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바람의 기억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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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추위를 많이 타고 습한 것을 싫어하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비와 찬바람이 싫었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만사가 힘들고, 외출에 실패한 것이 다반사였고 혹여나 찬바람이 동반한 소나기에는 어린 마음에 등교거부까지 한 적도 비일비재했다. 그런 내가 이번에 선택한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와 바람의 기억>이란 제목을 가진 에세이였다.


아무래도 작가는 나와 다르게 비와 바람을 굉장히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슥하고 스쳐가는 비와 바람을 그 모든 날만의 새로운 느낌으로 풀어나갔다. 어떤 날은 창 밖에 내리는 비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또 어떤 날은 소나기에 개의치 않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고는 우산을 던져 버리고 같이 뛰놀기도 한다. 그러다 맞이한 무지개의 아름다움이 그 어떤 것에 견주어 못날 리가 없다.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까지 무지개의 향연에 빠진듯해 잠깐이나마 비가 좋아진 기분도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람을 나열하던 때였다. 편백나무 숲에서 마주한 편백나무 의자. 작가는 그 의자에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작가의 말이 옳다. 나무를 죽여 만든 의자지만, 나무는 그 의자가 되어 살아있다. 정말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알 수 없다는 게 맞다. 이윽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모두 비의 무게를 견뎌내며 산다는 것도 마음에 스며들 듯 깨달았다. 잔바람에도 휘청이는 들꽃잎 또한 비가 내리면 그 비의 무게를 온몸을 바쳐 견뎌낸다. 그렇게 한 나절을 버티고 나면 이제는 세찬 바람이 불어도 이겨내는 강인함이 생기고 만다. 그것이 성장이고 또 사랑일 것이다. 


작가의 한 마디에 바람이 불었다가, 끝끝내 비도 내렸다가, 그 비를 견뎌내니 햇살도 잠시 비춘다. 아, 비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는 순간 끝나버린 페이지에 아쉬움이 그득하다. 언젠가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견뎌낼 수 있을 때 다시 꺼내어 본다면, 나 또한 들꽃처럼 성장해있을까.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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