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식물기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조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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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과 뗄 수 없는 식물도 세밀하게 관찰한 파브르의 업적은 지금보다 더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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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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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때 푸른색 표지가 아니라 처음엔 아쉬웠는데, 책의 주제를 더 잘드러내는 표지로 바뀐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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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된 식물들 - 에르메스 조향사가 안내하는 향수 식물학의 세계
장 클로드 엘레나 지음, 카린 도어링 프로저 그림, 이주영 옮김 / 아멜리에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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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가 단순히 후각을 넘어 우리의 감각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지 관심이 생겨 구매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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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8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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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8주년 광복절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하루 후에 관람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린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지만, 격동적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극이기도 했다. 역사는 아이러니하게 흘러갔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1년 전, 독일 과학자들은 우라늄 원소에 중성자를 때려주면 핵분열을 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해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과 이를 응용해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상식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이 태동한 이후 과학은 전례없는 속도로 진보했다. 원자폭탄 개발도 전례없는 속도로 추진되었다. 나치 독일보다 어떻게든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여 전쟁에서 주도권과 억제력을 지녀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의견에 미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945년 7월 트리니티 실험 결과 미국은 원자폭탄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4월에 자살했고, 독일 역시 5월에 항복하여 유럽 전선은 마무리됐다. 독일에 투하될 예정이었던 핵무기는 결국 일본을 겨냥했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리틀보이가, 8월 9일 나가사키에 팻맨이 떨어졌다. 일본은 8월 15일 무조건 항복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패전국으로 전락한 두 추축국, 독일과 일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독일은 동서로 분단되어 이념 대립의 상징이 되었고, 일본은 운좋게 분할되진 않았다. 왜 독일은 분단됐는데 일본은 분단되지 않았을까?


  피에르 랭베르 기자가 쓴 '모건도 계획'에 관한 글(p.44~49)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1944년 9월 15일, 캐나다에서 있었던 제2차 퀘벡 회담에선 패전 후 독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의견이 있었다. 헨리 모건도는 당시 미국 재무부 장관이자 루스벨트 대통령의 측근이었다. 그는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킨 독일이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아예 농경과 목축 국가로 전락시키자고 강변했다. 군수 산업을 해체하고, 중화학 공업을 제거 혹은 파괴하여 독일을 무장 해제하고, 남북으로 분단시키는 걸 골자로 하는 계획이다. 


  유대인이었던 모건도는 악랄한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나치와 독일이란 나라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에게 독일은 그렇게 되어도 좋은 나라였다. 하지만 이 강경한 계획에는 반대하는 이도 많았으며, 이견은 미국 내에서 나왔다. 헨리 스팀슨 전쟁부 장관과 코델 헐 국무장관은 모건도 계획을 전후 청산이 아니라 또다른 학살이자 문명 파괴로 바라봤다. 나치의 등장과 발흥에는 베르사유 조약에서 규정한 가혹한 처사가 있었고, 모건도 계획은 여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터였다. 결국 1945년 2월 얄타 회담에서 모건도 계획은 원안과 크게 달라졌고, 4월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한 후에는 폐기됐다. 


  1944년 아르덴 대공세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나치의 패망은 그때 이미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서부 전선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연합군을, 그리고 동부 전선에서 소련을 동시에 맞상대할 수 없었다. 일본 역시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었지만 이미 기울어진 전황을 뒤집기엔 무리였다. 빠르든 늦든 간에 두 추축국은 곧 패전국이 될 참이었다. 처칠은 나치 독일과 대항한 소련의 뒤통수를 칠 '언씽커블 작전'까지 세웠지만, 명분도 없는 이 전쟁이 또다른 세계 대전으로 확산될 위험이 너무나 컸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 덕분에 미국이 계획한 '몰락 작전' 역시 시행되진 않았다. 전쟁이 끝나자마자 세계는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맞선 냉전으로 재편되었다. 패전국 독일은 동서로 분단됐다. 역시 패전국인 일본은 분단되지 않았다. 대신 남북으로 쪼개진 건 35년 동안 일제 치하 식민지로 갖은 수모를 겪었던 한반도였다.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 한 나라의 운명도 어느 과학자의 삶만큼이나 기구하게 흘러갔다. 1945년 여름이었다.  



