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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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_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것_인간의 커다란 능력




정보라님의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를 읽었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작가와 철학자의 이야기'를 살짝 끼워넣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형제애와 희생을 주장해서 유명해진 작가가 있었어. 그 작가는 모든 고통은 도덕률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생각해서 도덕과 윤리를 지키고 신의 뜻대로 살아야 한다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신의 뜻에 따른 최고로 고귀하고 도덕적인 행위라고 설파했어. 그래서 철학자가 작가에게 물었어. 

"네가 형제를 위해 희생해서 고귀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면 너의 희생을 받아들인 그 형제는 대체 뭐가 되지? 애초에 아무도 희생할 필요가 없는게 제일 좋지 않나?!""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바로 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느껴졌다. 




작가는 2018년 미국 SF 관련 행사에서 통증과 진통제에 관한 대담을 듣고 전쟁이 그토록 길고 잔혹스러운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이야기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작가는 사이비종교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탐사보도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사이비종교 교주들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자신이 경험한 한국사회와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잠을 줄여가면서 엄청나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도 언제나 쫓기는 삶의 두려움,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비정규직의 희망 없음, 소수자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 등· · · . 


"의미 없는 고통은 거부해야 한다." 


이 소설은 말하고 싶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모두 다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충분히 잘 먹고 충분히 잘 쉬고 내 몸을 돌보아야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며 그러면 괴로운 상황을 탈출한 길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설정 프레임을 이해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다가 중반부부터는 프레임을 이해한 뒤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복잡한 설정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작가의 치밀함이 놀랍다. 

육체적 고통에서 정신적 고통까지, 사회적 시선이 주는 고통까지 다양하게 배치한, 각자가 느끼는 고통의 다른 의미들까지 일독할 만하다. 


이 책을 삶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내 고통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북클럽을 통해 다산책방의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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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은 여전히 의심을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욱은 엽과 함께 호숫가로 나가는 데 동의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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