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 어떻게 살면 나이 듦이 부끄럽지 않을까?
강신태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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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에게는 노인이 될 것인가, 어른이 될 것인가의 문제를 선택해야 한다. 독서, 글쓰기를 통한 사유 없이 인간은 성숙으로 향해 가기 힘들다. 저자는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부단히 다양한 관계들을 통해 성숙하고 성장하고 있으며 애물단지가 아닌 보물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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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참전 이야기
한희나 지음, 한다희.한진영 엮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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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한희나 지식과감성 


1950년 6.25 전쟁에 참여했던, 94세 한 희나님은 함경북도 출생으로 대학교 1학년에 전쟁이 발발해 자유주의 국가에서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염원으로 국군에 자원입대하였다. 처참하고 비참했던 전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전쟁의 참상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 ​


"90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사랑스럽고 예쁜 손녀가 30세 때부터 조금씩 기록해 왔던 나의 이야기를 읽었다. 할아버지가 숱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것이 기적이고 천운이라며 놀라워했다. 손녀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내가 경험한 전쟁의 역사를 기록한다."


​손녀에게 할아버지는 인자하신 분이다. 좀처럼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할 때는 주변에서 불러도 모를 정도로 집중력이 좋은 할아버지에게 무한한 애정을 받으며 자랐다. 취업 준비가 끝나고 직장에 안착하자 할아버지는 30대 때부터 정리해온 기록과 자료를 꺼내 놓으셨다. 


몇 년간 함께 작업했다. 책을 읽어보면 그 디테일에 놀랄 정도로 전시의 남북한 군대 체제, 용어, 당시에 사용하던 일상 표현, 도구들, 지역 방언, 전쟁 지역과 각종 무기 등 자료를 찾아 조사하고 글에 녹여낸 정성이 대단하다. 


손녀의 손으로 이 책이 엮어졌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저자는 스무 살, 저 사진 속 청년이었을 것이다. 94세인 지금도 스무 살, 전쟁의 상흔이 깊은 어린 청년이 살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촘촘한 저자의 기억이 감탄스러웠는데 이는 트라우마적 사건이었을 것이다. 잊으려고 하면 더 폐부 깊숙히 파고 들어오는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이렇게 평생에 걸쳐 기록해 온 저자의 웅숭깊은 마음이 느껴졌다. 


전쟁은 우리의 일상이 송두리째 뿌리뽑히는 무서운 사건이다. 작금 대한민국은 흉흉하다. 평화가 최고의 방어다. 그 쉬운 것을 알지 못하니 평화가 위험 수위다. 


1950년 6월 말, 저자는 대학에 입학한 후 처음 치르는 기말고사를 준비 중이었다. 흥남 공대. 북한은 주력 산업이 공업이었으므로 만약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저자의 미래는 무탈하고 평화롭고 행복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전쟁 발발로 인민군이 되기 싫어 숨어지내는 가슴 졸이는 시간들이 서술되어 있다. 가족을 떠나 학생증을 가슴에 품고 자유의 땅 남쪽으로 향하는 우여 곡절이 기록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이 되어 북쪽으로 진격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국군으로 경험하는 저자의 숱한 위기 상황들이 전개되었다. 


1950년 12월 중순 흥남 부두에 도착한 피난민들이 우왕좌왕하다가 UN군의 배려로 자유를 향해 승선한 숫자가 10만, 길이 막혀 남겨진 피난민도 그만한 숫자였다고 한다. 저자는 12월 18일 경 가까스로 군 수송선을 타고 강원도 동해에 도착, 묵호초등학교에서 본격적인 군사훈련을 받았다. 연고가 없었으므로 받은 서러움들, 추위와 배고픔과 수면 부족에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들, 수색대가 되어 경험한 위기 상황 들, 순간순간 일촉즉발이었을 그의 전쟁 경험들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소제목만 봐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저자는 생포한 어린 인민군 병사를 살려주기도 하고 자신이 인민군에게 잡혀 그들과 생활을 하다 탈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포로로 부산 거제리 포로 수용소로 옮겨지고 그곳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역사적 사실들을 목격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저자는 국군이었음에도 반공포로가 되었고 판문점에서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기 까지의 아슬아슬하고 숨막히는 과정을 경험했다. 


