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울적아
안나 워커 글.그림, 신수진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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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그림책 열 한 번째 / 호주어린이도서협의회 2016 최우수도서

<안녕, 울적아>

 

글/ 그림 : 안나 워커

옮김 : 신수진

발행일 : 2019년 2월 8일(개정판 1쇄)

초판 발행일 : 2016년 9월 10일

판 형 : 220*255mm

쪽 수 : 40쪽

출판사 : 모래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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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국내에서 2016년 초판을 발행하였으며 올해 2월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꽤 유명한 그림책인데

이번에 꼼꼼히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원 제목은 MR. Huff.

사전을 찾아보니

Huff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모양새라고 한다...

음, 우리 Huff씨!

 

표지그림과 판형을 바꿔 입고 나온 <안녕, 울적아> 개정판.

본문 내용 일부도 수정했다니

초판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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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빌'은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본다.

하늘은 비가 내릴 듯 잔뜩 흐리고

등교 준비는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이런 날은... 대체로 화나고 우울하다.

나도 지금이야 비 오는 날이 뭔가 촉촉하고 감성 돋고 해서 좋지만

어린시절엔 참 비오는 날이 힘들고 고됐다.

괜스레 투덜투덜하고 마음이 울적하곤 했다.

빌도 그랬다.

등굣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얼굴을 자꾸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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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울적한 마음은

뭉개뭉개 커지고

빌 곁에 딱 붙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명 '울적이'는 성격이 좋은 건지

침대 밑에서 코까지 골며 잘도 자고

화장실에도 따라 오고,,,

소리치며 도망가도

쫓아오고 쫓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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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은 울적이의 눈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습니다"

<안녕, 울적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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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로소 '내 마음 = 울적이'와 손을 잡는다.

그렇게 울적이와 함께 걷는 하굣길은

등굣길과 달리 반짝반짝 빛난다.

무엇이 빌을 바꾼 걸까?

 

----------------------------------------------

 

울적이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한다.

그림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할뿐.

우울한 감정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닌데

몰아내려 도망가려 하며, 빨리 처리하려 애쓴다.

그러다... 탈이 날텐데도 말이다.

내 마음속 우울한 감정을 급히 몰아내려 하지 말고

찬찬히 들여다보며 왜 그런지 한 번 물어나 보자.

그런 관심이 울적이를 행복하게 한다.

그럼 나 또한 따뜻해진다.

 

빌처럼 내 안의 울적이를 쓰담쓰담 토닥토닥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

남에게 잘 하지 말고

나에게 잘 하는 나날.

내 마음 먼저 들여다보는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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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할머니의 복숭아나무 New 이야기 그림책
탕무니우 지음, 조윤진 옮김 / 보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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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걸작 그림책 지크

<린 할머니의 복숭아나무>

 

지음 : 탕무니우

 

옮김 : 조윤진

발행일 : 2019년 2월 26일

판 형 :200*275mm

출판사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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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레오 리오니가, 일본에는 고미타로가 있다면 타이완에는 탕무니우가 있다!"

(출판사 소개 글 중)

 

탕무니우,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림책 작가지만

대만에서는 그림책 대가로 유명하다.

특히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은 엄청난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 제5회 펑즈카이 아동 그림책 우수상 수상

 

★ 2016 호서대가독 선정 올해 우수 아동도서상 수상

★ 제71회 호서대가독 좋은 책 선정

★ 2017-2018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대만관 전시 도서

★ 2017-2018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대만관 전시 도서

★ 2017 서울국제도서전 대만관 전시 도서

★ 2017 멕시코 과달라하라도서전 대만관 전시 도서

★ 대만 문화부 제6기 Books from Taiwan 번역시험본 선정 도서

★ 대만 문화부 제39회 초등학생 추천 우수 도서

★ 대만 교육부 2019 초등학교 입학생 추천 그림책

★ 대만 교육부 2018 북스타트 미취학 아동이 읽기 좋은 책 추천 도서

★ 대만시 2018 우수아동도서 추천 도서

★ 타오위안시립도서관 2018 아이가 처음 읽기 좋은 책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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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할머니네 집 앞에는 큰 복숭아나무가 있다.

모든 과실수가 그러하듯

꽃잎이 지면 풍성한 복숭아가 열릴 것이다.

 

알이 굵은 복숭아가 열린 어느 날,

 

다람쥐가 찾아와 복숭아 하나를 얻어먹더니

그 뒤로 염소, 호랑이 등등등

이웃에 사는 동물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리고 마지막엔 거북이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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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왔겠지만

복숭아가 딱 하나 남은 이때서야 도착한

거북이 가족의 앞날은...

to be continue... 뭐 이러고 싶지만 해피엔딩이다.

 

우리 린 할머니는 나눔의 아이콘이니까.

 

마더 테레사 급 하해와 같은 마음씨의 소유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현대판이다.

본인은 진정 맛보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삽시간에 사라진 복숭아를 확인할 때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고

몰려드는 동물들이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린 할머니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야속하다 여겼던 이 동물들이 낳은 결과물은

과히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대애--단하다!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또 복숭아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열릴 테니

린 할머니는 가지려 하지 않고

자연의 이치대로

베풀며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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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무채색 향연이지만

아직도 "무슨 색 좋아해?"라는 질문에

"핑크"라고 대답하는 과감함을 지닌 나.

