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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우리의 사랑은 밤 추위에 피어났다가 햇살이 비치면 금세 사라지고 마는 서리꽃처럼 짧았습니다. 그러나 짧은 만큼 진하고 뜨거웠습니다. 반 고흐의 그림들처럼. 아쉽고 안타깝지만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p.270
『태백산맥』, 『정글만리』의 작가 조정래의 신간.
『서리꽃』은 사랑 이야기다.
식품회사 아들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아온 이재이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경영학이 아닌 철학을 전공한 뒤 귀국한다.
그리고 대학 시절 자신의 시에
그림을 그려주었던 미술학 전공생 윤소인을
다시 만나 불 같은 사랑에 빠진다.
추운 밤 피었다가 햇살이 비치면
녹아 없어져 버리는 서리꽃 같은 사랑.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고흐의 삶처럼,
불꽃 같은 고흐의 그림을 닮은 사랑.
『태백산맥』이나 『정글만리』를 떠올린다면
『서리꽃』은 분명 예상 밖의 작품이다.
거대한 시대와 사회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다소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현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은 계속된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잊혀져 가는
철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하는
사람들을 꾸짖는다.
조정래 작가가 오랫동안 이야기해 온
인간의 삶이
『서리꽃』에서는 사랑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그 사람의 삶을 함께 바라보려는 마음.
『서리꽃』은 그런 인간적인 것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담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작가의 전작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가 있다.
시대와 사회를 이야기해 온 그의 작품들 속에도
결국 인간의 삶과 사람이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