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프리카와 얼마나 다를까?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말라 -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래서 더 진실한 아프리카의 역사 이야기 ㅣ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1
김명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2년 7월

  근래에 아프리카를 다룬 두 개의 책을 읽게 되었다.

  한 권은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와 다른 한 권은 바로 이 책인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이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는 다소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특히,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아프리카는 수도만 보기 좋지, 조금만 시골로 가면 지저분하고 쓰레기 투성이고 인프라도 형편없다, 아프리카 정부 수반들은 죄다 독재자에 부정부패하고, 옛날 백인들이 자기들 식민 지배했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유럽 국가들한테 보상금 내놓으라고 생 떼를 쓴다, 우리는 그런 무식한 흑인들처럼 되어선 안 되고 세련되고 품격있는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지배자들에게 열등감이나 증오나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된다 등등... 그런데 써놓고 보니까 어째 한국의 보수 극우 세력인 뉴라이트가 일제 식민 지배 시대에 관해서 하는 얘기 같다?

  하지만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는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의 관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비록 유럽 지배에서 해방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민 지배가 남긴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유럽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던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 국가들에서는 아직도 토지의 대부분을 백인 이주민 후손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경제 분야 전반도 백인들의 지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아름답고 세련된 예술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는 프랑스의 추악한 뒷면도 서슴없이 들추어낸다. 사실 프랑스는 19세기, 영국에 못지 않게 해외 식민지 침략과 정복에 열을 올렸던 제국주의 열강이었으며, 특히나 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원주민 왕국들(와솔로우 왕국, 토콜로르 왕국, 기니 왕국 등)은 이런 프랑스의 침략에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멸망당했다.

  더구나 오늘날까지도 프랑스는 아프리카 개발 은행을 만들어서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데, 기가 막힌 것은 아프리카 개발 은행에 들어있는 돈들은 서부 아프리카 국가의 국민들이 입금한 돈이다. 그러니까 서부 아프리카 국민들은 자기들 돈을 가지고 쓰려고 해도 프랑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매우 불쾌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뒷부분에서 아직도 아프리카인들은 백인들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는 제 1세계로 편입되어 가는 중이라고 덧붙여 놓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장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과연 우리는 아프리카인들과 얼마나 다를까? 아직도 무슨 사건만 터지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일본을 본받아야 돼. 일본에는 성 범죄도 흉악  범죄도 사기 범죄도 없고, 쓰레기도 없고, 환경 오염도 없고, 폭력조직도 없고, 교통사고도 없고, 경찰이나 법관들이 실수도 안 하고, 공무원들 부패도 없고, 태풍이나 지진이 닥쳐도 대피 훈련을 워낙 잘 해서 한 명도 안 죽어. 일본을 본받아야 돼. 아무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유럽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미개하다고 자학하는 아프리카인들과 뭐가 다른가? 

  얼마 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 관계가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 그럴까? 아프리카 국가들은 예전의 억압자이자 착취자이면서 아직까지도 거드름을 피우며 상전 행세를 하는 유럽보다는 차라리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들에게 투자를 하는 중국을 선택하려 하는 것이다. 중국 이전에는 소련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도와주었는데, 그래서 최근 러시아도 중국처럼 아프리카 국가들과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아프리카와 중국의 협력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들이 아프리카에 저질렀던 추악한 범죄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나는 99%다!

나는 99%다 - 장도리의 대한민국 現在史 2010~12 ㅣ 장도리의 대한민국 현재사 1
박순찬 지음 / 비아북 / 2012년 8월

  경향신문에 연재 중인 박순찬 화백의 만평 시리즈인 장도리가 드디어 단행본으로 나왔다.

  제목은 <나는 99%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장도리는 만화 본편에 별로 안 나오고, 대신 지금 청와대에 계신 '가카'께서 많이 나온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지금 이 나라의 주인공은 명실상부하게 가카가 아니시던가?

  불과 4컷으로 제한된 공간이지만, 그 공간 안에 작가는 무수한 상상력을 압축하고 요약하여 현재의 시국을 풍자한다.

  알고 봤더니, 박순찬 화백은 그리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닌, 30대 후반의 젊은 만화가였다.

