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 - 맛있는 위로의 시간 나와 잘 지내는 시간 2
강효진 지음 / 구름의시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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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한다는 건 뭘까?

사전적 정의로는 마땅한 예로써 대함. 음식을 차려 접대함. 이란다. 그러면 마땅한 예로써 음식을 차려 접대하는 것. 이정도로 정리해두자.

 

내가 마지막으로 대접했던 것은 두 달 전 둘째 아이의 돌잔치였던 것 같다. 레시피 몇 개를 비교하여 가장 간단한 것으로 뽑아두고 그 날 아침의 준비순서를 머릿속으로 반복했다. 결과는 대만족. 먹기도 보기도 좋은 손수 마련한 음식을 아끼는 그릇에 곱게 담아내었다. 칭찬도 받았다. 그러나 손님대접에 여념이 없었던 남편과 나는 정작 그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 일 년 동안 어린 생명체 키워낸, 마땅히 스스로를 대접해야할 그날, 정작 나에 대한 대접은 놓치고 말았다.

 

강효진 작가는 솔직하다. 대식가임을 당당히 밝히고 음식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들이 차려준 음식을 많이 먹는 먹방과는 다르다. 고단할 하루를 대비하고 또 그러한 하루를 살아낸 자신에게 스스로 대접하는 그 과정에 진심이다.

한편의 글 뒤에 선물같이 소개된 강효진표 레시피 또한 소박하다. 간결하지만 그렇다고 그 편이성을 위해 무턱대고 맛을 위한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도 쉬이 도전해볼만하다.


 

강효진 작가의 이야기는 잔잔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스스로를 대접하세요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한 끼의 소중한 식사(셀프 상차림이건 외식이건)를 위한 과정속의 그 진심이 독자들로 하여금 앞치마를 두르게 한다.

 

강효진 작가는 성공했다. ‘얼굴도 모르는 당신이 자신과 잘 지내길 바란다말했다. 믹스커피 한잔이 아점이 되고 새우탕에 삼김이 주식이던 내가 태어나 난생처음으로 감자옹심이와 무전을 통해 나를 대접했으니 말이다. 싹이나 푸르딩딩하던 감자를 손수 강판에 갈았고, 어묵탕 국물용으로만 쓰던 무를 잘라 우리 집 식탁에도 달이 뜨게 했으니 말이다. 주문도, 물과 단무지도, 주유도 셀프. 이렇게 셀프가 넘치는 세상에 왜 자신에 대한 셀프대접은 그토록 각박했는지 모르겠다.


 

강효진 작가님. 도토리묵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는 사실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첫째아이 마중 나갈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 저녁은 저를 위한 청양고추를 듬뿍 썰어 넣은 칼칼한 된장찌개를 끓여 보려고요.

 

*책키라웃과 구름의 시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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