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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이효석 문학상은 나에게 단연 최고였다!!
수상작 모음인데 이렇게 한편 한편 다채롭고 완벽하게 재밌을수가 있을까..
각 단편마다 시대를 반영한 주제로 오랜만에 아주 마음에 드는 수상작품집이다!!
“애도의방식-안보윤”
대상은 단연코 최고였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사망한 가해자..
들 사이의 숨겨진 비밀.. 그리고 비밀을 알고 싶은 가해자의 엄마..
담담하게 폭력적이지 않게 그려지지만 주인공에게 느껴지는 무언의 폭력..
안보윤 작가의 후속작이 기대된다!!
P. 64
계단을 내려가 중앙 현관에 있는 거대한 유리문을 열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장면을
연수는 계속 상상하며 걸었다.
그것은 적어도 복도 창 너머 크고 단단한 돌덩이를 상상하는 일보단 나았다.
중앙 현관을 넘고 나면 이제 다시는, 어떤 문 안으로도 몸을 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연수는 너머의 세계에 있기로 했다. 그것은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적어도 연수에게는 그랬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강보라“
이 소설은 다른 단편집에서 먼저 본 작품인데..(소설보다 봄)
또 읽어도 참 좋았다.
여행지(발리)에서 느끼는..
그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단편이라 더 와 닿았다
'취향의 계급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 시대 고급문화에 대한 허영과 자존감 사이에 놓인
개인 심리의 미묘한 저울질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P. 105
한국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게는 절대 곁을 내어주지 않는 여행자들의 웃음소리가.
나는 잠시 후 그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누군가가 내 방문을 가리키며 저기 묵는 분도 한국인 아니에요?하면
누군가가 심드렁하게, 그렇지만 약간의 멸시를 담아 받아친다.
아아, 그 부르주아 아줌마?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김병운”
성적 소수자인 삼촌과 성적소수자인 주인공 나/
죽은 줄 알았던 삼촌을 친구와 함께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퀴어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냥 가족 소설이라 말해주고 싶다.
P. 154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자작나무숲-김인숙"
특별히 결말까지 너무 좋았던 작품
쓰레기 호더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집을 상속 받고 싶은 손녀의 이야기.
미스테리하면서도 너무나도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P. 190~191 할머니는 쓰레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니 나를 책임지기로 결정했을지도.
이런 스토리는 평범하지는 않으나 결코 비범하지도 않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비범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나는 평범하지 못한 사람의 손녀로 살아가면서도
결국에는 비범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운명을 가졌다는 뜻이다.
한편 한편 다 너무 좋았던 2023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집!!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