1953년 7월 27일, 남북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누던, 피비린내 나는 3년 남짓 전쟁'이 중지되었다. 저자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당장에 강제송환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억압적인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살수 없어 가족까지 걱정시키면 남쪽으로 내려와 군인이 된 자신이 원치 않게 인민군에게 붙잡혀 다시 북으로 끌려가고 그토록 기피하던 인민군 신분이 되었다.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했고 UN군의 포로가 되어 국군으로 인정도 못받았다. 


저자가 다시 간절히 소망하던 대한민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게 된 것은 1954년 1월 23일 아침이었다.


"석방되어 자유의 다리 위를 달려 나오는 7,500여 명의 외침이 지축을 뒤흔들고 만세 소리가 사방 천지에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 만세! 자유 만세!"


"나는 그토록 바라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비로소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평화 속에 있다. 아침에 눈 떠 하루를 시작하고 평화롭게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 평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보았다. 세계 어딘가에는 여전히 전쟁의 참상을 현재진행형으로 경험하는 숱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한 번 전쟁을 경험한 이들은 결코 전쟁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늘 그 기억을 현재형으로 경험할 것이다.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전쟁은 심장이 없고 사랑이 없고 온기가 없고 생명이 없다. 고통과 절망과 극도의 허기와 사랑의 부재가 있다. 저자가 경험한 전쟁 역사는 저자가 사라지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이 경험한 고통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이 책의 진정한 존재 이유겠다. 


이 리뷰는 지식과감성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전장에두고온학생증 #한희나 #한다희 #한진영 #지식과감성 #에세이 #블루노트책방 


다음 말, 우리는 군용 트럭에 탈 수 있는 인원보다 많은 대원이 모두 트럭에 타야 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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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6·25전쟁 참전 이야기
한희나 지음, 한다희.한진영 엮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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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전쟁에 참여했던, 94세 한희나님은 함경북도 출생으로 대학교 1학년에 전쟁이 발발해 자유주의 국가에서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염원으로 국군에 자원입대하였다. 처참하고 비참했던 전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전쟁의 참상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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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공은 없다 - 다이몬에 관한 단상
정영운 지음 / 좋은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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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공은 없다 다이몬에 대한 단상 책과 당구는 나의 다이몬 




학교에서는 독문을 공부하고 논술학원 선생님도 하고 현재는 서울에서 당구클럽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놀랍다. 공부의 깊이가. 


당구클럽을 운영한다. 손님으로 가서 즐길 때와 주인이 되어 경영할 시간이 되니 무엇이 달라졌을까? 

저자의 삶을 규정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당구, 다른 하나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엮어 책으로 썼다.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1장. 

현대 사회에 놀이가 처한 '엄중한 상황'에 대한 푸념, 인식, 경고를 다룬다.

2장. 

배우는 행위, 즉 학습과 연습, 그것을 통한 '즐거움'을 말한다. 

3장. 

당구의 기술적인 부분.

4장. 

태도에 대해 논한다. 

5장. 

게임이란 제목으로 당구 '한 게임'을 넘어 인생이라는 '무한 게임' 중에 마주치는 자아, 본성, 행운, 지위, 중독 등 '이야기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풀었다. 




책은 하나하나 분절된 작은 퍼즐 같다. 다 맞추면 한 권의 책이 되고 사유의 큰 틀이 형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당구 놀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고양이의 삶에 근접시키고 싶다. ​​


=고양이의 철학=

고양이가 행동하는 한결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면 

사심 없는 고양이의 상태는 선불교의 無心 상태와 비슷하다. '무심'은 번뇌 없는 집중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다. 존 그레이의 표현이다. 




'암묵지'란 '체화된 지식'으로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몸에 익은 지식을 말한다.

어머니들은 손맛에 아주 세심하다. 레시피를 물어 보면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말할 수는 없지만 몸에 배어 있다. ​​

(10쪽)


고양이의 우아함에 대해 말한다. 우아함이란 치열함의 결과물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는 말한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세상은 열리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언어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넓은 의미로 의미란 일부러 부여하는 것이고 조작하는 것이고 만들어 내는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참고 문헌이  많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나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저자 또한 책을 읽기 전의 삶과 책을 읽은 후의 삶은 온전히 다른 삶임을 강조한다. 인문학적 깊이가 남다르다. 꾸준히 책을 읽어온 흔적이 책 전체에 아우라를 입혀놓았다. 


