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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뒷표지의 웜홀로 뛰어들면 앞표지에 있는 웜홀로 나올 것만 같다. 이 웜홀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 나오는 온라인 사이트인 캣넷은 서로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할 법한 집단끼리 클라우더를 이루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방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그 모습을 표지에서 잘 구현한 것 같다. 표지의 작은 화면 속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캣피싱하는 것을 보여준다.
꽤 두툼한 책인데,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침대에 앉아서 읽다가 자야지 했는데 클라우더의 친구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너무 궁금해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납치, 스토킹 범죄자인 아버지에게서 도망다니는 스테프의 가족. 스테프의 엄마는 조금만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그대로 짐을 싸 이사를 간다. 이런 생활로 인해 스테프는 오프라인 친구가 거의 없다. 다만 캣넷 클라우더에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각자 가명을 쓰고, 본인 사진을 올리기도, 올리지 않기도 하지만 그들은 모두 친구다. 밖에서는 이야기 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터놓기도 한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다급하게 뉴커버그로 이사를 온 스테프는 끔찍한 학교에서 헤어지고 싶지 않은 친구인 레이첼을 만난다. 그런데 입력된 대답만을 반복하던 성교육 로봇을 채셔캣과 이코의 도움으로 해킹하게 되면서 큰 일이 발생하고, 설상가상으로 엄마가 심각하게 아프면서 스테프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때 스테프에게 큰 도움이 된 친구들이 바로 레이첼, 브라이어니와 클라우더의 친구들이다. 그리고 AI인 채셔캣의 도움이 아주 컸다. 채셔캣이 자신을 돕다가 발생한 일로 위험에 처한 것 같자, 스테프는 친구들과 함께 채셔캣을 구하러 간다.
<캣피싱>의 주된 이야기 흐름은 범죄자 아버지에게서 도망다니는 스테프이다. 그러나 주요 포인트는 AI인 채셔캣과 클라우더 속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채셔캣은 친구같은 AI이다. 물론 최근 많은 작품에서 인간같은, '착한' AI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캣피싱> 속 '채셔캣'은 그만의 매력이 존재한다. 바로 스테프가 속한 클라우더의 아이들과 정말 또래 친구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AI가 독립된 자아를 가지게 되면, 순식간에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그 특성상 어른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채셔캣은 꼭 청소년기의 인물처럼 느껴진다. 물론 채셔캣 스스로가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한 탓일 수도 있지만,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싶어하고, 직접 소통하기를 바라며, 유대관계 맺기를 원한다는 점에서는 또래 청소년들과 다를 바가 없다.
<캣피싱>의 클라우더 속 친구들은 쉽게 말해 SNS 친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SNS는 익명으로 활동하며 서로의 진짜 모습은 모르는 채로 연락을 하는 공간이다.(물론 본명으로 SNS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도 트위터라는 SNS를 통해 많은 온라인 친구들을 사귀고, 실제로 오프라인에서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말 많이 와 닿았다. 학교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달리, SNS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더 잘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는 터놓고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SNS 친구에게는 할 수 있는 것처럼. 클라우더 속 아이들도 자신의 성정체성 등을 클라우더에서는 큰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온라인 친구들은 그저 허상이고,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그들만큼 관심사가 비슷하고 그에 대한 말이 잘 통하는 친구는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테프를 비롯한 클라우더 속 아이들 역시 그랬을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스테프와 친구들이 채셔캣을 구하러 가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고, 결국 성공한 것을 보면 SNS 친구 역시 일반 현실 친구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에 대해 정말 잘 알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캣피싱'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행위이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다양한 SNS가 존재하고, 그 SNS들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위한 페르소나가 있는 것처럼, 캣피싱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자아 역시 또 하나의 페르소나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소통의 비중이 늘어난 지금, '캣피싱'은 부정적인 행위일 뿐일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은 거짓된 행동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그저 나 자신에 대해 오픈하고 싶은 정보만을 오픈하는 것은 내 자유니까.
*동아시아 서포터즈로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잘난 고양이 사진 마니아다. 총을 내리고 항복하라."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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