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
고경숙 지음 / 해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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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기른 어머니>를 읽었다. 해냄출판사의 신간이다. 이 책은 1977년에서 78년, <여성동아>에 연재된 인터뷰 시리즈였다고 한다. 말하자면 46년에서 47년 전 책이 2024년에 신간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지난 번 경제에 관한 책도 20년 전 책이 신간으로 나온 것을 보았다. 출판사가 이런 방식으로 2024년에 신간으로 내어 놓은 이유가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끝까지 읽었다. 




요즘 부모들은 비교 우위를 기준으로 아이를 기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 때가 많다. 1970년대라면 지금과는 참으로 다른 사회적, 경제적 분위기를 가졌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순간을 경험한 사람들의 어머니를 취재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최불암 선생님의 이명숙 어머니


아버지 최철은 33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영화에 생을 바쳤다. 어머니 이명숙님은 열여덟 살 때, 연극인 모집 광고를 보고 여배우가 될 결심을 하고 어느 연극단을 찾아가 여배우를 시켜달라고 졸았다. 연기 공부 한 적 없지만 타고난 끼가 있었는지 주연으로 발탁되었다. 연극은 성공했고 그 인연으로 최철을 만나게 된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청혼 공세가 이어졌고 그렇게 결혼했다. 가난한 신혼살림, 매일 끼니를 위해 뭐든지 해야 했던 그녀는 아들 최불암을 낳았다. 평생 영화한다고 밖으로 떠돌던 아버지는 최불암 님이 8살 때 작고했다. 결국 최불암님도 연기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머니는 한 번도 따뜻한 옷, 시원한 옷 가려서 옷을 챙겨주시거나 갈아입혀주신 적이 없어요. 


언제나 제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고 보고만 계시죠. 


외아들인 자신에게도 늘 혼자 해결하고 책임지는 생활을 하게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두려운 것이 없다고 한다


어떤 어머니는 조용하고 어떤 어머니는 활달하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면 자녀들의 교육에 헌신적이었으며 리더가 되려고 하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지지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


​박완서 작가의 홍기숙 어머니​




박완서님의 어머니 홍기숙님. 6.25라는 전란을 통해 고통 속에서 사셨음에도 묵묵히 아이들을 길러낸 어머니는 이야기꾼이었다. 박완서라는 소설가가 나온 뿌리가 어머니였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시골서 넉넉치 않은 집안 살림이었지만 학문과 식견을 어머니로부터 깨우쳐 받았다. 농사니 길쌈이니는 몰라도 글씨 쓰고 책을 읽게 한 어머니. 이야기책을 빌려다 밤새도록 호롱불 아래서 베껴썼단다. 


<옥루몽><박씨부인전><삼국지> <유충렬전> 등은 하도 읽어서 한 구절 틀리지 않고 다 외웠다. 이것을 박완서에게 어려서부터 들려준 것이다. 박완서님은 <토끼전> <장화홍련전> 등을 듣고 또 들으면서 자랐다. 


요즘 나는 '예스이지영어회화'를 론칭하면서 하루 3문장을 알려준다. 그러다가 영어동화를 읽어준다. 영어동화는 쉬워서 울정쌤은 손자손녀와 함께 들으신다고 한다. 영어유치원에 비싼 돈을 들여 보내더라도 집에서 엄마, 아빠랑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언어는 내 몸에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즉 언어도 습관도 중요한 것은 환경environment인 셈이다. 


박완서 작가가 이야기꾼인 이유는 그 뒤에 어머니가 있었다. 홍기숙 어머니의 뒤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


박찬숙 선수의 김순봉 어머니


조오련 선수의 김용자 어머니 


박찬숙 선수의 어머니는 박찬숙 선수가 발군의 선수로 많은 상을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는 사실을 꼭 잊어서는 안 됨을 강조한다. 




조오련 선수는 참으로 입지전적이었다. 어려서부터 수영 선수가 되겠다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부지런하고 건강했다. 새벽에 잠자리를 빠져나와 어둑한 산길을 달려 산정에서 일출을 기다리곤 했다. 조오련은 늘 따분한 미래가 죽도록 싫었다고 한다. 열여덟 살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수영을 시작한 놀라운 영혼이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남의 것을 탐하지 말고, 비록 가난을 견디며 살더라도 바르게 살어야 헌다.


놀랍고 또 놀랍다. 18살이 되어서야, 그것도 스스로 독학해서, 아시안 게임 두 번 연승, 50개가 넘는 한국 신기록, 국내 대회 우승컵을 휩쓴 그. 가난한 시골 부모님을 스스로 떠나 도시로 나와 중국집 심부름꾼, 구두닦이, 간판집 심부름꾼 등 닥치는 대로 먹고 일하고 잤던 사람. 그런 그가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던 두 가지 습관이 있었단다. 


1. 밥은 못 먹어도 일기는 쓴다


2. 잠을 덜 자더라도 당일 나온 신문은 모두 본다. 


자신을 다스리고, 통제하고, 계획하고, 세상을 내다보는 그의 혜안이 그를 그렇게나 독립적인 인간형으로 세웠던 것일까.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조오련'이라는 지구별여행자를 만났다. 


이 서평은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해냄출판사의 책을 제공받아 38기서포터즈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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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영화 제작을 넘겨다보던 최불암은 남몰래 자기도 훗날 영화 제작을 해보리라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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