생물학적인 용어가 아니라 곡식농작물원예작물 등인간에 의해 재배된 것이 아닌데 저절로 번식하는 잡다한 풀을 말한다잡초라면 흔히 개망초까마중쇠비름강아지풀토끼풀엉겅퀴질경이 따위를 떠올리지만 맛있는 나물의 재료인 달래냉이씀바귀고사리고들빼기머위도 밭에서 농사를 방해하면 잡초다

야생초라 불리는 제비꽃초롱꽃달개비민들레쑥부쟁이부들꽃창포 등이 잡초로 분류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그런데 가내린 꽃을 피우는 풀에 애기똥풀며느리밑씻개개불알풀이라 이를 짓고 업신여긴다.
늦여름 따가운 햇볕에서 농부들은 논밭에 무성히 자라나는 잡초를 제거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여름철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인류는 농업을 시작한 이래 곡식과 농작물의 영양소를 씨앗이나 열매에 축적하도록 개량해왔다이에 비해 잡초는 생태 그대로 영양소를 성장과 번식에 사용한다그래서 곡식과 농작물은 잡초를 이길  없다 억센 생명력은 이리저리 시달리며 사는 민초의 삶을 연상케 한다김수영 시인은 「품」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그러나 잡초는 무죄다잡초의 해악이란 곡식과 농작물의 생산력 증대라는 기준에서 말하는 것일  잡초는 생태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잡초는 땅의 표토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잡초들이 사라지면 토양이 황폐화된다미국 텍사스의  과수원에서는잡초의 씨를 말려버렸더니 극심한 토양침식과 모래바람으로 몇년치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그래서 지금은 과수와 잡초를 공생시키고 있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에는 꽃만 걷게 될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온실속의 화초는 커녕 잡초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잡초보다 더 잡초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내게  유홍준의 잡초 예찬은 적잖은 위로가 된다 잡초가 생태계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과수원에서도 잡초의 씨를 말려버리면 극심한 토양침식과 모래바람으로 몇년치 농사를 망치기에  과수와 잡초를 공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그의 화법이 내게 적잖은 위로를 준다 잡초처럼 살아왔지만 잡초보다 더 끈질기고 강인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만같은 자신감까지 생긴다 



#유흥준산문집#나의인생만사답사기

#시대와생생히호흡하는#지성의고뇌와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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