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세트 - 전10권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고호관 외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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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거장 중 하인라인이 쓴 작품이 재미 면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기획을 해주시고 국내에서 SF 문핫의 지평을 꾸준히 넓혀주시는 아작 출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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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정학 아틀라스
델핀 파팽 지음, 권지현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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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큰 국가 러시아에 관한 지정학적 정보를 풍부한 시각 자료로 더 잘 알고 싶습니다. 기대가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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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의 역사 - 천년의 제국, 동서양이 충돌하는 문명의 용광로에 세운 그리스도교 세계의 정점 더숲히스토리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최하늘 옮김 / 더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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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문제는 명칭이다. 역사 서술을 더 편하게 하고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후대 사람들이 임의로 '고조선'과 '조선'을 구분하는 것처럼 로마 제국도 계속 같은 명칭으로 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서구 문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은 영원하지 못했다. 이른바 '3세기의 위기(Discremen Tertii Saeculi)'라고 불리는 군인 황제 시대(235~284)를 겪으면서 크나큰 정치 혼란을 겪었다. 49년 동안 바뀐 황제가 18명이나 되었다. 이 여파로 로마는 4세기에 쇠퇴해가고 있었다. 제국의 심장이었던 로마는 사두정치(Tetraarchia) 시대에 이미 행정 기능을 잃었다. 더군다나 로마에는 전통적인 다신교 문화와 공화주의적 정치 관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도시도 많이 황폐해졌다. 내전을 마무리하고 유일한 황제에 오른 콘스탄티누스 1세는 이런 이유로 즉시 천도를 단행했다.


  원래 콘스탄티누스가 제국의 새 수도로 눈여겨뒀던 도시는 세르디카(Serdica, 지금의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였으나 내전 중에 비잔티움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원래 비잔티온(Βυζάντιον)은 에게해 연안에 그리스인이 건설한 여러 정착지 중에 하나였고, 이곳을 건설한 '비자스' 왕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도시다. 그리스가 로마 제국에 편입된 이후 그리스어가 아닌 라틴어 이름 비잔티움으로 불렸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지중해와 흑해를 잇는 교점으로 성장했으나, 324년에 수도가 되면서 콘스탄티노폴리스(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쇠락해가는 로마를 뒤로 하고 이 도시는 이때부터 눈부시게 발전했다. 물론 당시 사람들은 스스로를 여전히 로마 제국의 시민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다신교가 아닌 일신교인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황제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모습은 이전 로마에서의 모습과는 분명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수도가 옮겨가면서 로마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그만큼 더 다채로워졌다. 그러나 <로마제국 쇠망사>의 저자인 에드워드 기번 같은 역사학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서로마 제국은 476년에 멸망하고 동로마 제국은 천 년을 더 이어갔지만 서로마 제국 멸망을 기준으로 고대와 중세를 구분하니 말이다.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아니라 비잔티움이 제국의 이름이 된 것은 그만큼 이 나라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계승했다는 걸 나타내는 것이겠으나 어째서인지 동로마라는 반쪽자리 이름이 더 익숙하고 빈번하게 사용된다. 사실 비잔티움 제국이란 명칭도 로마라는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마와 동로마는 분명히 달라야 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중세 유럽을 지배했던 건 게르만족이다. 그러다가 고대의 인본주의 전통을 되찾은 르네상스 시기에 유럽은 눈부신 변혁을 맞이했다. 그간 중세 시대가 주로 야만적이고 어둡게 서술된 이유는 그만큼 고대 로마와 근대 르네상스를 찬란하게 묘사하기 위한 일종의 대비를 위함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비잔티움 제국은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 지중해 패권을 장악했고, 7세기 급격히 팽창했던 이슬람으로부터 기독교를 지켜냈으며, 성상 파괴론을 통해 신학 논쟁에 불을 지폈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 앞선 동방 문물이 유럽에 전파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으며, 유럽에서 명맥이 끊겼던 고대 헬라스와 라틴어 문헌들을 계속 보존했으며, 그 결과 동로마 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탈리아 반도에서 르네상스라는 문예 부흥 운동이 시작되었다. 비잔티움 제국을 외면하고서는 476년부터 1453년에 이르는 중세는 물론 유럽 역사의 큰 부분을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셈이다.


  기존에 한국에 출간된 비잔티움 역사서에 비해 분량이 적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지만 내 생각에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편집이다. 책 앞부분에 있는 시대별 비잔티움 제국 지도 덕분에 제국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있는 연표에는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이 같이 정리되어 쉽게 비교 가능하다. 책 뒤에는 색인과 용어 정리도 충실해서 필요한 부분을 언제든 다시 찾아보기 좋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점은 본문 뒷부분에 실린 비잔티움 제국 멸망 이후를 다룬 부분이다. 비잔티움 제국이 유럽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전통적으로 유럽이 아닌 곳으로 여겨졌던 오스만과 러시아가 어떻게 이를 매개로 유럽과 상호작용했는지가 명확해진다. 비잔티온,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폴리스, 콘스탄티니예, 그리고 이스탄불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스펙트럼은 명칭만큼이나 유구하고 장엄했다. 



