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 이어령 창조학교 Creative Thinking Academy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어령 선생님의 글을 처음 읽었다. 

'전 장관님'보다 나는 아무래도 글을 쓴다는 입장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맞다. 

 방대한 량의 자료조사가 필요했을 것 같았다. 

그것을 이어령 선생님이 직접하셨는지, 제자들을 시켰는지 따위가 나는 궁금하다. 

'자문화중심주의' 라는 말이 내내 떠오르는 책이다. (부정적인 의미와 긍정적인 의미가 절반씩)

우리나라 문화와 풍속을, 아주 작은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셨다.  

 

사실 나는,  

'생각 창조학교' 라고 해서, 이어령 선생님이 글을 쓸 때 어떻게 생각을 창조해내는지를- 

알고 싶었으나, 

전혀 그런 책이 아니라, 

우리 한국 문화 아이템들에 대한 이어령 선생의 생각들이 들어있는 산문집이라고 하면 맞겠다.
또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부분도 많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물에 빠진 당나귀' 얘기와 '밧줄이 낙타가 된 이야기' , 
그리고 '아오모리의 벽화' 이야기였다.

1. 우물에 빠진 당나귀 이야기 

p.48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당나귀가 빈 우물에 빠졌다.
농부는 슬프게 울부짖는 당나귀를 구할 도리가 없었다.  
마침 당나귀도 늙었고 쓸모없는 우물도 파묻으려고 했던 터라 농부는 당나귀를 단념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동네 사람들은 우물을 파묻기 위해 제각기 삽을 가져와서는 흙을 파 우물을 메워갔다.

당나귀는 더욱 더 울부짖었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웬일인지 당나귀가 잠잠해졌다.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 우물 속을 들여다보니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나귀는 위에서 떨어지는 흙더미를 털고 털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래서 발 밑에 흙이 쌓이게 되고, 당나귀는 그 흙더미를 타고 점점 높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당나귀는 자기를 묻으려는 흙을 이용해 무사히 그 우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 던진 비방과 모함의 굴욕의 흙이 오히려 자신을 살린다.  
남이 진흙을 던질 때 그것을 털어버려 자신이 더 성장하고 높아질 수 있는 영혼의 발판으로 만든다. 
그래서 어느 날 그 곤경의 우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맞게 된다.  

 

2. 낙타는 성경 속에서 운다. 

 마태복음 19장 24절과 마가복음 10장 25절을 펼쳐보라.

거기에는 분명히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약대(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니라 I say unto you, It is easier for a camel to go through the eye of a needle, than for a rich man to enter into the kingdom of God' 라고 되어 있을 것이다.

부자가 천국으로 들어가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서커스단에 소속된 것도 아닌 낙타가 무엇 때문에 바늘귀로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성경 구절만큼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그토록 많은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드물 것이다.  

더구나 많은 연구가들이 이 성경 말씀이 오역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지적하는 데도 말이다.

발터 크래머도 『상식의 오류사전2』에서 오류 중 하나로 이 성경 구절의 오역을 예로 들고 있다.
원전대로 하자면 그것은 '낙타'가 아니라 '밧줄'인데 잘못 번역되었다는 것이다.  

아람어Aram어로 밧줄은 'gamta'고 낙타는 'gamla'다. 'T'와 'L'의 글자 한 자 차이로 밧줄은 낙타가 될 수도 있고, 낙타는 밧줄로 변할 수 있다.
결국 그 한 자 차이의 잘못으로 '부자가 하늘나라로 들어가기보다 밧줄이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니라' 라는 말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으로 오역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이에 대해 이견은 있다.) 

  

3.  

아오모리의 벽화 -이어령. 

그림은 긁는다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그리움에서 나온 말이다.
그림은 글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에 징용 온 조선 사람이
아오모리 탄광의 어두운 벽을
손톱으로 긁어 글을 썼대요.
 

어무니 보고시퍼

고향의 그리움이 글이 되고
그림이 되어  

남의 땅 벽 위에 걸렸대요.


아이구 어쩌나 어무니 보고시퍼
맞춤법에도 맞지 않은 보고 싶다는 말
한국 말 '싶어'는 참을 수 없는 욕망의 언어

...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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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 

사람의 몸은 아주 놀라울 정도로 적은 영양분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영양분을 섭취했을 때는
그것을 처리하는 장치와 방도를 모른다. 

 

p.46 

아주 오래 전에 잊혀진 물건들이 치매에 걸린 노인처럼 누워 있기도 한다. 

  * 풀은 무엇인가를 붙이는 접착력이 생명이다. 붙지 않는 풀은 이미 풀이 아니다. 

그러나 약품을 잘못 혼합하여 붙었다가도 떨어지는 불량 풀이 만들어졌을 때 3M같은 메모지용 풀이 발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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