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 한국인 유일의 단독 방북 취재
진천규 지음 / 타커스(끌레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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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멀고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북한과 완전히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보수층과 진보층에 따라 정 반대로 나뉜다.


보수층은 북한을 완전히 없애야 하는 절대악으로 규정한 반면,


진보층은 북한을 감싸 안아야 할 동포라고 본다.


하지만 그런 시각들도 엄밀히 따지자면 보수나 진보 모두 북한을 우리보다 뒤떨어진 상대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의 언론에서 다루는 탈북자, 북한을 떠난 사람들의 증언들은 모두 한결같이 북한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한다.


"북한 주민들은 극소수 특권층들을 제외하면 전부 굶어죽거나 죽기 일보 직전이다. 북한에는 하도 먹을 것이 없어서 주민들이 사람의 고기까지 먹는다. 더구나 북한은 너무나 가난한 나라라서 병원이나 학교 같은 공공 시설들의 운영이 모두 마비되었으며,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북한을 떠나 따뜻하고 풍요로운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도망칠 궁리만 한다........."


이런 탈북자들의 증언들이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보다는 그들의 주장이 옳다면서 환호하고 북한을 죽지 못해 사는 인간 지옥이라면서 우월감을 확인하려 드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나 그런 탈북자들의 증언이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또는 북한을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의견은 어떠한지에 대한 의문점은 오랫동안 남아 있었는데, 문득 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되어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이 책,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의 저자 김천규는 한국인이지만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갈 수 있는 몸이라 여러 번 북한을 다녀오고 그곳 주민들과 만나서 직접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어서 북한의 모습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한국 국민은 북한을 못 다녀오는데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어서 북한을 갈 수 있다니 어째 기분이 이상하다).


그리고 평양 뿐 아니라 원산이나 신의주 같은 북한의 지방 도시들도 다녀왔다. 


물론 지방 도시들은 평양보다 다소 시설면에서 부족하지만, 그런 점은 우리의 서울과 다른 지방 도시들을 비교해도 비슷한 것이라면서 납득이 되게 설명한다.


책 안에 담긴 북한 주민들과 사회의 모습은 굶어죽지 못해 겨우 사는 인간 지옥이라는 탈북자들의 말과는 전혀 달랐다. 북한 주민들도 우리처럼 똑같이 학교에 가고 식당에 가서 먹고 싶은 요리들을 실컷 즐기면서, 대동강에 낚시도 하고 결혼식도 올리고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북한에서도 이미 피자 같은 서양 요리들이 음식점에서 나오고 주민들이 그것을 맛있게 먹는다는 사진과 설명이 들어간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한 가지 깨달았다. 북한이 우리가 알던 그 북한이 아니구나, 이제 북한이 우리보다 낙후되었다고 더 이상 비웃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말이다.


또한 보수 언론이나 지식인 및 정치인들은 북한이 경제 제재를 받아 거의 다 망하기 직전이라고 떠들었지만, 막상 진천규 씨가 직접 다녀와서 전한 북한은 붕괴는커녕 사회 전반이 안정적이었다. 몇년 전부터 북한이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며, 그런 성과에 자신감을 품어 김정은이 트럼프와 정상회담에 나서고 핵포기 발언까지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랜만에 세상의 진실을 알게 해주는 책을 읽게 되어 무척 유익했다. 앞으로 우리와 북한이 좀 더 가까워지는 시대가 올 것인데, 그때를 대비해서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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