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이 올 때까지 기다려 동화 보물창고 31
매리 다우닝 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동화를 많이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을 소비자로 생각하는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늘 어떤 단체에서 추천한 책 목록에 의지해서 책을 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동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동화보다 더 읽고 싶은 책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새해 다짐으로 동화를 1주일에 1권씩 읽고 서평을 쓰자고 마음 먹었다.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고 책장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작년 내 생일날 우리반 아이가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면서 선물해 준 책이다. 오호~ 아이들의 시선에서 재미있다니 흥미가 끌려 집에 들고 갔는데 작은 딸이 이 책을 먼저 읽어본다고 들고 가더니 폭 빠져서 읽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무섭다고 난리다. 무서운데도 책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나도 읽어봐야지 했는데 그때는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이제서야 읽을 기회가 왔다. 새삼스럽게 결심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이야기는 한 가족이 이사를 가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한 가족이라지만 사실은 두 가족이 만난 가족, 즉 재혼가정이다. 가정의 구성원은 엄마가 데리고 온 남매 몰리와 마이클, 그리고 아빠가 데리고 온 딸 헤더, 모두 5명이다.

그림 그리기과 도자기 만들기를 직업으로 가진 엄마와 아빠가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골의 작은 교회였던 건물로 이사를 간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몰리와 마이클은 내키기 않지만 부모의 뜻대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두 가족이 만나 새 가족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헤더는 늘 마음대로이다. 쉽게 마음을 열지도 않아 엄마와 몰리, 마이클을 당황케 한다. 엄마는 몰리에게 좀 더 착하게 대해 주라고만 하고, 작업을 위해 몰리에게 헤더를 떠 맡기는 판국이다.

그런 난처한 몰리에게 신경쓰이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교회 옆의 묘지이다. 헤더가 자꾸만 묘지로 간다. 묘지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심상찮다. 헤더가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바로 유령이다.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엄마, 새아빠, 마이클은 몰리를 과민한 아이로 취급한다.

헤더가 유령 헬렌과 만나는 장면, 노는 장면의 묘사를 읽는 순간 등 뒤가 서늘해진다. 꼭 누가 뒤에 서 있는 듯 하다. 정말 무섭다는 느낌이 확확 밀려 들었다.

새동생의 안전을 지키기도 해야겠고, 얄밉게 구는 동생을 모른척 하고 싶기도 한 몰리의 심리가 탁월하게 묘사 되어있어 문학적으로도 우수할 뿐 아니라 유령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어서 아이들의 공감대가 상당히 높을 것 같았다.

동화답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두 가족이 한 가족으로 되기까지 오해, 반목이 희생이란 아름다운 단계를 거쳐야한다는 것도 큰 가르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읽기 싫어하는 남학생도 무척 좋아할 것이고, 유령이란 판타지를 믿는 여학생들에게도 매력 있는 동화가 될 것이다. 얼른 추천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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