말문이 트인지 만 1년이 된 아들내미마저

'엄마가 좋아하는 핑크'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마자

 

저~ 멀리서 봐도 핑크핑크한 이 책을 아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었는데

만 세 돌 반된 우리 아들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이 엄마는, 아이 책을 가장한 내 독서욕 채우기에 일환으로 '그림책 사 모으기'에 열중인지라

 

올해 들어 구입한 새 책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제일 열정적인 '한 번 더~!'가 나왔다.

그것도 마지막 장을 넘기기도 전에.

고객님의 이런 반응, 연사를 춤추게 한다.

'한~ 번~ 더~!'

이때의 희열이란... 이루 형용할 수 없다.

(난 자주 이런 식상한 표현을 쓰곤 하는데...

뭐 표현력의 한계라고 체념 중이다.

나만의 깊이를 보여주는 뭔가 세련된 문장, 쓰고 싶다 ;;;)

 

그리고 고객님의 취향을 아는 연사는

 

의성어를 반복해서 조금은 높은 톤으로 연기하듯 읽는데

염소가 응가를 싸는 '우수수'에서 또 빵빵 터진다.

응가, 똥, 방귀... 좋아하는 나이구나, 우리 아들.

잘 컸네.

 

 

===================

표지만이 핑크핑크한 것이 아니고

내용 또한 핑크핑크해서

어느새 읽는 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이런 훈훈한 책을

봄마중으로 읽고 보니

내 마음도 핑크핑크하다.

 

그러니 선물용으로도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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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시즈카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 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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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걸작 그림책시리즈_ 지크

<염소 시즈카>

 

글 그림 : 다시마 세이조

옮 김 : 고향옥

발행일 : 2018년 11월 30일

판 형 : 226 * 241 * 24 mm

출판사 : 보림

 

원서 제목 : やぎのしず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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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출판사 세계 걸작 그림책 시리즈 - 지크 78.

BIB상 수상작가, 일본의 그림책 거장 ‘다시마 세이조(田島征三)’의 작품이다.

 

국내에 2010년 03월 29일에 출간되어 소개된 바 있으나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총 7권의 책을 합본으로 만든 특별판으로

208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아기염소 '시즈카'가 작가 세이조의 집에 와서 살며 만들어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에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 곧 '시즈카와 우리 가족의 그림일기'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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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는 봄에 우리 집에 온 염소랍니다.

이 그림책은 아기 염소 시즈카가 엄마 염소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예요.

모두 정말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었답니다.” - 다시마 세이조

 

=

목차 + 내용

 

 

1. 아기 염소가 왔어

: 나호코네 집에 아기 염소가 왔어요. 몸은 새하얗고 눈이랑 입이랑 코 둘레, 귓속만 분홍색인 귀여운 아기 염소예요.

2. 시즈카의 결혼

: 숫염소가 다정하게 속삭이고, 시즈카는 실컷 응석을 부렸지요. 그 뒤로 시즈카의 배가 조금씩 조금씩 커졌어요.

3. 축하해, 시즈카

: 나호코는 쏜살같이 언덕 위로 뛰어올라갔어요. 갓 태어난 아기 염소가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4. 시즈카와 뽀로

: 아기를 낳은 시즈카는 우리 안을 절대로 지저분하게 내버려두지 않아요.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5. 잘 가, 뽀로

: 나호코가 걱정하던 날이 되었어요. 옆 동네 사는 큰아버지가 뽀로를 데려가는 날이에요. 나호코는 시즈카를 데리고 멀리 나갔어요.

6. 아빠의 젖짜기

: 젖을 만드는 건 시즈카의 일이고 젖 짜는 일은 아빠의 몫이에요.

7. 사고뭉치 시즈카

: 엄마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구운 과자를 몽땅 할아버지께 드렸어요. 나호코는 엄마가 구운 과자를 하나도 먹지 못했답니다

(출처: 알라딘- 줄거리)

 

 

위에서 밝힌 것처럼

일본에서는, 1981년에서 1983년 12월까지 <염소 시즈카(やぎのしずか)>라는 제목의 시리즈 7권으로 나온 작품을

국내 출간 시 합본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목차에 적힌 제목이 번역원서 각 권의 제목이기도 하다.

7권 <사고뭉치 시즈카>만 원서 제목(しずかのさんぽ;시즈카의 산뽀)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기 염소의 이름 ‘시즈카(しずか)’는 일본어로 ‘조용, 조용한 상태’라는 뜻으로,

너무 크게 울부짖어 이웃들에게 민망한 나머지 염소에게 “조용! 조용히 해(しずかに)”라고 소리치다 보니

어느새 그것이 이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찌나 이름도 잘 지었는지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봄에 나호코네 집에 온 아기 염소와 함께 가을, 겨울을 지내고

다시 봄이 올 때까지 한 해의 일상을 그린 이 작품은

시즈카가 나호코네 가족과 함께 살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느 면에서는 시즈카로 인해 다양한 일을 겪으며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더불어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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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염소가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고

사랑을 나누고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애지중지 기르다

떠나보내는 일련의 사건은

단지 시즈카만의 에피소드는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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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서적의 형태상 특징을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는 페이지.

