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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의 비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미술작품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어느 경매에서 누구의 그림이 수십억 원에 낙찰되었다는 이야기에는 귀가 번쩍 뜨인다.
캔버스 전체를 한 가지 색으로 칠하거나 물감을 마구잡이로 흩뿌려놓았는데도 고가에 팔리는 그림도 있다.
유명한 화가의 미술전에서 우리 집 6살 아이의 스케치북에서 많이 보던 느낌의 그림을 마주했거나 흰 캔버스에 점하나만 달랑 찍혀있어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비단 나 혼자만의 일은 아녔으리라.
이러한 알쏭달쏭 오묘한 미술계를 풍자라도 하듯 거액의 그림과 4살 아이의 낙서를 미술평론가에게 구분해 보라는 퀴즈가 한때 온라인을 떠돌던 것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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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 교수의 저서 ‘그림값의 비밀’은 자본주의(소비주의/상업주의)의 관점에서 미술시장(작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림(혹은 예술작품)이 가진 가치가 값(돈)으로 환산되는 과정과 이에 작용하는 다양한 요소를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쉬운 언어로 우리의 물음에 답해주고 있다.
“그림은 두 번 태어납니다. 화가의 손에서 한번, 그리고 컬렉터의 품 안에서 또 한 번 태어납니다.”(5쪽)
이것은 이 책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그림 값을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수의 명작들도 결국은 컬렉터, 혹은 아트 딜러의 눈에 들어 소비자인 대중 앞에 놓일 기회를 갖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억 소리 나는 작품들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얼마 전 강연에서 유홍준 교수는 명작은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말하였다. 디테일하다고 다 명작은 아니지만 명작의 필수조건으로는 바로 그 디테일에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그렇지만 미술시장에서는 이 미학적 요소만으로 값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가치 = 가격 = 돈
‘이 작품을 사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피카소의 작품은 연평균 대략 9%의 수익성이 있다고 한다.(내 주식 포트폴리오보다 성적이 좋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돈과 예술가의 삶을 다룬 8장이었다.
물질적 가치와는 동떨어진 예술적 가치만을 추구했을 것 같던 대가들의 이면이 무척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완성된 작품 값을 후려치기 당한 을의 입장이었던 다빈치, 빚이 많았던 빛의 화가 렘브란트가 사실은 암스테르담의 영끌족이었다는 것, 예술만큼 금전에도 열정적이었던 미켈란젤로는 잔금이 늦어지면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밥벌이의 지겨움(9쪽)’속에서 탄생한 명작이라니!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