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된 당신께 드리는 그림책 마흔네 권
이상희 외 지음 / 이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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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네이버 까페 닉네임이 "그림책"이다. 닉 네임 유래를 물으면서 그림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냥 그림책이 좋아서 지은 닉네임이다. 사실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을 구경하지 못했다. 나의 기억에 남아 있는 첫 책은 세계소년소녀문학전집이다. 어느 출판사였는지는 모르겠고 빨간색의 양장본, 그림이라고 해야 삽화 몇 장, 그것도 흑백의 그림이 든 책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책과 거리가 멀어졌고, 가끔씩 도서관 책 빌려 읽으며 성장했다. 그러다 엄마가 되어서 내 아이를 키우며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가 좋아서 읽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 육아에 필요했기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그 세계가 나에게 주는 위안이 정말 컸다. 어느 날은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사 두었던 전집을 나 혼자 밤세워 읽으며 눈물 짓다가 호호호 웃었다가 했다.

그림책을 아이들 책이라고 하면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도 간간히 그림책을 사서 모으고, 마음이 꿀꿀하면 그림책을 보며 웃곤 한다. 그런 나에게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이 눈에 띄었다.

시인이자 그림책 작가 이상희, 신문기자 최현미, 출판 평론가 한미화, 동화작가 김지은씨가 모여서 쓴 책이라고 한다. 커피 마시는 취향, 목소리 톤도 다 다른 4명의 공통점은 그림책에 대한 사랑이었다. 0세에서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였고, 다 자란 어른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와~ 마음도 참 따뜻한 분들일세. 딱 나를 위한 , 나의 맞춤형 책이구나. 그녀들이 소개하는 책. 얼마나 좋은 책들일까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4개의 꼭지에 각각 11권의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4개의 꼭지중 제일 첫 꼭지 "잊고 지낸 기쁨의 순간을 돌려 드립니다" 는 누구나 어린이였던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을 복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을 소개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읽고 싶은 그림책은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작가 오드리 네페네거가 쓰고 그린 "심야 이동도서관"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인데 그 소설의 작가가 그림책을 쓰고 그렸다니 참 놀라웠다. 심야 이동 도서관은 애인과 싸우고 나온 어느날 밤, 인적 없는 거리에서 낡은 캠핑카를 개조한 심야 이동도서관을 만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고 있고, 그 속에 들어가니 눈에 익는 책들이 쫙 펼쳐져 자세히 보니 자신이 읽은 책이 순서대로 꼽혀있었다는 줄거리라고 했다. 와~ 상상만으로 멋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내 돈으로 사서 모은 책은 한 방 가득 꽂혀있지만, 어릴적 읽었지만 기억속에 사라진 책들, 빌려 읽어 잘 기억이 나지 않은 책들이 다 꼽혀 있다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 책들을 보는 것만해도 힐링이 되고 보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인터넷 서점을 열어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다.

두번째 꼭지 "사랑은 숱한 관계 속에서 피어납니다" 에서는 독서 육아 하느라 읽어 주었던 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족의 사랑을 일깨워 주기 위해 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사랑의 범위를 가족에 한정하지 않고, 직장,  사회, 학교까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번째 꼭지는 "우리가 받은 위로를 당신계도 전하고 싶습니다" 이다.

어른에게도 위로 받고 싶은 순간이 있다. 술로, 영화로, 스포츠로, 영화로 다양한 방법으로 위로를 찾지만 그림책으로도 위로 받을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존 버닝햄의 책을 많이 읽어줘서 웬만한 책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알도"라는 책이 소개 되어 있었다.

외톨이 아이가 자신의 특별한 친구 알도를 통해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그림책이다. 어른에게도 알도와 존재가 있다면 덜 힘들겠지? 이 책도 소장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반려 동물의 죽음을 묘사한 "당신의 강아지는 천국에서 행복할거예요"는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 듯 했다.

마지막 꼭지인 "지금도 우리는 성장하는 중입니다"에서는 외롭고 힘든 날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들이 소개되어 드물게 흑인 아이가 주인공인 눈오는 날 외에는 읽어본 책이 없었다.

다른 꼭지에서는 적어도 2,3권은 읽어본 책들인데 상대적으로 4번째 꼭지에서는 읽어본 책이 없어서 오히려 자세히 읽어보고 기록 해두었다.

  우리가 읽은 책 중에는 세월이 지나면 폐휴지가 되어 버리는 책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책은 2,3년을 못 채우고 버려야 한다. 기술 발달에 따라 프로그램 책도 엄청 빠른 속도로 다시 수정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림책은 그런 경우가 없다. 10, 20년이 지나도 가치는 그대로 전달되고 보유된다. 그런 의미에서 두고구도 볼 수 있는 인생책은 그림책이 아닌까 한다. 어들들이여. 그림책은 어른이 되어 읽으면 더 감동적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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