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의태는 일제 치하로부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민족의 앞잡이를 처단하려고 하지만 함께 있는 가족을 보고 암살 계획을 철회한다. 실패를 만회하고자 또 다른 암살계획에 뛰어들지만 착오로 인해 엉뚱한 인물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는 검거된 의태가 감옥에서 겪는 내적 갈등에 초점을 두고 흘러간다.
#화두 및 언어
작가는 간수 료스케의 말을 빌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정의라는 게 무엇이요?”(152쪽)
이 질문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은 ‘아, 이우 작가는 독자들이 편하게 책을 읽어내도록 가만히 둘 생각이 전혀 없구나.’ 뭐, 연극의 3요소에 관객도 포함된다니 치열하게 함께 고민해볼 작정이다.
과연 우리에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명분이나 권리가 있을까? 있다면 그 정당성은 어디로부터 누구에게 부여되는 것일까? 술김에 타인을 해친 살인자와 민족의 이름으로 앞잡이를 처단한 의병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막이 내릴 때까지 의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을 겪는다. 그의 언어는 그의 정신처럼 명징하지만 묵직하다. 굳이 글꼴로 비유하자면 나 시종일관 진지해의 궁서체와 견실한 맏형 느낌의 맑은 고딕의 조합이랄까.
제 1막이 내리기도 전에 우리는 의태에 투영된 민족의 영웅을 쉬이 떠올릴 수 있다. 그 영웅은 태생부터 다른 흠결 없는 성역이다. 그러나 이우 작가는 영웅적 면모의 이면에 있는 고뇌, 나약함 등 그가 지닌 인간적인 면을 묘사함으로써 견고한 성역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에필로그
일전에 6살 난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자꾸 밀치는 친구가 있다는 하소연에 “너도 밀어”라고 나의 말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꽃잎반 선생님이 똑같이 행동하지 말라 그랬어.”
크건 작건 스케일은 다르지만 우리는 누구나 꽤 자주 정의의 정당성이라는 딜레마 앞에 놓여있다. 이러한 보편성이 두루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읽어야 할 이우도 있고, 읽어야 할 의무도 있다.” 하루빨리 무대에서 만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