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백산맥과 아리랑의 작가인 소설가 조정래가 오늘의 중국을 3권짜리 소설, <정글만리>에 담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읽지 않다가, 교보문고에 잔뜩 쌓여 있길래 한 번 집어들고 서서 며칠 동안 읽고 또 읽었습니다.

 

역시 조정래라, 한 번 읽으면 빨려드는 필력은 여전하더군요.


개혁개방을 한지 불과 30년 만에 이제 미국과 더불어 G2라 불리며 명실상부한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

 

13억이라는 세계 제일의 인구와 그로 인한 엄청난 내수 시장, 광대한 국토, 매년 상승하는 경제 규모 등 중국은 이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선 지 오래죠.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 경제 주간지들조차 이제 10~20년 후면 중국은 경제력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G1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입니다. 

 

이런 전망이 다소 낮설게 보일수도 있으나, 그러나 어찌보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닙니다. 2200년 전, 진시황 시절부터 중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자 최고의 문명국이었으니까요. 단지 그러던 것이 1840년 아편전쟁에서 영국 등 서구 열강에게 패배하면서 주춤하고 있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 조정래는 소설 본편에서 자신이 본 중국에 대해 여러가지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없고, 문제 삼으면 문제가 있다."였습니다. 다소 좀 애매하면서도 모호한 것이 꼭 선문답 같지만... 중국인들의 융통성을 표현한 문구였던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없지만, 문제 삼으면 문제가 있다...

 

또한 조정래는 흔히 중국을 비웃는 상징으로 비춰지는 '짝퉁'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내놓습니다. 짝퉁은 중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도 있고, 또한 그 짝퉁도 진짜 원본과 비교해서 전혀 뒤쳐지지 않은 최상급의 짝퉁도 있다, 무엇보다 그런 물건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뛰어난 손재주를 보여주는 증표가 아니겠느냐, 는 것이죠.

 

중국의 인맥을 나타내는 단어 '꽌시'도 저자는 다르게 봅니다. 꽌시는 그저 몇 번 만나 술과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해서 금방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사람을 지켜보면서 그를 믿을 수 있나 없나 하고 살펴보는 것이다, 거기서 사람들의 시험을 통과해야 그때부터 비로소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니 꽌시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 나름대로 사람을 분별하는 시험법인 셈이다, 라고 말이죠.

 

소설 2권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태산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한 인부를 묘사하는데 공을 들입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계속 인부 생활을 해왔다는 중국인 노동자는 예전에는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는데, 요즘은 그나마 임금을 받아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등에 무거운 짐을 진 채로 7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을 어떤 불평도 없이 묵묵히 하고 있는데, 저자는 그것이 바로 중국의 정신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토록 강하고 질긴 인내심이 바로 중국인들의 마음이며, 그 독한 정신을 13억 인구가 갖고 있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저자는 중국이 13억이라는 엄청난 인구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합니다. 이제 중국은 단순히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이죠. 실제로 중국은 세계 사치품 시장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습니다. 덧붙여 그 중국의 인구를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말도 곁들입니다. 실제로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는 수출도 중국을 상대로한 무역에서 발생하는 흑자가 90%를 차지하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온 중국, 3권짜리 소설로나마 알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