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Thaksin - 아시아에서의 정치비즈니스 메콩 시리즈 2
파숙 퐁파이칫.크리스 베이커 지음, 정호재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태국이라고 하면  Murray Head의 "one night in bangkok",  사시 사철 따뜻한 나라에 관광가면 참 좋은 나라라는 것 이외에는 생각 나는 것이 없는 내가 이 책을 고른 것은 순전히 "알기 위해서"이다.
갑자기 태국이라는 나라가, 탁신이라는 인물이 왜 궁금했느냐?

가까이에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있는 아시아의 한 나라인데 아는 것이 노래 하나, 관광 밖에 없다니 솔직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이 40이 넘어서 "재미"로만 책을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날, 나는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번역본이다. 태국인인 파숙 퐁파이칫 교수와 그녀의 남편 크리스 베이커가 쓴 탁신에 관한 책인데 우리나라 정호재 기자가 발로  뛰면서 실감나게 번역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 책은 2004년에 쓰여진 1부와 2009년 초반까지의 사건을 추가한 2부로 나눠져있다.

1부가 쓰여진 2004년은 탁신이 한참 정권의 중심에 있을 때이므로 한마디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과감히 펜을 들었던 것이다. 경제학부 교수인 파숙 교수가 정치인 탁신, 그것도 역사상 최고의 지지율로 당선된 총리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어 책을 펴 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알게 되었다. 탁신은 그냥 정치인이 아니라 경제인이었고 정치마저도 비지니스 해법으로 해 냈다는 것을.

  이 책의 장점은 한 가지 사실을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의미까지 조명해 주었다는 점인데 예를 들면 탁신의 증조부가 화교였다는 것을 밝히고 화교가 태국내에서의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 줌으로써 우리나라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알기 쉽게 해 주었다. 사실 우리나라라면 화교가 우리나라의 총리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텐데 경제적 위치를 매우 중요시하는 태국인들에게 화교라는 집단은 좋아하면 좋아했지 배척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려주었다. 태국은 위치적 이유로 수 많은 화교들이 유입되었고, 태국인에 비해 높은 경제적 위치때문에 존경받는 집단이 되었다. 조상들의 탄탄한 경제력 위에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가서 학위를 따고 세도 있는 장군의 딸과 결혼하여 처가집의 인맥도 차지하게 되었다. 유학에서 돌아온 탁신은 통신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정치 세계에 진입하는데, 통신 서비스의 성격상 통신 사업권에 대한 허가와 수익 결정 사안은 정치적 의사 결정에 딸려있기 때문이었다.

1988년부터 1991년 사이에 7개의 사업권을 따 낸 탁신은 사업체를 상장하면서 재무장관의 허가를 따기 위해 로비를 하는 등 정계와 가까워 지면서 1994년 외무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참 우습지 않은가? 사업을 위한 로비를 하면서 정치계의 생리를 알게 되고, 정치계에 입문할 수 있는 나라라니, 태국은  후진국형 정치문화를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1998년 탁신은 TRT(타이락타이)라는 당을 창당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는 간단한 공약을 만들어 선거에 뛰어든다.

태국 국민 대부분은 "유능하고 밝은 총리가 등장해 위기에 빠진 경제를 되살려 줄 것이라" 믿으며 탁신을 총리로 만들어 주었다. 보다 '개발주의' 시각에 근접한 철학으로 성장 경제에서는 정부가 선진국과 경쟁할 때의 불리한 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업과 민간 부문을 보호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탁신노믹스를 내 세워 국가를 경영했다. 어떠한 마인드로 국가 경영을 하든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기본이라면 무슨 상관이 있으랴! 탁신은 국민을 위하는 척 하다가 더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자, 권위주의,퓰러리즘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자신 친족의 기업을 외국에 무세금으로 팔아버린 것이 들통이 나고 탁신의 권위가 흔들리게 됨으로써 군부의 쿠데타를 부르게 된다. 파리에 나가있는 사이에 쿠데타는 일어나고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탁신은 영국으로 망명을 요청한다.

문제는 태국의 정세이다. 태국 국민들은 자신을 위하는 척 했던 경제인 탁신을 잊지 못하고 그의 부활을 꿈꾸는 무리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찌 사람의 욕심이 나타나지 않으랴만은 개인적 부귀영화가 목적인 사람은 정치가로 자리매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럴헤저드는 결국 한 나라의 정치 파탄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우리의 잣대로 봐서는 탁신은 몹쓸 정치인이고 두 번 다시 정치를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태국 국민들이 탁신 만들어 놓은 일시적 경제부흥을 그리워하고 그가 자리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하니 정말이지 정치는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우선, 태국의 현대 정치와 경제, 역사를 알게 되어서 상당히 기분 좋다. 개인으로서는 접할 수 없는 많은 데이터 자료와 인용문이 인상적이었고, 탁신이라는 경제 괴물을 알게 되어 뿌듯하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관한 뉴스를 보다가 태국이 아시안 게임에서 4위를 차지하는 나라라는 것에 눈길이 갔다.예전같으면 아무런 감상도 없었을 것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태국 국민이 가진 저력도 생각이 나고, 그들이 제대로 된 정치인, 경제인을 만나,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아시아의 새로운 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태국 뿐 아니라, 캄보디아, 베트남 등 우리와 가까이 있는 아시아 국가에도 관심을 가지는 아시안이 되어야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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