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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 엄마 - 딸이 읽고 엄마가 또 읽는 책
백은하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12월
품절
꽃잎으로 사람을 표현해 꽃잎그림 작가로 불리는 백은하 작가.
이 책을 통해 '꽃잎그림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꽃잎들과 일상의 재료들로 이렇게 푸근한 한 권의 책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여행 간 시골에서 따 먹은 단감.
세상의 달콤함을 그 작은 몸에 압축해서 넣은 것처럼 달았다.
옛날엔 말이지, 이렇게 맛있는거 먹으면 남자친구 생각났거든.
이젠 엄마생각나네. 나도 감처럼 익어가나 보다.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엄마.
우습게 보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신경질 내고
함부로 무시했던 일, 일, 일, 일.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엄마가 이다음 내 곁에 없을 거라는 거.
그게 제일 무서운 일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정다운 일은
엄마를 가슴에 꼭 껴안는 일.
우리 엄마 예쁘다, 고맙다 하며 손잡고 떼굴떼굴
엄마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작업실 위 귤과 토마토를 한참 안 먹고 놔뒀더니..
장식으로 예쁘게 묶어놨던 귤은 시간이 갈수록 살이 빠지며 줄이 헐렁헐렁.
같은 시간, 토마토는 탐욕스럽게도 푸른 싹을 내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자식은 점점 탐욕스럽게 왕성한 성장을 하고
어미는 점점 말라간다.
아.프.다.
마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니다. 아니다.
해드리지 않으면 마음이 없는 거다.
네가 하고 싶은 거 말고 원하시는 것 해드려.
네가 하는 모든 것들, 네가 흔하게 친구들과 누리는 모든 것들 중에서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만 엄마랑 해도,
자식들에게 베푸는 애정 중 천분의 일만 해드려도,
엄마는 엄청 신기하고 행복해하신다.
엄마를 만만히 보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하는 배려의 십분의 일만 하면
엄마는 더 행복해지고,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
아침엔 귀가 흰 도화지 같아서, 아직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니까.
아무리 화가 나도 싫은 소리를 하고 싶어도 꾹 참으라 하셨다.
아침엔 송곳 같은 말 말고, 이왕이면 꽃 같은 말 주라고,
그럴 수 없을 땐, 꼭 해야 할 싫은 말이라면 오후에 하라고 하셨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뭔가를 먹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걸 들어줄 사람이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뭐 먹고 싶니? 네가 원하는 건 다 만들어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마음의 구들장 따뜻한 게 또 있을까.
우리 엄마가 앞으로도 이십 년은 더 그래 주시면 좋겠다.
그래, 적게 잡아서 이십 년. 나를 이기적인 딸래미라고 해도 상관없다.
춘천에는 집이 있다. 집에는 엄마가 있다. 엄마가 있는 곳이 집이다.
나는 "뭐 먹고 싶니?"라고 말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저기 가슴 아래 등불을 켠 듯, 이불을 편 듯, 나무를 심은 듯 환하고 든든하다.
가족 소설, 에세이를 찾아읽는 나로서는 '엄마를 부탁해'나, '친정 엄마'같은 눈물을 쏟게 한 책들도 좋지만, 이렇게 솜사탕같이 달콤하고 예쁘고 기분 좋아지고 달달한 책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