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특이해서 읽어 보았는데, 금새 빨려 들어갔다.
이 만화를 그린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알고 봤더니, 일본 애니메이션의 걸작인 건담 시리즈의 작화를 맡은 사람이라고 한다.
젊었을 때에는 학생운동,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운동권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일본인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메이지 유신이나 다이쇼 시대의 어두운 면들을 찾아내어 고발하는 형식의 만화를 자주 펴내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잘 모르는 구한말 시기의 조선에도 매우 동정적인 입장을 보이는데, 심지어 동학 운동을 일으킨 전봉준을 소재로 한 단편 작품까지 남겼을 정도이다.
이 작품인 <왕도의 개>에서도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일본이 침략적 제국주의 열강으로 탈바꿈하는 시기의 메이지 유신 무렵, 일본과 조선과 중국의 어두운 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혹사당하는 노동자와 농민들, 정부의 폭압과 강권 아래 착취하는 민중들, 이웃나라인 조선과 중국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만들고자 제국주의를 부추기는 일본의 정치인들 등...
그런 가운데, 이번 3권에서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일본에 망명 온 조선의 개혁가인 김옥균을 긍정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부분은, 김옥균을 상대로 충고를 하는 일본의 노정객의 입을 빌어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자기 나라인 일본을 절묘하게 비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보오, 김선생. 조선을 위해 큰 일을 하고 싶다면 일본인들은 믿지 마시오. 지금 일본의 정치인들은 모두 어리석고 욕심만 많은 소인배라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구한말 시대, 일본은 조선의 개화를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는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가 아는 독립신문은 일본의 자금으로 만들어 졌다. 흔히 우리들은 독립신문이 조선의 개화와 진보를 위한 언론이었다고 알고 있으나, 사실은 전혀 다르다. 독립신문은 조선은 군대를 양성할 필요가 없으며, 조선의 돈을 폐지하고 일본의 돈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된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인 친일 언론이었다. 심지어 독립신문의 초대 회장인 안경수는 친일 세력을 등에 업고 1900년에 고종 황제를 몰아내려는 반란을 조직하려다가 들통나서 처형당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완용 이외에도 자발적으로 일본을 위한 첩자로 활동하던 배정자 같은 사악한 친일 매국노들의 준동으로 결국 조선은 망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도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일본인 노정객의 말을 빌려, 식민지 쟁탈전을 반대하고 조선과 중국과 단단한 연대를 맺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켜나가자고 작품 속에서 말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그대로 되었다면 조선과 중국은 일본의 식민지나 침략 전쟁을 당하지 않고, 훨씬 평화롭게 살아갔을 터인데, 지난 날을 생각해 보면 뭇내 원통하기만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전범국도 아닌 우리가 분단된 것도, 일제의 식민지로 살았던 탓이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