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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밴쿠버의 앨리스
장윤정 지음 / 좋은땅 / 2024년 6월
평점 :
이상한 밴쿠버의 앨리스 장윤정
어제와 다른 나를 찾아서
1996년 지구별에 도착해 여행을 시작했다. 이전의 나와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한 실험으로 캐나다 1년살기를 택했다. 충분히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결과를 얻었다.
삶 자체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란 유리온실에서 바라본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일 것 같다.
율리시즈가 인생 모토라고 한다. 지구별 여행이라는 여정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고민하는 인간형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용감한 여행자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
"처음에는 '이렇게 느린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지?' 남몰래 감탄했는데, 이렇게 느려도 잘만 굴러가는 걸 보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렇기에 캐나다인들은 서두름과 조바심 없는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나는 그들의 느림을 비로소 이해했다.
'더 빨리, 더 많이'의 방향성은 숫자로 표현될 수 있어 매력적이고 그래서 치명적이다.
한국인들은 얼마나 숫자로 위협받는가?
내 수능 등급이, 내 학점이, 내 나이가, 내 연봉이, 내 집 평수가, 내 재산이.
캐나다는 숫자와 멀었고, 특히 '시간'에 관대했다."
87*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 글 속에 축약되어 있다.
느리지만 잘 굴러가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속도에 매몰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라던 저자가 갑자기 캐나다로 떠나 1년 모험을 감행한다.
낯선 도시로 이동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노력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고 모험심도 필요하다. 그런데 낯선 나라로 이동한다고? 그것도 20대 여성이?
놀랄 만하다. 파격이다. 용감함이 대단하다.
저자는 고백한다. 온실 속의 화초로만 살아온 자신이 앞으로도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그래서 자신의 미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이 책은 그녀의 그녀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며 성장 보고서이다.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한 첫 날부터 1년 간의 기록이다. 자신의 삶을 모험으로 이끌다니 참으로 대단하다.
2021년 9월 서울, 20대 중반의 무덤덤함, 바른 길이 낳은 지루함의 오류에 갇혔다. 25번째 생일인데 남은 삶이 빤히 보였다. 말썽 피운 적도, 사고를 친 적도 없는 어딜 가나 표준이고 모범적 인간형이었다. 23살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미 졸업하기 전부터 취업에 성공해 일하는 그런 사람.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엄격한 부모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온 온실 속 화초 같았던 저자.
내가 믿던 정답이 적어도 나에게는 오답이었다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어딘가 머나먼 타지로 떠나자고 마음먹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내가 살았던 방식과는 정반대로 살아 보기로.
일 년간 계획과 목표 없이, 거꾸로 살아 보기
실험 장소: 캐나다 밴쿠버
시작 날짜 2022년 6월 6일
왜 밴쿠버인가
자신이 배운 미국식 억양 영어를 쓸 수 있고, 비자 발급이 쉬운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안 추운 도시라서.
첫 날 캐나다에 도착한 신고식부터 로컬 술집 알바를 하게 되는 과정, 이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 이방인으로서의 극한의 고독감, 조금씩 적응하고 성장하는 모습들을 이 책을 읽으면 만날 수 있다. 늘 낯익은 것들, 낯익은 사람들, 낯익은 생각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다 나를 완전히 다른 세상에 데려다 놓을 줄 아는 저자의 고군분투의 시간들을 읽으면서 내가 있는 이곳 풍경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저자에게 닥치는 순간순간의 경험들을 통해 하나씩 깨달음을 얻어 가는 과정들이 그녀를 용감한 이방인으로 만들어 간다.
직장, 집, 월급, 환경, 인간관계, 생활비, 사회적 지위 등 한국보다 나쁜 점을 생각하면 끝이 없었고, 단 한 가지만 생각해야 했다.
1. 지금
2. 이곳에서
3. 행복한가
복잡한 상황에서 단순한 시각을 유지한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였으나 알고 보면 없이 살 수도 있는 게 대부분이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미 가졌거나, 갖춰 가고 있었다.
자신이 지구별 여행자임을 아는 저자에게 가볍고 자유롭고 단순한 행복을 찾은 이의 여유가 느껴졌다.
이 리뷰는 좋은땅출판사의 책을 도서인플루언서인디캣님을 통해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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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의 신세를 한탄하던 내게 그가 해 준 말.
"You Poor Thing."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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