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하고 거친 내면의 이야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담담하게 풀어가는 글솜씨 덕분이다. 육아로 시작한 일상의 이야기는 어느 틈에 경로를 바꿔 저자가 처음 스웨덴에 살기 시작하던 무렵으로, 린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일상으로 무뎌지는 순간까지 쉴틈없이 흘러간다. 장으로 나누어지지않아 더 저자와 함께 회상의 흐름을 타고 흘러가는 느낌이다. p.69 나는 성인이 된 후 타인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그것은 살아가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생각과 느낌으로 타인에게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갈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거나 나를 거부하게 되면 나는 순식간에 내면의 폭풍을 경험하게 되고 고통스러워한다.p.111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그 삶을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 무진 애를 써보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해온 투쟁이다. 하지만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먼 곳을 바라보는 동경은 눈 앞의 일상에 구멍을 내기 일쑤였으니까.p.112 내가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닮은 꼴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슷하게 닮아가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내가 하는 모든 행위와 생각이 작아 보이고 무가치하게 느껴진다. 바로 거기서 느끼는 혐오감이 나를 옭아매는 것은 아닐까.p.296 말을 나누다 보면 항상 이해의 한계력과 태도의 다양성 또는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우위에 두려는 의도 때문에 우리의 말은 어느 한 시점에서 막혀 버리거나 항상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그 본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