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찾아서 - 성석제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0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작가 성석제. 그와는 왜 그렇게 인연이 잘 닿지 않는지 이제 겨우 2번째 책을 읽는다. 첫번째 읽은 책은 "농담하는 카메라"라는 에세이집이었다. 얼리어답터인 작가 성석제가 카메라를 들고 읽은 세상에 대해 전달해 주는 멋진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문학 동네에서 시리즈로 발간한 "왕을 찾아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왕이라니 역사물인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마사오

나는 지금 그를 만나러 간다.

내 마 음이 시생대, 가장 오랜 영토를 지배하는 영원한 왕"

역사물이 맞나보다. 그런데 마사오라니... 일본사람 이름인데 이상하다 여기며 계속 읽어내렸다.

하하...마사오 그는 작중 화자인 장원두의 어린 시절을 점령한 동네 깡패였다.

무자비하고 배운 것 없는 마사오의 악행들에 치를 떨며 싫어하지만 창씨계명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그의 이름을 그대로 부를 수 밖에 없다. 왜냐면 그는 이미 작은 마을의 왕이었다.

그로 인해 마을의 질서가 지켜지고 마을이 유지되고 마을이 존재해 왔기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그의 생애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초라했다.

그의 죽음을 기회삼은 수 많은 군상들.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쾌재를 부르는 비겁한 인간들이 하나씩 고개를 쳐들며 나타난다.

마사오가 살아있던 과거의 이야기와 마사오가 죽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소설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데, 무질서하고 계몽되지 않았던 과거는 분홍빛의 설렘이 느껴지는 반면 알것 알고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현재는 오히려 검은색이다.

"불알친구라고 지껄여대는 친구여.... 너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아갔다. 가는 넝게 온 세상을 양보했다.... 그런데 너는 그 아름다운 세상을, 여자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너는 그 여자를 네 두목한테 도로 바쳤다....그 여자를, 내 명예를 더럽혔다.... 그러고도 친구라고 하느냐, 이 나쁜 놈아..."

영웅을 공유하고 여자를 공유했던 친구라 부르기 싫었던 친구. 그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견딜 수 없는 비겁함이 스물스물 베여져 나온다.

왕을 찾으러 가는 원두의 무거운 발걸음이 오히려 가볍게 읽혀졌던 성석제의 이야기.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 들려준 이야기는 웃기고, 허탈하고, 안타까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