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된 만화가, 이현세 - 우리시대 마이스터 2
이현세 지음 / 예문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가 이현세를 떠올리면 머릿속엔 저절로 까치와 엄지가 생각난다. "까치와 엄지는 이미 내 품의 자식이 아니다" 라는 이현세씨의 말처럼 이미 까치와 엄지는 그의 만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상징된다. 또한 까치는 한국 만화계를 대표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캐릭터로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아련히 남아있다. 이현세씨의 작품에서 까치가 등장하지 않으면 웬지 허전한감이 느껴지는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까치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려던 작가가 결국 포기한것도 이현세=까치 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깊게 각인이 되어서이다.

이처럼 까치라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현세씨의 만화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볼수 있는 이 책은 그의 개인사 뿐 아니라 한국 만화계의 역사를 볼수있다. 29살때 [공포의 외인구단]을 시작으로 [블루 엔젤] [지옥의 링] [남벌] [아마게돈] [천국의 신화] 등 다양한 작품들을 쏟아내며 한국 만화계에서 입지적인 인물로 떠오르게 된 이현세씨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재능은 한국 만화계를 한단계 격상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이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등 다양한 매체와의 교류를 했고 까치라는 캐릭터를 통해 순정체,극화체,명랑체가 다 수용된 캐릭터를 선보이는 등 그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도 있었다. 언제나 이것이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는 그의 말에서 오직 만화만을 위해 살아온 한 만화가의 치열했던 삶이 느껴진다. 그림 그리는게 좋아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만든 그에게 오직 만화만이 그의 삶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에게 평탄한 만화가의 삶을 허락하지는 않았다. 암울했던 그 시절, 만화는 사회악이고 저질과 불량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그 시절 만화가들이 느꼈을 울분과 슬픔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정도다. 자유로운 상상과 창작의 길을 가로막은건 사전 검열이라는 제도였고 그것은 곧 한국 만화의 수준을 제자리에 머물게 하고, 심지어 후퇴시키게 만들었다. 지금 들으면 실소가 나게 하는 검열의 잣대는 만화가들의 의지와 열정을 꺽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인물의 표정이 어둡다고 밝게 그려넣으라는 검열 지시는 웃음만 나올 뿐이다.)

그런 시대 상황속에서도 끝까지 작품을 만들고 창작의 꽃을 꽃피운 만화가들의 모습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세씨 또한 사정없이 들이닥치는 검열속에서도 꿋꿋히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그려나갔다. 그러나 오랜 시간동안 기획하고 준비한 야심찬 대작 [천국의 신화]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던 순간은 그 뿐 아니라 만화를 사랑하는 일반 대중들 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 사건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문화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반증이었다.

대체 그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음란하다"의 기준은 무어란 말인가. 뚜렷한 이유없이,증거없이 한 만화가의 작품과 인생을 난도질하는 공권력의 만행에 부르르 치를 떨었던 그 사건은 결국 6년뒤에 무죄로 판결이 났지만 과연 그 6년의 시간은 과연 누가 보상한단 말인가. 한순간에 이현세씨를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에서 음란만화가 라는 오명을 쓰게할수도 있었던 크나큰 사건이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사라졌고 오랜 시간후에 무죄 라는 말 한마디로 이 사건을 마무리지은 것이다.

그 사건후에 이현세씨는 그 일이 자신에게서 신명을 빼앗아 갔다고 적고있다. 너무도 그리고 싶고 이야기 하고 싶었던 [천국의 신화] 라는 작품을 더이상 치열하게 그릴수 없었노라고 말하고 있다. 6년의 시간은 그에게서 신명을 빼앗아 간 것이다. 처음 기획대로 그렸다면 애초 목표였던 100권을 마쳤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내뱉는 그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너무도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뿐이다. 아무 죄없는 사람을, 한창 신나게 그림을 그려야할 사람을 그토록 만든 이 사회에 말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그가 신명을 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오랫동안 계속해서 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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