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다는 것
김응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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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길 시인의 제8시집이다. 

그리하여 포말이 되고 싶다/쉼표와 마침표/그냥/나에게 내가/모래와 모래 사이/널 부르는 노래/부재중,에 이어 나온 8번째 시집이다. 시인의 부지런함을 인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쓰고 쓰고 또 쓰는 이만이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 수 있다면 그는 진정한 시인이다. 그의 시를 낭독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면서 느낀 건 [머문다는 것]의 현재진행형이었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머문다. 우리의 시선이 과거의 어느 한 지점에 붙박히더라도 그것을 소환하는 순간은 지금, 여기이다. 사유의 순간도 지금, 여기를 벗어날 수 없다. 시인은 늘 지금, 여기에서 사물과 세상과 사람들과 상황들을 보며 그것들을 시어로 바꾸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시 [어떤 봉사활동]이다. 그의 시선은 포괄적이다. 봉사활동을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기록에 남기려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는 간부학생들을 바라보고, 원장을 바라보고, 그것을 훔쳐보는 아이를 바라본다. 이렇게 상황을 적시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정말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러한 요식행위로서의 봉사활동에 대하여 한 번 곱씹어보게 한다. 


그의 시 [달팽이] 전문이다. 대부분의 시들이 이렇게 짧다. 길지 않지만 사유의 깊이는 깊고 생각의 길이는 저만치 길어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자신을 깊게 숨길 만한 집 한 채로 행복해 하는 달팽이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더 더!를 외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황금만능주의 노예로서의 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를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책은 한 사람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보물이다. 시집은 글밥이 많지 않으면서도 마음에 오랫동안 그 향기가 남는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시인 김응길은 교육자이자 시인이라고 한다. 일상의 친숙한 것들을 시적인 눈으로 봅으로써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있다. 그의 현재진형형을 응원한다. 


이 리뷰는 지식과감성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말이라 노인정에 갔어
엄마 닮은 할머니가
손을 잡고 놔주지 않는 거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
아들 손주 며느리 칭찬까지
맞장구치며 듣고 있는 나를
재촉하다 지친 사람들이
먼저 간 길을 걸었어
뜻 없는 이야기를 들어 준
인내에 칭찬하면서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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