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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어 - 양희은 에세이
양희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그럴수있어
#양희은
#웅진지식하우스
📖지난 주 이 책을 받고 남편과 카페에 가서 읽다가 눈물 콧물 조용히 훔쳐 가며 먹먹한 마음을 쓸어내렸어요. 유쾌하고 씩씩한 문체도 있지만 유독 지나간 시간 ,떠나간 인연들에 대한 내용에 감정의 홍수가 일었네요.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쓴 글은 잘 읽지 않지만 양희은님은 다를거란 기대로 신청 했었는데 역시나....멋진 어른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습니다. 흡사 라디오를 틀어 놓은 듯 [여성시대]를 듣는 기분도 들었고요.
👍유독 마음 아리게 흠뻑 취했던 챕터는 [1장 우리는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였습니다.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등장해주는 것이 인연이라는데..떠나고 나면 소용없는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좋아하고 나를 지탱해주는 인연들을 소중히 지켜내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저는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이 어지간히 급한 일 아니고서는 거의 없는 편이에요. 안부를 묻거나 공유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 톡이나 DM으로 몇 줄 건네는 것이 전부인 성향. 걸려오는 전화는 반갑게 받지만 도통 먼저 거는 법이 없기에 어제는 큰 마음을 먹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12년의 대전 생활 중 귀하게 얻은 두 사람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근황과 다가올 여름방학에 대한 서로의 위로를 나눴어요. 방학이 끝나고 선선한 가을이 오면 올라가겠노라 했더니 한 친구는 대전과 김해 중간인 대구에서 접선하자는 이야기를 해 저를 웃게 해주었네요.
👩❤️👩그리고 30년지기 친구에게도 전화를 해 각자의 시어머니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는 인사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친구와는 서울과 김해라는 물리적 거리도 있지만 각자의 삶이 고단하다 보니 경조사 아닌 이상 자주 보긴 힘들더라고요. 재작년 시아버님의 갑작스런 부고에 한달음에 달려와 몇 년 만에 마주해도 어제 본 것 같은 친구의 따뜻한 손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살아가며 우린 몇 번이나 더 마주 할까... 교환일기를 쓰고 스티커를 마구 붙여 꾸민 편지를 주고 받으며 깔깔 거리던 옆집 친구에서, 이제는 마흔을 훌쩍 넘긴 학부모의 삶에 각자 고단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크면 여행도 해보자고 늘 말하지만 그땐 또 서로의 건강이 녹록치 않아 골골거리는 서로를 위로하겠지요..
☎️이렇게 전화 한 번으로 내 마음 전할 수 있었는데 뭐 그리 어렵다고 안 해 버릇했나 모르겠어요. 할 수 있을 때 많이 전하고, 나누고 ,그렇게 내가 좋아하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과 함께 익어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주일 내내 비소식이 있더라고요..
오늘 점심 먹고 커피 한 모금 하면서 그리운 사람들에게 다정한 손길로 먼저 안부 묻는거 어떨까요?
🩷할 수 있을때 후회 없이 많이 나누고 사랑하며 살아요 우리
<본문 中>
나이 들수록 산다는 일이 쓸쓸하기 짝이 없다. 계절이 바뀌면 그것도 쓸쓸.혼자서 잠들었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앉아 있을 때, 문득 어린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 그것도 쓸쓸.나이 들어감이 쓸쓸. 여기도 쓸쓸,저기도 쓸쓸. 그런데 강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이상하게 고요하다.
서로 무슨 말이든 털어 놓는 사이, 그 사람들과 모여서 밥이든 걱정이든 무엇이든 나눈다. 서로의 안전과 건강을 살핀다. 그렇게 함께하면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많이 웃는다. 어쩌면 이런 것이 장수의 비결이겠다. 넉넉하게 많이 웃으면 못 이겨낼 것도 없다.
이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친구가 떠난 지도 10년이 지났는데더 흉터만 남은 상처에 묵직하게 둔통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내 인생에 소중한 사람들을 나는 살면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우리는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내 자신이 싫을 땐 바닥까지 내려가보고 남이 미울 땐 '걔도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생각해보고 인생도,관계도,시련도 끌어안아버리는 그 말,
"그럴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