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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능소화'.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_라는 한 줄을 읽고 이 책을 택했다.
"아드님이 장차 소화꽃을 들고 집으로 오실 것입니다.
아드님이 붉고 큰 소화꽃을 안고 집으로 들어오는 때가 올 것입니다. 내치셔야 합니다.
돌아보지 말고, 생각하지 말고 거칠게 내치셔야 합니다."
"오래전 일이오만 일곱 살 때 우리 집 여식이 마을 앞 개천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소.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낸 사람은 옆집 일꾼 종니였소.
그때 마을을 지나던 스님이 마루에 턱 걸터앉아 우리 여늬를 한참 동안 쏘아보았소.
그러다가 벌떡 일어선 스님이 우리 아이를 가리키며 죽었어야 할 아이라고 매몰차게 말했소.
그는 우리 아이를 부처님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소.
더 이상 인연을 맺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오.
이미 죽은 사람이니 인연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이오."
하지만 소화꽃으로 인연을 맺게 된 응태와 여늬..
하늘정원을 지키는 신 팔목수라는 소화를 훔쳐 인간세상으로 달아난 여늬를 잡으려고 하지만
응태가 막아섰고, 결국 응태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그들의 첫 아들 '원'이도 죽고만다..
소설 '능소화'의 모티브가 된 '원이 엄마의 편지'.
1998년 안동의 무덤에서 남자의 미라와 함께 발견되었다.
먼저 저세상으로 떠난 남편에게 하고픈 말이 많았으나 더 이상 쓸 자리가 없어 종이를 옆으로 돌려 여백을 채웠다.
능소화.
한반도 중부 이남에 심어 기르는 잎 지는 덩굴나무.
줄기가 길게 뻗는 데다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담이나 나무에 붙어 자란다.
칠월과 팔월에 깔때기처럼 생긴 진한 귤빛 꽃이 핀다.
시들지 않고 송이째 떨어져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한다.-원색식물도감
책을 다 읽고 나서 능소화란 꽃이 어떻게 생겼을까 라는 궁금증이 강하게 일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는데..
깜짝 놀라 헉소리가 날 정도였다.
몇년 전에 삼척에 계신 큰아버지 댁에 놀러갔다가 붉게 핀 큰 꽃송이가 인상 깊어서 똑딱이 카메라로 담았던 기억이 있기에.
보이는가.
송이째 떨어져 처연한 아름다움을 더한다는 능소화 꽃이..
나는 이 꽃의 이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