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이로 - 람세스.살라딘.나폴레옹이 사랑한 도시
맥스 로덴벡 지음, 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은 카이로다. 그리고 책의 소개문에 람세스가 사랑한 도시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 구절은 틀렸다. 카이로는 아랍이 이집트를 점령한 이후에야 생겨난 도시이다. 그러니 람세스 살아생전에 카이로란 이름을 가진 도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책은 카이로라는 도시를 통해서 람세스부터 시작하여 현재의 이집트에 이르는 약 5천년의 장구한 이집트 문명사를 한 권의 에세이를 통해 다루는 작품이라고 보아야 한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이집트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집트인과 이집트 사회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서구 저자들처럼 이집트를 자뭇 깔보거나 멸시하는 식의 차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이집트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 점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다.
또, 저자는 사람들이 이집트 하면 으레 람세스나 클레오파트라 같은 고대사만 거론하는 경향에 반발하여 맘루크로 대표되는 중세 이슬람 시대의 이집트 역사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이 부분도 매우 좋았다. 이제 제발 클레오파트라 얘기는 지겹다고! 좀 그만두자고! 그것보다 이집트를 250년 동안 통치하면서 몽골군과 십자군 같은 침략군을 모두 격파하고, 이집트를 중동의 중심국가로 떠으르게 했던 맘루크 시대에 주목하면 안 되겠나?
그리고 저자는 영국 식민지 시대와 이스라엘과의 중동 전쟁에서 이집트가 패배하고, 이후 이슬람 세계의 중심 국가로 떠오르기 위해 자립하는 이집트의 모습도 잘 묘사해 놓았다.
아쉽게도 이 책은 2000년 이전에 쓰인 책이라, 현재 이집트에서 벌어진 재스민 혁명으로 인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사건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책만큼 한 권으로 이집트를 잘 풀어낸 책도 드물다. 이집트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