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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탄생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아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5월
평점 :
그리스도의 탄생 –엔도 슈사쿠
엔도슈사쿠가 바라보는 예수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생각하게 한다.
침묵에서 시작한 나의 엔도 슈사쿠의 인연은 그렇게 그의 모든 책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믿어왔던 나에게 연못에 돌은 던진 그의 질문은 오랫동안 나에게 예수는 어떤 의미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계속 질문하게 했다.
나는 제자들과 다른 예수를 꿈꾸었을까?
예수의 생애에서 힘없고 무능력한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모습을 만나면서 사람들의 기대와 반대를 무릅쓰고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예수와 동행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우리가 삶의 무수한 도전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침묵은 신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의 화두를 던지면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사람들 가운데 신은 없었다. 과연 신은 우리와 함께 하지 않았을까? 나의 고통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걸까? 하지만 그 순간 신은 나의 선택을 기다렸고 그 선택을 이해했으리라고 믿고 싶었다.
“나의 종은 성공을 거두리라. 그는 높이 올라 숭고해지고 더없이 존귀해지리라“ 라는 예언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많은 이들의 열광적인 기대와 꿈을 모았던 때의 예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는 그들의 기대와 꿈을 거부하고, 무능력한 자로 사람들에게 ”멸시 받고 배척당한 것이다“. 그때부터 힘든 방랑의 여정이 이어졌고, 제자들조차 대부분 예수에게서 떨어져 나가 ” 모두 양 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 갔다“ 그는 의회로부터 잔혹한 재판을 받았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제자들의 죄를 메고 죽임을 당했다. 그 죽음은 주님의 뜻이었다. 그래서 예수는 죽기 직전에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용서하도록 하느님께 청했던 것이다.
-고통스럽고 긴 밤 중에서
그리스도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이 된다.
현대의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가 십자가 상에서 돌아가신 후에 제자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처럼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영원한 동반자로서 “세상끝날까지 너의와 함께 있겠다” 라고 말씀이 잔잔한 위로가 된다.
스승을 버리고 도망친 제자들이 다시 돌아와 용감한 신념의 사도로 탈바꿈된 것처럼 그리스도는 그렇게 십자가 죽음 이후에 탄생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