  그래서 현재의 시국에 대한 유쾌하고도 통렬한 시각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행본의 표지 그림은 고대 이집트 벽화 양식을 빌어서 현재의 시국을 풍자한 것인데, 이 또한 매우 포복절도한 것이라 발매 전부터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를 보고 저마다의 해석을 하며 즐거운 상상의 날개를 폈다.

  제목인 나는 99%다 처럼, 지금 이 나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자신의 몫을 뜯기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사람들은 언제나 깨달을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투쟁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진보와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100자평] 한국민의 생각

한국민의 생각 - 안철수 교수님에게 묻습니다!
한국민 지음 / 멘토스(Mentors) / 2012년 8월

남 욕하지 말자면서 정작 자기 책에는 온통 정치인들과 재벌들, 소비자 단체들, 시민 단체들, 네티즌들, 국민들 욕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뭥미?

도대체 이런 책이 왜 나왔을까?

한국민의 생각 - 안철수 교수님에게 묻습니다!
한국민 지음 / 멘토스(Mentors) / 2012년 8월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 도무지 책의 부제가 왜 "안철수 교수님에게 묻습니다!"라고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이 책에서 안철수에 관한 부분은 고작 5~6페이지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대부분 안철수를 가리켜 거짓말쟁이라고 욕하는 내용이 전부다. (이건 진짜다! 그러니까 행여 부제에 혹해서 책을 사려는 안철수 지지자분들은 절대 구입을 삼가하기 바란다!)

  뭐, 안철수가 만든 V3가 세계 최고의 백신 프로그램인줄 알았다가 알약이나 바이로봇이 더 좋다느니, V3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느니 하면서 안철수를 깐다. 그런데 안철수가 그런 말들을 한 것도 아닐텐데...

  그리고 안철수가 군대 가면서 부인에게 인사를 했냐는 둥 안 했냐는 둥의 사소한 시비를 붙잡고 늘어진다. 좀 유치한 시비 걸기 같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 책이 어느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안철수와 대립하는 박근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인사들도 깐다. 물론 새누리당과 대립하는 민주당 인사들도 깐다.

  양비양시론이 이 책의 근본 주장인지는 모르겠으나 좌우지간 저자는 이 책에서 안 까는 구석이 없다. 박정희와 전두환도 까고, 그들에 맞선 김영삼과 김대중도 깐다.

  그리고 저자는 한국 사회 전반을 모두 욕하는데 바쁘다. 문어발식 확장 사업 하는 삼성 등 재벌도 까고, 그들과 대립하는 노조도 깐다. 대기업도 나쁘고, 국민도 나쁘고, 소비자도 나쁘고, 생산자도 나쁘고...

  도대체 저자의 눈에는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민 전부가 모두 욕먹어 싼 저질 종자들로 보이나보다.

  반면 저자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시종일관 열렬히 찬양한다. 한국의 인종차별이나 광개토대왕으로 비견되는 침략은 악랄하게 욕을 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저지른 침략은 관대하게 넘어간다. 어라?

  저자의 무조건적인 한국 혐오와 그에 발맞추어 선진국 숭배는 비례하는데, 한국인들이 일본산 포르노 영화(야동)을 보고 자위를 하는 것은 추접하다고 욕을 하면서, 정작 그 포르노 영화를 만들고 유통하는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일본인들은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고, 그 덕분에 일본에서는 야동 배우들도 존중받으며 산다."라고 찬양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피상적인 관찰이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의 성문화에 대해서 대단히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에서는 성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산다."인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간에, 성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모두 천대받는다. 일본의 야동에 출현하는 여배우들이 직업을 관두는 이유 중 1순위가 뭘까? 바로 부모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들켜서이다.

  야동을 보고 컴퓨터 앞에서 자위를 하는 한국인들은 추접하고, 그 야동을 만들고 거기에 출현하는 일본인들은 훌륭하다? 그런 논리라면 마약을 만들고 파는 마약 제조업자와 상인들은 잘못이 없고, 마약을 사는 소비자들만 잘못이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일본인들이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고 무얼 하든 존중해준다? 그렇다면 정치인과 기업인, 연예인 및 일반인들의 추문을 들추어서 기사에 싣는 일본의 각 언론사들은 대체 무엇인가? 또, 그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잡지와 신문과 뉴스를 사서 보는 일본인들은 다 뭐란 말인가? 그런 언론사와 소비자들은 모두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만들었단 말인가?

