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13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품집
윤대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김유정 전집에서 김유정이 치질로 고생했던 장면을 본 것 같다.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편지를 쓰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닭과 뱀?을 몇 십마리씩 잡아먹어야 한다고 썼던 것도 같다. 아무튼 무언가 기분좋은? 찌질함을 느꼈던 것 같다. 몇 편 읽어보진 않았지만 김유정의 소설에도 그런 찌질함이 묻어났던 것 같다. 봄봄도 그렇고 동백꽃도 그렇고 상당히 등장인물들이 찌질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그의 그런 찌질함이 좋았기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김유정문학상이 소설집으로 묶여 나온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웃자고 하는 소리 치고는 전혀 웃기지 않은 것 같아 머쓱하기도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 뇌리에 가장 인상깊게 박힌것은 '한국수력원자력'에 바치는 감사의 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재정지원을 약속했기에 김유정문학상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란다. 도대체 '한국수력원자력'은 어떤 이유로 김유정문학상을 지원하게 되었을까? 뭐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다. 그저 '한국수력원자력' 덕분이라고 하니 나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데, '한국수력원자력'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려면 물을 아껴써야 하는 것일까 물을 많이써야 하는 것일까? 환경을 생각하면 아껴써야 하겠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직원들을 생각하면 펑펑써야만 할것도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 책을 출간해준 은행나무 출판사에 감사하기로 했다. '유정'에 대한 심상찮은 집착?을 보여준 은행나무 출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이다(정유정, 김유정 다음 유정은 누가 될 것인가!!).


책에 수록된 소설은 김유정 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김유정같이 쓰자가 이 상의 목적은 아닐테니 당연한 것이겠지. 하지만 수상작품 선정이유에서 거듭 밝혀진바에 의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게으른 독자를 대신에 매년 수십 수백편의 작품을 뒤져 우수작들을 가려내준 눈밝은 심사위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그게 나의 게으름에 당위성을 부여하도록 해서는 안되겠다.


막 쩔어!! 하는건 아니지만 책장에 꽂아 놓고 몇번은 다시 찾아 읽어보고 싶은 소설들로 구성되었다. 그러니까 당신도 사서 책장에 꽂아놓고 읽으라는 뜻이다. 


포털에 '김유정'으로 검색하면 배우 김유정을 닮은 브라질의 축구선수 '티아구 실바' 보다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김유정 작가님이지만,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됬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