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동중 야구부
김형주 지음 / 책에이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원동중이라는 중학교 이름을 알 것이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라면 올해 롯데 코칭 스텦중 한 명이 원동중 야구부를 이끌던 분이라는 사실 덕분에 원동중을 들어 봤을 것이다. 원동중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현실이 때로는 더 영화같고, 소설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내는 순발력 덕분에 원동중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얼른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원동중은 경남 양산의 시골학교이다. 프로야구 선수출신인 신민기 선수는 양산에 터를 잡고 양산 야구 발전을 위해 애쓰던 중 야구부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야구부를 만들 수 있는 학교를 찾아 나선다. 때마침 폐교 위기에 놓여있던 원동중을 발견하였는데 교장 선생님의 야구 특성화 학교라는 전략과 맞물려 야구부를 창단하게 된다.
신생 야구부에 야구를 하겠다고 오는 학생들 중에는 동네 야구가 전부인 아이들도 있고, 중학교 야구 선수를 하다가 퇴출되었지만 야구가 좋아 먼 시골까지 찾아온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초보 선수들을 모아 원동중의 야구부 형태를 만든 신민기 감독은 기본기에 충실하기 위해 아이들을 끊임없이 훈련시켰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시합에 대한 그리움, 기본 훈련의 지겨움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꿈을 뒤에서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과의 오해가 있어 신민기 감독은 원동중의 감독직을 잠시 쉬게되고 그의 아버지 신종세가 이어 감독을 맡게 된다.
신종세 감독은 이대호를 비롯하여 장원준 등 많은 제자를 길러낸 감독이다. 이 노감독은 연륜에서 묻어나는 따뜻함으로 아이들을 격려하고 지도하고, 학부모와 오해가 풀린 신민기 감독이 작은 감독으로 돌아와 원동야구부를 이끈다.
처음에는 양산 지역 리틀야구단에게도 콜드게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끊임없이 훈련을 거듭한 결과 전국대회를 2연패 할 수 있는 기적을 만들게 된 것이다.
원동중의 아이들이 겪는 위기,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 등이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많은 아픔들이 느껴진다. 우리 나라 학교 체육의 그늘이라고 할까?
외국의 소설이나 현실을 보면 학교 체육보다는 사회 체육이 발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로지 야구만이 목적이고 야구를 잘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학부모들. 그들은 자신의 아이가 야구만 아는 반쪽 인간이 되어도 좋다는 듯 학업에 신경쓰는 감독을 오히려 몰아부치는 장면도 나왔다.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야구부를 탈퇴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는 아이도 나온다. 제 아무리 소질과 기능이 뛰어나도 금전적으로 지원해 줄 수 없으면 좋아하는 야구도 그만 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면 코치들의 월급을 비롯하여 각종 비용이 공적 자금에서 완벽하게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의 4번타자인 이대호도 다른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며 겨우 야구했다고 하지 않는가?
올해 리틀야구가 세계를 제패했을 때 우리나라 팬들이 얼마나 좋아했는가?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나라 리틀야구 선수들은 시합자체를 즐기며 하는데 우리 나라 아이들은 정말 심각하게 야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 아이들은 못해도 코칭 스텦들이 격려해주고 박수쳐 주는 것이 오히려 화제가 되었다.
야구를 통해 꿈을 실현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스포츠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이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 나라가 프로야구 10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고등학교 야구부는 얼마되지 않아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되면 그만큼 충분한 아마추어 야구부가 만들어져서 질 높은 선수의 수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마추어 야구에 투자를 하지 않으니 아마추어 선수는 부족하고 야구는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고 한다. 프로야구만 보면서 즐기지 말고 아마추어 야구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야구라는 운동을 통해 인생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원동중의 기적. 그 기적이 나로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