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야기 나비클럽 소설선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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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야기_의미와 가치_스스로 부여하는 것




진흙과 지푸라기들을 그 작은 부리로 옮겨서 집을 짓는 새를 본 적이 있다. 얼마나 많은 날개짓과 부리짓으로 집 한 채를 지었을까. <모든 것의 이야기>는 소설집이다. 김형규 소설가가 만든 그의 사유의 집이다. 삶과 경험과 지식과 세계관을 묶어 집을 짓는 사람. 그의 집을 들여다보는 시간, <모든 것의 이야기>. 




 김형규 작가는 인간, 사회, 시공간, 빛의 속도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 동양사, 러시아 현대사, 시베리아 역사를 공부했다. 대학에서 강의했다. 역사 분야 책 몇 권 짓거나 우리말로 옮겼다. 


2021년 <대림동 이야기>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변호사이며 늘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이야기>, 몇 챕터를 읽어 내려가면서 장편인 줄 알고 읽었다가 어딘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을 깨닫고 다시 앞으로 넘어가 구성을 들여다보았다. 아, 5개의 다른 이야기들이었구나. 깨닫는다. 주인공의 이름이 반복되어 한 사람이 시대를 달리하면서 전생과 현생을 사는 듯한 구도로 읽혔다. 


책 표지와는 달리 이 책의 주 서사의 분위기는 어둡고 침울하다. 지금도 이런 삶이 있을까? 싶게 화려한 도시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파편화된 인간이 지닌 외로움을 극명하게 표현해 낸다.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헛되지 않게 탄탄한 사유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작가는 노동자, 소외 계층 등 '정당한 사회적 환대와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우리에게 한번쯤 생각해보라고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들과 공감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그 제안 방식은 무례하지 않고 일방적이지 않고 다소 우울한 배경으로 다가오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계기로 한번쯤은 그들의 신발을 신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인간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사회에서 이제는 기계가 인간을 소외시키는 사회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다. 우리는 일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한다. 내 자리가 편안하고 안온하여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도 평생을 살 수 있더라도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점점 더 성숙한 존재로 성장해 가야 한다. 


 이 책을 공동체적 삶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본 이들에게, 연대하고 공감하고 성장할 준비가 된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서평은 리뷰어스북클럽을 통해 나비클럽의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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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동포라면서 차별하지 마시오.
한 노인이 칼칼한 목소리로 외쳤다.
-옳소, 차별하지 마시오.
-맞는 말이다. 풀어줘라.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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