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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 나를 지켜주는 기업이 필요해요 ㅣ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8
김순천 지음 / 오월의봄 / 2013년 1월
평점 :
옛날에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무림천하 한국직장"
꽤나 인기있는 글이라서 아직도 인터넷에서 잘 검색을 해보면, 나올 것이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무림천하라는 말이 들어가는 제목처럼, 한국의 직장들이 살벌하고 비인간적이며 엉터리와 과장법이 들어가는 무협소설처럼 엉망진창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신랄한 폭로와 풍자였다.
그 때 난, 그런 글이 다분히 과장되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를 읽으니 "무림천하 한국직장"에서 말한 부도덕하고 엉망진창인 무능한 기업들이 현실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릴 것 없이, 나쁜 기업 투성이다. 중소기업은 임금도 제대로 안주고 사원들을 마구 부려먹고, 대기업은 유능하건 무능하건 상관없이 사원들을 적당히 부려먹다가 8~10년 되면 몽땅 잘라버린다.
미국의 노동 문제 전문 연구가인 바바라가 쓴 글을 보니, 요즘 기업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건비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직원들의 충성도나 능력 유무에 관계없이 마구 구조조정을 한다고 한다. 왜냐? 어차피 지금은 대학을 나온 고급 인력들이 너무나 많아서 몽땅 잘라도 금방 그 빈 자리를 매울 인력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기업 사주들은 사원들이 애사심이 없고 이기적이라고 불평을 하는데, 참 가소로울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8~10년이면 몽땅 잘라버리는데, 무슨 그런 회사를 사랑하란 말인가? 사장과 회장은 노동자와 노동력 계약을 맺은 동업자일 뿐이다. 그들이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얼마든지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길 수 있다. 사장과 회장이 무슨 노동자의 부모이자 연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은 대상을 내가 왜 사랑해야 하나?
특히, 우리가 매우 훌륭하다고 알고 있는 삼성이나 엘지 같은 대기업들도 내놓는 제품이나 새로 시작하는 사업 분야에서 몽땅 말아먹은 일들이 많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대기업들이 망하지 않는 것은 내부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나왔으니 말이지, 삼성이나 현대나 엘지 같은 대기업들 다 어떻게 컸나? 정부가 철저하게 보호해주고 밀어줘서 된 것 아닌가? 그렇게 특혜를 받고 성장했으면서 남들을 향해서는 공정 경쟁을 하자느니, 무한 경쟁을 하자느니 하면서 요란하고 공허한 선전 문구만 남발하고 있다. 정말로 세계 시장에서 공정하게 무한 경쟁을 했다가는 국내 재벌들 중에서 제대로 남아날 회사가 없다.
언론과 정부에서는 대기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공포감을 주는데, 지금처럼 시장이 개방화되고 자본의 세계 투자가 용이한 마당에, 굳이 기업을 국내 해외 따질 건 뭐 있나? 삼성이나 엘지나 현대가 망한다고? 그럼 다른 외국 대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고, 그네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물품을 구입하고 사면 되지 않나? 일자리? 외국 대기업들은 사원 모집 안 하고 일자리 안 만드나? 어차피 월급이야 국내 대기업이든 외국 대기업이든 똑같이 줄텐데.
기업이 사원과 소비자를 비인간적으로 대한다면, 사원과 소비자도 똑같이 비인간적으로 응수하면 된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이나 사랑 따위는 바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