당구장을 운영하고 손님들이 많아지면 바쁘겠지만 늘 바쁘지는 않을 것이다. 가게를 하는 분들을 보면 잉여의 시간이 참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 잉여의 시간을 지루하게 느낀다면 그 시간은 죽어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잉여의 시간을 책을 펼치는 데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려서부터 생각하곤 했는데 정말 그 시간을 이렇게 책으로 꼼꼼히 채워서 당구와 인문학적 사고를 벼려 이리 좋은 책을 만들어 낼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다. 




다이몬daimon 


하이데거는 다이몬은 '신이 나타날 수도 있는 개방성'이라고 표현했다. 


다이몬 + eu =eu daimon 행복


다이몬 + kako = kako daimon 불행 

eu daimon ia 

에우 다이모 니아  =행복

=지속적인 좋음을 드러내는 번영과 그에 따른 행복.


"내가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번영)란 

존재의 완전함에 있어 '런너스 하이'와 비슷한 것 같다. 

마침내 인간 존재의 모든 면을 완성했을 때 몸속을 흐르는 완전한 느낌"

(마이클 슈어/작가) 


에우다이모니아로서의 행복은 

오랜 시간 뭔가를 열심히 하고 나서야 접할 수 있는 상태. 

다이몬은 이런 작업을 도와준다. 


저자는 스스로를 글을 쓰는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가'라는 자의식이 없다. 자족적인 글쓰기를 좋아한다. 


잘 아는 것을 쓰라고 해서 저자가 무엇을 잘하는지 생각해보니 '당구'와 '책'이었다. 이는 아주 능숙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대학 2학년 때 인류학 교수님이 한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다른 게 아니다.

그냥 모든 책, 아니 좋은 책 모두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인류학 교수님의 그 말씀이 맘에 들었다. 저자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책 한 권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젊었을 때 책을 읽어 '기초 체력'을 다져놓고 한 권씩 읽어가다 보면 세상은 여전히 바뀌지 않지만 그 여전한 세상에서 '즐거움'을 훔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건 나를 강하게 하는 물리적 힘이다. 독서는 즐거움을 통해 자존감의 토대를 강화한다. 

그러므로 최대한 상황이 허락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면서 독서를 해야 한다. 

그게 가장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당부한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매체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려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봐야 한다."고. 


밑줄 치며 읽었고 마음 안으로 옮겨 놓고 싶은 많은 문장들을 만났다. 무엇보다 저자가 언어를 다루는 실력이 매우 뛰어나서 음악 같은 리듬이 느껴졌다. 독서력이 적거나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려워도 일독을 마치고 두 번째 읽으면 첫 번째 독서가 선지식先知識으로 작용해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한 책을 열 번 읽으면 훨씬 많은, 단단한 깨달음을 무의식의 저장창고에 입력할 수 있다. 무의식과 의식이 자유롭게 길항할 수 있는 순간에 이르러야만 삶은 바뀔 것이다. 아주 빠른 속도로. 


이 리뷰는 도서인플루언서인디캣님을 통해 좋은땅의 철학에세이를 주관적으로 바라본 서평입니다. 


#블루노트책방 #당구공은없다 #다이몬에관한단상 #정영운 #좋은땅 #인디캣책곳간 #도서인플루언서인디캣 




실제 게임보다 훈수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류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이들은 자신의 ‘다마 수‘를 실제보다 더 높게 놓는다. 즉 고수이고 싶어 한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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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공은 없다 - 다이몬에 관한 단상
정영운 지음 / 좋은땅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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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삶을 규정하는 두 가지는 당구와 책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 놀이가 처한 ‘엄중한 상황‘에 대한 인식, 경고를 시작으로 배우는 행위, 즉 학습과 연습, 그것을 통한 ‘즐거움‘을 말한다. 책은 하나 하나 분절된 작은 퍼즐 같다. 다 맞추면 한 권의 책이 되고 사유의 큰 틀이 완성된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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