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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평점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소리는 쉽사리 남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였다. 정신병원이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가 함양되어 있었고 ‘정신병자’라는 말은 욕으로 들릴정도였다. 그만큼 사람들은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았고 정신상태가 정상인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앓고 있다. 한 마디로 정신이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조금씩 퍼지면서 ‘정신분석학’, ‘심리상담사’와 같은 이전에는 다소 낯설었던 용어들이 우리 일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이제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일은 기침이 나서 병원에 가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까지 변모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출판계에도 심리학, 정신분석학 과 같은 분야의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더니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지를 않나, 일상사와 심리를 엮거나 자기계발과 정신분석 등 여타의 것을 복합적으로 섞어 부대찌개와 같은 서적들을 쏟아냈다. 이 책도 그러한 책들 중에 한권 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에 앞서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이라는 3권의 심리학저서를 출간했다고 한다. 그는 3권의 책을 통해서 여러 가지 심리학적 이론들과 사례들을 소개했는데 4번째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그동안 실생활에서 적용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방법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 때문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책에는 ‘훈습’이라는 자신이 실천했던 훈련하고 습득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독자에게 권한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들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여타의 심리학 책과같이 상당히 체념적인 긍정을 권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 공동 주방을 사용하는데 계속 김치를 흘려놓고 치우지 않고 간다. 그러한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아니 도대체 누가 매번 이러는거야? 정말 양심도 없구나. 뭐 이런 사람이 다있어 도대체 누구야!’하며 화를 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화낼 시간에 자신이 그것을 치우면 화낼 필요도 없고 얼마 걸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수긍을 못 하겠다. 그런 사람들을 놔두면 계속 그럴 것이고 계속 내가 치울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런 면을 보면 마음편해지는 심리학적 방법이란게 심하게 말하면 루쉰의 ‘아Q정전’에 나오는 아Q의 정신승리 방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정신분석학적으로 마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여서 이렇게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러한 심리학 책을 보고 나면 항상 허탈한 느낌이 들곤 한다. 결론은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과 대화를 시도하고 그것을 고쳐나가는 것. 이라서? 물론 그 방식이 잘못됬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알고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내 자신과 또 다시 그 방식이여만 한다는 확인사살이 불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