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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금봉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평점 :
#광과모서리를닮은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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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땅
#서평
제목, 지은이, 표지그림.
이 삼박자가 어울려 엄청난 포스를 뿜어대는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늘어진 흰 티를 입은 여자가 세상 편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있다.
광? 모서리? 모서리를 닮은 여자라... 성격이 까칠한가? 또 광은 사람인가?
이것은 모서리를 닮은 여자와 특별한 남자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어 과감히 생략)
아, 모서리는 상징과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탁자의 모서리이다.
여주(설휘/서리)는 탁자의 모서리를 닮았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탁자 말이다. 로맨스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탁자의 모서리를 닮은 여주가 있었던가?
남주(운)는 흰 얼굴에 큰 키, 태평양도 품을 어깨를 지녔다. 여주와의 첫 만남에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건넨말이
"잘 봐요, 닮았어요."
...
"자 이렇게 밖에서 보면 화가 난 것 같고, 이렇게 안에서 보면 슬퍼 보이죠?" (25쪽)
그래도 서리는 운이 좋단다. 관계의 시작에 앞서 더하고 빼며 계산기부터 두드리는 요즘시대의 사랑과는 운을 향한 서리의 사랑은 무모하리만치 절대적이다. 운을 향한 서리의 사랑은 문득 <창세기/9와 숫자들>의 한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그대는 내 혈관의 피
그대는 내 심장의 숨
그대는 내 대지의 흙
그대는 내 바다의 물
그대는 내 초라한 들판
단 한 송이의 꽃
그대는 내 텅 빈 하늘 위
휘노는 단 한 마리의 신비로운 새...“
창세기/9와 숫자들 중에서
서리와 운 외에도 이 이야기에는 시소, 일복, 이여사 등의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이한 이름만큼 독특하고 사연 많은 캐릭터들이다. 마치 그 시절 우리를 설레게 했던 웹소설 재질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사랑 이외에도 직장 내 갈등, 이혼과 재혼 등 우리가 보편적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다뤄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함께 울고 분노하게 하며 웃게 만든다.
'처음은 누구나 힘들고 낯선 법이다. 그게 사랑이든 이별이든 죽음이든 생명이든 말이다.' (196쪽)
이들은 함께하면서 삶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낯설고 힘든 일들로 상처 난 마음과 몸을 보듬어간다.
소설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로맨스인 만큼 달달했던 구절 몇 가지 소개하며 감상평을 마친다.
(잘 기억해뒀다 써먹어보시길)
"내일 아침 태양을 보고도 오늘 같은 생각이 또 들면... 내일 또 올 거야. 잘 자, 서리." (62쪽)
"비싼 지우개가 지난 것처럼, 완벽하게 안녕." (126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