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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성공시대 1 ㅣ 히틀러의 성공시대 1
김태권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수백만 유대인을 학살한 희대의 악행을 저지른 대마왕 히틀러.
하지만 그는 원래 미대 낙방을 하고 길거리 청소부를 지내며 거의 반 노숙자나 실업자처럼 살던 듣보잡, 곧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었다.
이런 그가 대체 어떻게 한 나라의 종신 지도자가 되어 세계를 전화로 몰아넣은 전쟁을 일으키는 거악으로 성장했던 것일까?
만화 <십자군 이야기>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는 이런 히틀러의 이력에 주목하여, 그를 키워준 주위의 인물과 세력들을 파헤쳤다.
김태권은 히틀러의 성공 요인은 그 자신의 특출함이라기보다는, 그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반대파인 공산당을 탄압하려 했던 주위 세력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언론 재벌, 보수적인 정치인, 공산당을 두려워하고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려 했던 대자본가들, 옛 독일 제국의 환상을 간직하고 있던 군부, 실업과 경기 파탄으로 인해 독일의 혁신을 꿈꾸던 사회 불만 세력들 등이 히틀러를 선택하여 그를 내세워,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무리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도 결코 혼자 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운"과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지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 어리석다. 세상에 노력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나? 하다못해 거지나 노숙자도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여전히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런 면에서 히틀러는 시대적인 상황과 조력자들을 잘 만난, 일종의 엄친아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의 성공은 곧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자기 나라를 황폐화시킨 전쟁으로 이어졌으니,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볼 일은 아닌 듯싶다.
갈수록 내공이 깊어지는 김태권 작가의 신작에 경의를 보낸다. 나도 죽기 전에 김태권 작가처럼 걸작을 남길 수 있을까? 결코 그렇게 못 될 것 같아서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