덧1) 공격적 현실주의자로 명망 높은 정치학자 미어샤이머가 쓴 글(p.7~13)과 프랑스판 발행인 세르주 알리미가 쓴 글(p.14~17)은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취했던 유화적인 태도가 아니었다면 미국이 지금같은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을 거란 주장에 대한 근거가 인상적이었다. 이어지는 글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미국이 처한 딜레마가 잘 드러나있다.


덧2) 축알못이라 FC 바르셀로나 관련 글(p.73~79)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엘 클라시코가 왜 그리 관심을 모으는지, 카탈루냐의 대표 도시 바르셀로나와 카스티야의 대표 도시 마드리드 간 라이벌 구도를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카탈루냐는 북부 바스크 지방과 더불어 스페인에서 가장 독립 요구가 높은 지역이다. 



*. 르몽드코리아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잡지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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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이프
가이 대븐포트 지음, 박상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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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 위에 올려진 과일 바구니. 그 속에 든 사과, 배, 포도처럼 형형색색인 과일. 그 옆에 있는 잔. 보통 잔에는 물이 채워져 있지만, 와인이 담겨있을 때도 있다. 테이블 너머엔 창문과 벽난로가 있고, 촛대와 각종 장신구도 곳곳에 있다. 우리가 '정물화'를 연상할 때 머릿속에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 책이 서문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정물화가 회화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유럽 근대 무렵부터였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중세 시대에서 그림은 곧 성경 내용을 옮기고 쉽게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르네상스를 지나 근대 시기에선 비로소 신을 넘어 인간이 더 주목받게 되었다. 신체적으로 열등해 다른 동물들과 생존 경쟁에서 불리했던 인간이 이토록 번성할 수 있었던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인간이 발명한 갖가지 도구 덕분이다. 문명의 발달은 곧 도구의 발명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

 

  초상화는 인간을 직접 그려 대상, 즉 존재의 특징을 나타낸다. 그런데 정물화에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그림에서 배제한 풍경화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드러낸다면 정물화는 조금 성격이 다른 듯하다. 정물화가 부각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인간이 쓰는 일상 생활 속 도구와 공간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그림 속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유추해낼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물건에 관심을 갖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며, 이처럼 '간접적'인 수단으로 범벅이 된 정물화를 읽어내는 데엔 맥락을 알 필요가 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기독교의 오랜 금언은 오랫동안 유럽 사람의 사고 방식과 생활 양식을 지배했다. 재산을 축적하고 더 많은 물건을 탐하는 건 경건하고 독실한 신앙 생활과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기피했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라, 금욕을 강조하던 가톨릭의 폐단 때문에 개신교가 새로 유행했다. 온 유럽을 전란에 휘말리게 한 17세기 30년 전쟁 이후 유럽에는 이제 가톨릭과 개신교가 공존하게 됐다. 그 후 유럽에서 주도권을 잡은 건 네덜란드와 영국 같은 알프스 이북의 나라였다. 이 두 나라는 대항해시대로 가장 큰 이득을 보기도 했다. 종교의 안정, 과학의 발달, 그리고 세계관의 확장 같은 이유 덕택에 유럽에는 갖가지 도구가 수입, 발명되었다.


  유럽의 지식 세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의 중심지는 프랑스 파리나 오스트리아 빈 같은 도시였다. 문학, 철학, 예술,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모여 교류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래서 이 시기를 다루는 예술사를 독해하다 보면 인명의 홍수 속에서 정신을 부여잡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경우엔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얇고 작은 책에다가 중간에는 도판도 많지만 온갖 참고문헌과 인용, 그리고 인명이 등장해 독서 중에 헤맨 적이 꽤 있었다. 첫 장에서 밝히듯 이 책이 서술하는 내용은 정물화 속 오브제처럼 어지러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혼돈chaos 속에 질서cosmos가 있듯, 이집트 신화에서 오시리스가 생명과 죽음, 힌두 신화에서 시바가 파괴와 창조라는 상반되는 개념을 함께 관장하듯, 적은 텍스트 안에 이토록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건 참 오묘하다. 



덧) 읽는 내내 나의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하단 걸 느끼게 해준 책이다... 셜록 홈즈와 포의 고딕 소설을 중심으로 토르소와 두상에 관한 2장이 많이 어려웠고, 사과와 배라는 상반된 기의를 중심으로 한 정물화 해석이 이어진 3장은 퍽 흥미로웠다.



*.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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