  또, 저자는 우리 교과서에서 다른 나라를 욕하고 자기 나라를 찬양하는 거짓말만 쓰여있다고 비분강개한다. 그리고 더 이상 남을 욕하지 말자고 외친다.

  그런데 그런 저자는 왜 미국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 따로 장까지 마련해가면서 욕을 했을까?

  또, 자기 나라 찬양하고 다른 나라 깎아내리는 내용이 한국 교과서에만 실려있나? 미국이나 일본, 유럽, 중국 교과서에는 없을까?

  더욱 우스운 점은 저자는 본문 중에서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없고, 누가 되든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그렇다면 굳이 이 책의 부제에 왜 안철수를 언급했는지 모를 일이다. 설마하니 안철수 바람이 거세니까, 거기에 편승해서 묻어가자는 속셈으로 쓴 것일까?

  저자가 본문 중에서 그나마 좋게 보는 정치인은 노무현인데, 그 이유가 참 가관이다. 노무현은 자살을 했으니, 자살하지 않고 버티는 다른 정치인들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같은 이유로 책의 뒷편에서 일본 정치인들을 찬양한다. 비리가 드러나면 잘못 인정하고 바로 자살해 버리니까, 자살 안 하고 끝까지 버티는 한국 정치인들보다 낫다면서.

  하지만 자살이 일반화된 일본 정치인들이 자기나라 국민들에게 칭송의 대상이 될까? 아니다. 일본인들도 자기나라 정치인들 욕, 엄청나게 한다. 일본 정치계의 후진성과 부패에 대해서는 이미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리고 정작 비리의 핵심 인물들은 비켜가고, 그들의 비서나 부하 직원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자살을 강요한다고 일본에서도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속사정을 저자는 알기나 알까?

  이 책을 읽고 나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박정희나 전두환도 나쁘고, 김영삼과 김대중도 나쁘고, 박근혜나 안철수도 나쁘고, 박원순도 나쁘고,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나쁘다면 대체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바는 무엇일까?

  그러다가 나는 깨달았다. 이 책은 무슨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쓴 게 아니다. 그냥 저자가 평소에 품었던 불만과 푸념을 담아서 모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저자는 한국의 모든 것이 싫었던 거다. 힘없는 나라, 못사는 나라인 한국 그 자체가 너무너무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한국 사회와 그 구성원들 자체가 나쁘다면, 대체 뭘 어쩌라는 걸까? 저자가 그렇게 찬양하는 선진국 일본에서 정치인들을 수입해 와야 할까? 아니면 일본한테 한국을 맡아달라고 합병 동의서라도 내야 할까?

  이 책의 결점을 모두 끄집어서 거론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이만 줄인다.

  추신: 그런데 저자는 왜 가명을 썼을까?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책을 썼다면, 적어도 자기 실명 쯤은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무엇 때문에 자기 이름을 숨겼을까? 군사 정권 시절에 데모도 했다는 사람이 왜? 자기 주장에 그만큼 자신이 없었을까? 아니면 스스로 자기가 한 주장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여긴 걸까? 그도 아니면 욕먹는 게 싫어서?

  더 웃긴 건, 책 본문에 남 욕 좀 그만하자면서 정작 내용의 대부분은 온통 정치인들, 재벌들, 노조들, 소비자 단체들, 시민 단체들, 국민들 욕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도대체 저자는 퇴고로 제대로 안 했던 건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건가? 이래가지고서야, 네티즌들이 그렇게 욕했던 백지원보다 더 못한 수준이다.

  원래는 0점을 주고 싶었지만, 1점 밖에 주지 못해서 무척 아쉽다.

[100자평] 무사도는 없다

무사도는 없다 - 전쟁터의 정신사
사에키 신이치 지음, 김병두 옮김 / 리빙북스 / 2011년 10월

사무라이, 무사도 정신은 19세기에 급조된 사이비 발명품이었다. 역사 속의 진짜 무사들은 공을 세워 출세하기 위해서, 온갖 더럽고 치사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던 잔인하고 몰인정한 칼잡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