*. 더숲 출판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 모집에 당첨되어 이 책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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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페이지터너스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빛소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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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박함, 정겨움, 따스함... 우리가 흔히 '시골'이란 단어를 듣고 떠올리는 느낌이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추리소설에는 이른바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이란 배경이 곧잘 등장한다. 소수 내부인들로 이뤄진 공간에서 내부인이 일으킨 살인 사건을 가리키는 용어다. 외부와 왕래가 거의 없는 폐쇄적인 집단에서는 구성원끼리 결속력이 끈끈하다. 이 말인 즉슨 외부인을 엄격히 배척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외부인이 조용함과 평화로움을 기대하고 시골을, 다시 말해 전형적인 폐쇄 집단을 찾았다간 이런 기대감은 이내 답답함과 겉도는 감정으로 바뀔 것이다.



[프랑스 한가운데 위치한 이 고장의 사람들은 비사교적인 동시에 형편이 넉넉하다. 각자 자기 집, 자기 땅에서 살아가고, 이웃을 경계하고, 밀을 수확하고, 돈을 셀뿐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귀족의 성채도 없고, 방문객도 없다. 아직은 무지렁이 농부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이제 그 계층에서 막 벗어나 자손을 퍼뜨리고 지상의 모든 부를 꿈꾸는 부르주아들이 이곳을 지배한다. - p.10]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키이우 태생이다.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유복하게 자랐지만 바쁜 아버지와 무관심한 어머니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라진 못했다. 더군다나 철이 제대로 들기도 전인 나이에 볼셰비키 혁명이 온 나라를 뒤덮으며 고향을 등져야 했다. 유럽 각지를 떠돌다가 파리에 정착한 네미롭스키는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 일이 되었다. 나치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고 파리를 점령하자 박해와 생활고가 더욱 심해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그가 향한 곳은 이시 레베크라는 시골 마을이었다. 『뜨거운 피』는 이 곳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한평생 이리저리 거처를 옮기며 살아온 작가에겐 한적한 시골이 오히려 더욱 폐쇄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장에서는 구설수가 마을 끝에 있는 집까지 퍼진다. 전원에서는, 밭과 깊은 숲에 의해 서로 분리된 외딴 거처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많은 일이 일어난다. - p.44]



  사람들이 느슨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곳에서도 소문은 빠르게 퍼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이 조용한 마을에 일어난 사망 사고라니, 너무도 큰일이다. 그런데 사고라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았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 사건이라면? 워낙에 사람이 적은 곳이라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도 뻔하다. 그러나 물증이 없는 게 문제다. 심증과 정황 증거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만으로 충분하다. 제때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응어리 진 상태로 남아 있었다. 기억 속에 잠긴 것은 쉬이 잊히는 듯 보였으나 아주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되살아났다.  



[”그렇게 열렬하게 예찬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단다. 우리가 극도로 분개하며 경멸해야 마땅한 사람도 없고……”

“너무나 큰 애정으로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도 없고요……”

“아마도…… 나도 모르겠다. 사람은 있잖니……, 내 나이가 되면 피가 식어버린단다. 사람이 차가워지지.”

내가 반복해 말했다. - p.108~109]



  주인공 실베스트르(애칭은 실비오)는 한때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늘상 새로움을 추구하던 남자였다. 그에게 더이상 예전에 넘쳤던 활기를 찾을 수는 없다. 다른 이들과 철저히 거리를 둔 채 외딴 집에서 적막과 고독을 즐긴다.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지금은 지극히 냉소적인 인물이 되었지만 실비오도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래갈 수 없는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번졌던 사랑은 이제 한 줌의 재가 되었으나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었다. 끓는 물이 더 빨리 언다는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처럼, 강렬한 사랑이 오히려 더 빨리 사그라드는 것이다. 하지만 물이 얼음이 되었어도, 조건만 갖춰지면 얼음은 다시 물이, 뜨거운 물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랑은 우발적이지만 몇 번이고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다를 바 없는지 모른다. 사랑은 영원하고 사고는 한순간일까? 누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 일일까. 


