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급한 일도 끝났고 여유가 있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소설 파트를 쭉 살펴 보는데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는 공지영씨의 소설이 눈에 띄였다.

책을 꺼내 드는데 맘부터 아파온다.

백골단이다. 교내까지 뛰어들어 방패로 우리들을 찍어 내리던 백골단. 그들을 피하기 위해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 도망가야 했던. 그러다 백골단의 방패가 선배의 머리를 찍었고, 이것으로 사태는 장기화 되었던....갖은 기억들이 스멀 스멀 올라왔다.

아, 읽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빼들었다. 80년대 학생 운동을 그린 소설. 사실 그 시절 아무것도 못하고 내것만 챙긴 나로서는 죄책감 아니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데, 이런 소설을 뒤늦게 읽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선택하게 한 것은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그래, 오늘 이렇게 편안한 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 시절 그들이 존재했었기 때문이다라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 책은 80년대 정권을 차지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갔던 정부, 그 정부를 바꾸기 위해 국민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알리고, 진리를 가르치기 위해서 고생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학문을 잃고, 진리를 잃고 살았던 그들은 스스로 진리를 찾고 정의를 찾아가며 세상에 저항하며 살았다. 민수의 삶이 그렇고, 지섭의 삶이 그랬다.

어렵게 살아가는 공원들에게 진리와 정의를 가르쳐 준 야학 생활, 농활 생활, 현장 생활 그리고 권력의 하수인들과 싸워야만 했던 투쟁 현장들. 내가 가야만 하는 길과 내가 가고 싶은 길이 달라 술로서 고민하던 수 많은 밤들의 흔적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는 사라져 버렸지만 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가슴에는 그림처럼 가슴에 남아 있는 장면들이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 장면들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뛰는 것을 느겼다.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또 다시 국민들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공지영. 그녀가 고맙다.

공지영 작가. 그녀는 참 많은 일로 손가락질 당한다. 3번씩이나 이혼하고 성이 다른 아이를 3명이나 기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욕먹기로 하고, 자신의 운동권 경험을 이처럼 소설화 한다고 경험을 팔아서 소설 쓴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하지만 이런 소설이 남아 있기에 오늘날의 20대 젊은이들이 80년대를 더듬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대학에서는 그 흔하던 대자보 한 장 보기 힘들다. 다들 자신의 스펙을 위해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뛰어 다니고, 하늘 같이 높은 등록금때문에 아르바이트 하러 다니느라 '타인'을 돌아볼 여유도 없는 불쌍한 대학생들만 있다. 그래,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다. 타인을 생각할 수 있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