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한 기차 - '칭짱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가려진 통일 제국을 향한 중국의 야망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지음, 한정은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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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에 제일 낭만적인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기차여행이다.
비행기처럼 하늘에 떠서 불안하지도 않고, 버스처럼 안전벨트에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동기구가 아니고 4명이서 마주 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중국의 칭짱열차를 타고 거대한 대륙을 지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기차 내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찍은 각종 여행사진을 보면 하루라도 빨리 기차를 타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곤 했다. 그러던 차에 "중국의 거대한 기차"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칭짱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지나는 기차로 하늘로 가는 기차라는 별명만 알고 있었지 이 기차를 운행하기까지 숨어있는 각종 비화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단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차이니까 철도를 만들때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겠구나, 중국의 기차 기술력 대단하구나 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급기야 이 기차가 티벳이라는 중국의 자치구를 지나는지도 알지 못했다. 티벳이라고 하면 중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치구 중의 하나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작년에 중국 베이징 올림픽 전에 티벳과 마찰을 일으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티벳. 딜라이 라마의 나라다.

중국의 종교적 핍박때문에 딜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하여 독립정부를 수립하고 있고, 중국의 눈치를 보는 우리나라는 딜라이 라마의 방한조차 쉽게 허락하지 못하고 있으며, 티벳족들은 소박하게 농사지으며, 유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중국의 동부와는 달리 경제적 격차도 심하고 종교의 자유도 없기때문에 티벳은 독립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고 중국은 이를 막으려 안간힘을 다 한다. 지리학적 원거리. 이것이 티벳을 중국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근원이라 생각한 중국. 이 거리를 좁혀보기 위해,  보물창고로 불릴만큼 많은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는 티벳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50년 간이나 철도를 놓으려고 노력하지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영구동토층이 가로막고 있었다. 기술력도, 경제력도 부족했던 중국은 끊임없이 철도에 대한 소망을 버리지 않고 과학자, 지리학자들로 하여금 연구하게 한다.

중국의 경제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자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2001년 철도 기공식을 시작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무모한 욕심을 뒷받침해 낼 수 있도록 지리학자, 과학자들에게 오랜 세월 연구하게 만들고, 엔지니어들에게 방법을 만들어내도록 한다. 진짜 무서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티벳 자치구의 GDP 2배에 달하는 액수인 40억달러를 2001년에 투입했는데 티벳의 의료보험제도는 파산직전이며, 교육 예산은 전국 평균의 절반이고 문맹률은 인접지역의 2배에 달하는 등 오히려 티벳은 더욱 낙후된다. 철도 공사가 진행되면서 철도부지로 들어가는 땅만 보상 받았으며 공사에 참여할 것이라는 티벳족의 희망과는 달리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티벳족보다는 본토의 사람들이 기회를 얻었다. 개발의 반사이익이 티벳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드디어 2006년 7월 1일 후진따오 총리의 축사와 더불어 열차가 개통되었다.

티벳의 주도 라사는 칭짱 열차의 개통으로 티벳의 경제는 연평균 12~14 퍼센트 성장했고, 티벳지역에 대한 투자 금액이 엄청나게 늘어 났지만  그 이익은 중국 본토로 빠져나가고 환경오염, 티벳의 문화 붕괴라는 무서운 결과만 가져오게 되었다.

"티벳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티베트인이 그 안에서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티베트인은 심지어 농업이나 목축 등 기존의 전통 산업으로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고 한다.

 티벳이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보일때마다  중국은 아마도 그 기차에 군인들을 실어다 나르며 티벳의 숨구멍을 막을 것이며, 빨대로 쪽쪽 빨아내듯이 티벳의 지하자원을 쏙쏙 캐내어 갈 것이다. 


힘없는 사람들. 티벳인. 그들의 의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들 속으로 들어온 칭짱철도의 계획 단계, 건설과정, 건설 후 모습을 자세히 알려준 아브라함 루스트가르텐 덕분에 티벳과 중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참으로 뿌듯하다. 더불어 티벳인들의 삶이 그저 타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경험들이라 마음이 무척 아프기도 했다.

거대한 제국들의 욕심이 사라지는 날.

모든 나라, 모든 민족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칭짱열차를 타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티벳인들의 순박한 미소를 절대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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