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중국인
량샤오성 지음, 고상희 옮김 / 가치창조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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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명 100세인 시대를 맞이하여 40 중반인 내가 뭔가 한 가지 새로 배워 써먹는다면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해 봤다. 중국에 대해서 알고 싶고,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G2시대를 맞이하여 경제, 문화, 정치 등 세계 어느 분야든 중국과 관련되지 않을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 알아야 할 순간이 숙명처럼 내 눈앞에 와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중국어 기초도 좀 배우고 중국에 대한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에 대해 쓴 책은 몇 권 읽어 봤는데 중국인이 현대 중국에 대해 쓴 글은 안 읽은 듯 하여 책을 찾고 있었는데 나와 인연 닿은 책이 나타났다. "우울한 중국인".

책을 받고 그 다음날 팔라우로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되어 있어서 공항에 대기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즐거운 여행에 "우울한 중국인"이라니 제목부터 맞지 않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든지.

500여쪽에 가까운 두께를 자랑하는 이 책을 팔라우 여행 기간 동안 다 읽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여행 분위기 속에서 쉽게 쉽게 읽히는 내용이 아니라서 집중할 수가 없어 결국 한국에 와서 쉬엄쉬엄 읽었다.

이 책은 중국 베이징의 어언대학교 교수이며 작가인 량사오성에 의해 쓰여졌다. 량사오성은 중국에 대해 거리낌없이 쓰기 때문에 이 책의 판권을 사기 위해 17개국이 쟁탈전을 벌였다고 하니 과연 중국이 세상의 관심을 끄는 나라가 맞긴 한가보다. 량사오성은 중국인들이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판단하며 중국의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서술했다. 1949년생이니까 우리 나라 나이로 올해 64세이다. 대학교수로서 지성을 지녔으며 중국에 대한 애정으로 중국, 중국인을 관찰했다.

총 5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 1챕터는 현재 중국인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회주의가 되면서 중국의 각종 사회제도가 바뀌고, 중국 인민들은 공평한 사회가 되리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토지개혁, 주택개혁, 의료개혁, 교육개혁 등에서 소외되고 관용, 동정, 민주, 자유, 평등 등 중산층이 담당해야 가치관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챕터 2,3,4는 실제 중국인들이 우울하게 사는 장면 장면을 작가의 경험에서 찾은 일화로 소개한다. 공원 내부에서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는 부부와 '공원에서 대규모 촬영은 금지'라며 경비원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원리 원칙을 내세우는 사람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의 부조화에 대해 이야기 하며, 평범한 삶을 두려워하는 대학생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만족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중국의 현실을 개탄한다. 남녀간의 따지지 않는 사랑이 줄어들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골목과 시골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소외된 서민의 삶을 설명했다. 그 중에서 증권으로 망해가는 한 마을의 이야기와 돈이 없어 힘들게 자란 어린 시절과 그의 형에 얽힌 이야기는 정말 가슴 아팠다.

중국의 이야기이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그런 현대화, 민주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중국이 더 우울해하는 것은 국가는 부자가 되어가지만 국민은 더욱 가난해져가는 현실, 경제만 우선시 하고 문화는 등한시 하여 고급 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실이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왔던 중국의 역사는 우울하지만 미래는 밝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데 마지막 장에 그 해결책이 제시 되어 있다. 중국의 고전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고전도 존경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며 문화의 힘을 강조했고, 사상적 능동성을 잃은 중국인에게 문화의 평등성을 가진 입체적인 중국인이 되자고 말한다.

현대 중국인의 삶이 왜 우울할까를 설명하기 위해 실제 자신의 생활과 관련된 경험들이 재미난 소설처럼 나열되어 있어서 재미있었으며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늘어진다는 느낌도 들고 비슷한 이론의 반복으로 지루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인의 현위치를 알고 싶은 사람들, 중국이 어디로 나갈까 궁금한 사람들은 반드시 한 번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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