그래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나가야 한다.

글씨는 세로쓰기에

마침표, 괄호처리 등 문장부호는

모두 일본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견고하지만 부드러운 글씨체까지.

 

이 모든 것이 다시마 세이조의 거칠지만

일면 따스한 그림책 속 또 하나의 그림, 이미지라는 생각이 든다.

 

뒷커버부터 열어보는 책이라

어른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편견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다양한 형태의 서적을 소개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그림 중간중간 글밥이 없는 장면엔

더할 나위 없는 강렬함이 느껴져

더욱 집중해서 빠져들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책 말미에 담긴 <작가의 말>을 꼼꼼히 읽고 다시 읽기를 추천한다.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작가 세이조의 '자전거찾기'도 하나의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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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들의 집 보림 창작 그림책
김한울 지음 / 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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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우리들의 집

글/ 그림 : 김한울
발행일 : 2018년 11월 15일
판   형 : 227 * 306 * 17 mm
출판사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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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커버란 무슨 의미일까?

난 커버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대부분 커버가 있는 책은 양장본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책에 무게감을 주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원할 때,
원서는 그렇지 않더라도 번역출간하며 양장본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괜스레 하드커버에 겉지가 입혀져 있으면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
나도 그래서일까, 커버가 있는 책이 좋다.

그런데 그림책에서 커버란 무엇일까?

관심을 가진지 1년 남짓한 그림책 초보자인 내 생각엔
그림책에서 커버는 ... 선물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
그래서 언젠가부터
그림책에 커버가 입혀져 있으면 더욱 유심히,
그리고 기대를 한껏 하며 열어보게 된다.

커버를 벗기는 그 순간의 기대와
약간의 긴장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14마리의 아침밥>의 커버를 벗기며
이렇게 귀여울 수가~를 연발하던 내가
이 책의 커버를 펼쳐보고는 한동안 침묵했다.
소장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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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봤던 겉지와 표지의 구성은
인물 행동의 차이,
혹은 작가가 뜻하는 바를 전하는 새로운 무엇이 더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은... 예상을 뒤엎는다.
겉지 속면에 작가가 그리던 그 시절의 동네 풍경을 확대해서 담았다.
하나의 예술작품이란 이런 것이구나.
앞면지에 동일한 풍경이 담겨 있지만
왠지 다른 풍경 인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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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한울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사라지는 집들을 눈여겨보면서 작품을 만들었고
'자라나는 집’과 ‘일구어진 땅’이라는 두 번의 개인전을 열어
잃어버린 집과 공동체에 대한 상실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작가의 첫 그림책인 <안녕, 우리들의 집>에서는 전시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가 다른 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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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렇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 덩그러니 집만 남은 그곳에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개,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
오늘도 수다를 떠는 새 또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그것은 집과 나무,
그곳의 모든 것을 부수고 쓰러뜨린다.
동물들은 제 보금자리가 사라져도 속수무책.

그런데 보름달이 유난히 밝게 빛나던 날,
고깔을 쓴 너구리들이 찾아온다.
손때 묻고 사연 많은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너구리들은
이곳저곳을 살피며
버려지고 남겨진 것을 챙겨서
유일하게 남은 그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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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는 다르지만
너구리와 남은 동물들은 힘을 합해서
이 집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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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은 아늑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활기찬 목소리, 웃음소리가 되살아났습니다.
초록 덩굴이 금이 간 벽을 감싸 안고,
깨진 창문 너머로 꽃이 피어났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

 

글귀와는 다르데
왠지 난, 이 그림이 쓸쓸하다.

쓰러진 나무,
사방으로 무너진 벽,
그저 황망할 뿐이다.

동이 트면 마지막 집도 사라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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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면지에는
한 귀퉁이에 '지은이의 말'이 담겨 있다.

제가 살던 집은 낡았으나 특별했습니다. 그곳에 찾아오고 함께 살던 동물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담벼락구멍으로 주둥이를 내밀며 인사하던 강아지, 볕 좋은 날 길에 누워 일광욕하던 고양이, 날마다 마당에 찾아오던 산비둘기 부부, 작은 틈새마다 비집고 피어나던 민들레...
이런 풍경들이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풍경 속에서 스며든 너구리는 어쩌면 그들과 함께 남아 있는 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소식을 알길 없는 그들, 사라진 집과 동네와 그곳을 떠나면서도 떠날 수 없었던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이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은이의 말(전문)-

우리도 나이를 먹는다.
동네도 건물도 다 함께 세월을 먹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드는 것은 순리.
그런데 사람들은 편의성을 위해 세월을 거스른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아쉬운 요즘이다.

그림책이 또 한 번 엄청난 것을 담아냈다.
작가의 다음 책이 이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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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혼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올가 토카르추크 글,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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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을 울리는 책, 작은 그림책이 엄청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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