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고종황제 -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조선사를 통틀어 가장 불행했던 왕을 고르라면 서슴없이 고종을 꼽아왔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라를 잃어야만 하는 혼란의 시대를 살아야만했고, 비참하게 외세에 의해 부인이 살해당하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으며,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자식의 눈물도 보아야 했고 결국은 자신도 독살을 당했던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의 마지막 승부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불행, 무능력의 대명사였던 고종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고종의 일대기에 맞춰 5부로 나눠져 있다.
제 1부 아버지의 시대. 고종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인물, 아버지 대원군의 섭정에 관한 글이다.
대원군의 개혁 정치, 사사로운 욕심에 의한 실정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자신의 오랜 권력유지를 위해 보다 나이어린 차남을 왕위에 앉힌 살아있는 대원군은 전대미문의 힘을 가지고 조선을 쥐락펴락한다.
하지만 1부에서는 '고종'이란 단어는 실종이다. 철저히 소외된 고종을 설명한 것일까?
제 2부 내가 조선의 주인이다에서는 등극 10년만에 친정을 선포하고 서서히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능동적인 모습의 고종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가 만든 제도들을 무시, 새로운 제도를 정비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불평등 근대 조약이라는 강화도 조약을 맺으면서 독립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려했다. 수신사와 영선사를 파견하여 선진 문물을 배워오도록 했으나 임오군란, 갑신정변으로 자신의 위치 에너지를 잃어가는 안타까운 고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 3부 '끓어오르는 땅'에서는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으로 국내외적 어려움을 겪에 되는 고종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내를 일본군의 칼에 빼앗기고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불운의 왕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왕의 목숨을 보전해야 하는 것이 왕과 그 근친들의 의무라고 할지라도 칼 앞에서는 입술만 깨무는 무기력한 왕이 고작 머리카락이나 자르면서 친일세력의 경계를 늦추는 모습이라니, 정말이지 답답하기 짝이 없는 왕이 아닐 수 없다.
제 4부 대한 제국의 꿈에서는 고종의 꽃 피는 개혁정치를 풀어 놓았다. 1896년 왕세자와 함께 경복궁을 벗어나 러시아 공사관에 몸을 의탁하던 고종이 환궁하면서  새로 태어나는 조선을 만들고자 전제 군주제를 표방하고 연호를 광무로 바꾸었다. 그리고 서울을 개조하기 위해 도로망, 철도를 확충했다. 교과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 고종의 이러한 개혁 실정을 알게 되어 이 부분은  좀 신선했다. 
제 5부 대한독립만세에서는 국외 여러 국가들에게 조선이 독립국이라는 것을 알리려 피나는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이익의 중요성만 아는 세계열강들의 제국주의때문에 효과를 발하지는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강압에도 끈질기게 반일 투쟁을 견지하던 고증은 헤이그 밀사 사건을 빌미로 강제 퇴위 당하고 결국은 독살이라 해석되는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장례식 마저도 일본식으로 치뤄졌던 그의 말로가 참으로 안타깝다.


이 책은 고종이 주인공이건만 고종에게 할당된 량은 그다지 없고, 고종 시대에 수없이 일어났던 사건과 그 사건에 얽힌 인물에 대해 교교서보다 좀 더 자세히 서술해 놓은 책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국사 교과서 확장판이다. 단지 교과서와 다른 부분은 작가의 추측에 의해 첨가된 대화부분인데 다분히 흥미위주로 가볍게 써 내려가서 사건의 심각성이나 감동을 과감히 반으로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고종을 "노련한 승부사"라고 표현하며 큰 기대를 걸게 만들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표현에 명쾌하게 동의할 수 없음이 참으로 슬프다.

 하지만 고종이 무기력하게 세계 열강에게 당하고 가만히 있었던 왕이 아니라 민족의 자존심과 국권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도움은 되었다. 교과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고종 주변 인물의 증언
  "황제께서는 재위 내내 위대한 국가의 지배자다운 강건함과 낙천성과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는 큰 울림으로 내 가슴에 남을 것이다. 이 울림을 더욱 크게 울려 줄 새로운 책이 하루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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