  한 사람의 죽음으로 발화된 사고가 기억 속에 묻어 뒀던 사랑을 끌어냈다. 이 사랑은 한 사람은 물론 온 마을을 뒤삼키는 들불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묻어두기로 하자. 의도치 않았지만 이 강렬한 감정은  다음 세대에 전해졌으니 말이다. 사랑을 불꽃에 비유하는 건 흔한 표현이다. 불이 계속 타려면 태울 물질이 필요하다. 사랑도 대상이 필요하다. 계속될 수 없는 사랑은 피를 타고 이어졌다. 빨간 것이 사랑이든 불꽃이든, 아니 피이든 간에, 그 색깔은 마을에 우거진 푸른 숲, 방앗간을 지나는 푸른 강줄기와는 너무나 대비된다. 다 타버리고 남은 사랑은 피를 타고 이어졌다. 피가 뜨거운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리는 사랑에 신호를 보내고 길을 그린다. 그러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너무나 쓰라리고 차가운 파도가 우리의 가슴까지 밀려온다. - p.140]


[육체의 욕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그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육체의 욕망은 헐값으로도 채워진다.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마음, 사랑하고 절망하고 어떤 불로든 타오르길 갈망하는 마음이 문제다. 우리가 원했던 건 그것이었다. 타오르는 것, 우리 자신을 불사르는 것, 불이 숲을 집어삼키듯 우리의 나날을 집어삼키는 것. - p.151]



*. 빛소굴 출판사에서 모집한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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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을유세계문학전집 124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 지음, 홍진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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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각났다. 자기가 가진 침대에 남을 눕힌 후 상대가 침대보다 길면 상대 몸을 자르고, 침대보다 짧으면 몸을 늘려서 죽이던 도적이 프루크루스테스였다. 이는 곧 '어떤 절대적 기준을 정해 놓고 모든 것을 맞추려 하는 행위'를 비유한 용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내가 정한 기준 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이는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프로크루스테스가 되지 않고자 인간은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가족과 함께, 학교에서, 직장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건 나와 가치가 다른 사람들이다. 타인과 뒤섞여 살아가며 우리는 마음 속에 있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치우게 된다.


  가족, 학교, 직장에 비해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연애와 결혼도 사회화 과정에 포함할 수 있다. 후자는 전자보다 일어날 확률이 낮지만 우리 인생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가치관이 상이한 상대와 계속 함께 살면서 새로운 가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와 생각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더라도 내가 상대에게 맞추든, 아니면 상대가 나에게 맞추는 식으로 서로 변할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상황이 이렇게 좋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틱의 지방 귀족 출신인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 (Eduard Von Keyserling, 1855~1918)은 이 지점에 천착했다. 이 책은 장편소설『파도(Wellen)』와 단편소설 「하모니(Harmonie)」, 「무더운 날들(Schwüle Tage)」을 묶은 것이다. 160학점을 이수했을 정도로 학부 때 수업을 많이 들었고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독일문학사>란 수업이었다. 그럼에도 난 카이절링이란 작가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이 국내 초역이다. 비슷한 시기에 만과 카프카라는 워낙 걸출한 작가들이 활동했기에 묻힌 듯하지만 뚜렷한 특징이 보인다. 그가 나고 자란 북독일의 기후, 조국 프로이센의 황혼기, 시력을 잃고 등이 굽을 정도로 나빴던 건강 상태라는 요인이 합쳐져 작품에는 스산하고 꺼림직스러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처럼 어두운 작중 배경과 상황은 인물 간 갈등을 더욱 부각해주는 소재다. 「하모니」에서 자유분방한 남편 펠릭스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옭아매려는 아내 안네마리와 상극이다. 두 사람의 사랑에는 이해와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 이런 사랑은 결국 파국으로 나아간다. 『파도』에는 신흥 귀족 집안의 딸 도랄리체가 중심이다. 뼈대 있는 귀족 가문 출신이지만 노쇠한 쾨네 백작과 틀에 박힌 결혼 생활을 견디지 못한 도랄리체는 화가 한스에게 푹 빠지어 함께 도망친다. 그러나 둘은 계급과 가치관 차이 때문에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도랄리체는 답답한 귀족 생활을 벗어나고자 자유분방한 한스를 택했지만 정작 그의 기질을 따라갈 순 없다. 먼 바다로 나아가려면 파도에 몸을 맡겨야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파도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무더운 날들」은 부자 간 갈등을 중심으로 한다. 아들 빌은 아버지와 사촌 누나 게르타의 불륜 관계를 알게 되면서 크게 동요한다. 책에 소개된 소설 3편에서 대립하는 인물쌍은 유미주의-자연주의, 혹은 문명-자연 간 대립을 나타낸 듯하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사람들은 가치관에 혼란을 겪는다. 이런 혼란의 시기를 살았던 카이절링은 조국의 미래를 소설을 통해 예견한 듯하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프로이센은 패망했으니 말이다.



*.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당첨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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