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박물관 - 글누리의 모음
박창원 지음 / 책문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의 일기, 글쓰기를 검사할 때 맞춤법 교정은 포기한다. 내용에 촛점을 맞추어 검사 하면서 맞춤법이야 세월이 흐르면 차츰 나아지겠지 한다. 그런데 분명 한글로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레알", "크리","하데", "후달리다" 등의 단어를 만나면 무슨 뜻인지 싶어 문맥을 다시 살펴보는데 추측조차 불가능할 때가 많다. 한글의 우수성 덕분에 인터넷 강국이 되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터넷 문화가 한글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한글의 규칙성마저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마다 목소리 높여 한글의 규칙성 보존을 위해 아이들을 설득하지만, 나의 지식이 미천하여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글. 우리만의 소중한 보석에 대해 알고 싶은 나의 소망을 알았는지 이 책이 나의 품으로 날아왔다.

"BM 책문"이란 처음 보는 출판사의 책인데, 알고보니 성안당의 인문, 역사 전문 임프린트사라고 한다. 내 청춘을 채웠던 컴퓨터 관련 책들을 열심히 출판해준 성안당의 책이라고 하니 믿음이 간다. 책의 크기도 대학 교재의 그것이다.

 

  이 책은 4부분으로 나눠 진행되는데, 먼저 1부에서는 "글과 말, 그리고 문화"로서 세계 여러 문자의 역할, 전파, 한글의 간단한 역사가 소개 되어 있다. 여러 한글 학자들의 소개도 덧붙여져 있는데 무엇보다 감동인 구절은

"언어가 민족의 생존과 미족 문화의 보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 국어와 국문을 연구한다"

이다.

  한글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숙명이 묻어나는 듯하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발명 외에도 한글 운명의 지주 노릇을 하신 주시경 선생등 여러 학자들의 업적에 감사함을 다시 느꼈다.

 

  2부 "훈민정음 창제의 배경과 의의"에서는 먼저, 이두, 향찰, 구결 등 한자를 빌어 우리말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작가는 "혁신적 변용"이라고 일컫는데, 조상들의 번뜩이는 창의성, 슬기 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문자를 빌어 쓰니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겠는가? 정인지의 서문에 있는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낀 것과 같이 서로 어긋나는 일"이란 표현을 보면 그 불편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문자사도 설명되어 있는데,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읽다가 잠이 깜박 들기도 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제3부 "훈민정음의 창제와 보급"에서는 문자를 만든 과정, 원리가 설명되어진 인류 역사상 유일한 책인 "훈민정음(訓民政音)"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고등학교때 마르고 닳도록 외웠던 훈민정음의 예의의 첫부분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고등학교 시절이 살짝 그립기도 했다. 훈민정음을 보급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책들, 그 시대의 외국어인 중국어, 일본어,  만주어의 음표기를 한글로 표기한 것을 소개해 주었는데, 한글 덕분에 외국어 배우기도 쉬워졌단 생각에 새삼 세종대왕이 고맙기까지 했다. 한글로 인한 세계화로의 시간 단축이랄까?

한글로 쓰여진 각종 가사, 소설 등의 한글 문학으로 인해 서민들도 드디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는데 세종 대왕께서 하늘에서 보시고 얼마나 뿌듯하셨을까, 참말로 고마운 마음이 가득 생겼다.

 

  4부에서는 한글의 암흑기라 할 수 있는 조선말기와 일제시대의 한글 생존역사가 나와있다.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 과정과 내용과 더불어 분단 이후 각각 진행된 남과 북의 맞춤법 현황에 대한 소개도 나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남과 북이 공동 작업을 할 때 지켜야할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남쪽이나 북쪽이나 인간으로서의 공통성을 가지고 같은 민족으로서의 공통성"을 본질로 인식하자고 한다. 자존심을 내세우다가 본질을 흐리지 말고, 상호간 실체를 인정하자는 제안은 통일을 대비한 준비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의 축대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글이 우리에겐 둘도 없는 보물임에는 틀리없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홍익인간 정신과 주시경 선생님과 한글학자들의 민족의식 충만한 연구활동이 없었으면 오늘날 세계 13위에 이르는 사용 인구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한글이라는 보석을 어떻게 갈고 닦으며 유지 보존해 나갈 것인가 하는 숙제는 우리에게 던져진 소중한 숙제이다. 이 숙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소중한 책, "한국박물관"을 만난 것이 나에게는 큰 재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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