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가 있어 즐거운 세상 - 주락이월드, 스코틀랜드 증류소 탐험
조승원 지음 / 싱긋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락이월드는 주류학개론과 더불어 저를 위스키라는 세계로 안내해준 아주 고마운 유튜브 채널입니다.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에 이어 스카치 위스키까지 다뤄주신다니 정말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을 찍는 사진관 - 시간을 거슬러 색을 입힌 사진들
복원왕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이란 매체가 등장하면서 미술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게 그동안 회화의 가장 큰 목표였으나 아무리 잘 그리고 칠한 그림이라도 사진보다 더 ‘진짜’ 같을 순 없었다. 사진은 현실을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 순간을 포착했다. 결국 사진의 등장 이후 회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제 회화는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변형하거나 단순화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마저 표현하기 시작했다.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의 크나큰 간극을 만든 일등공신이 사진인 셈이다.


  사진이 끼친 영향은 단순히 미술이란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또하나 사진이 판도를 바꿔버린 영역은 바로 기록이다. 그전까지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문자였다. 그림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문자는 특별한 기술을 요하진 않았고, 금속 활자가 발명된 이후엔 대량으로 인쇄와 보급이 가능했다. 그러나 문자는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의미 전달이 힘들었고, 그림은 제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 판화 정도를 제외하면 대량 생산이 힘들었다. 이처럼 가장 오래된 기록 전달 매체인 문자와 그림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했다.


  그런데 사진은 어떤가? 문자는 의미를 학습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진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회화나 판화와 달리 사진은 특별히 전문적인 기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사진기 다루는 법을 배우는 건 글을 익히거나 그림을 배우는 거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다. 그리고 사진기로 포착한 순간은 필름에 남고, 그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면 사진을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 그것도 대량으로. 물론 사진이 글과 그림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사진은 글과 그림이란 매체에 존재했던 한계점을 극복했고, 훨씬 더 쉽고 빠르고 ‘객관적’으로 전파될 수 있었다. 


  지난 수백 년간 인간이 누리는 생활은 극적으로 변했다. 농업에서 산업으로, 산업에서 정보로 이르는 혁명은 지금 이 순간도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슿아갈 모습을 바꿀 것이다. 그렇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신체는 거의 바뀐 게 없다. 섭취하는 영양이 풍부해져 평균 신장과 체중이 좀 늘었을 뿐, 신체 기관이 달라진 건 아니니 말이다. 사진에 색이 들어간 건 사진의 역사보다 짧다. 그래서 옛 사진은 흑백이다. 하지만 책에서 지적하듯 지난 시절을 담은 사진이 우리가 보기에 흑백이더라도,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삶은 단조로운 흑백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가득하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흑백 사진만 보고 살다가는 간과하기 쉽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이 한창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을 무렵엔 컬러 사진이 막 보급될 시점이라 그나마 익숙하다. 하지만 책 앞과 중간에 실린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전후와 전란기를 담은 컬러 사진은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흑백으로 보던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와중에 컬러로 복원된 사진이 내게 알려준 건 사진 속에 담긴 평범한 이들의 모습과 얼굴 표정, 그리고 그들의 삶 그자체였다. 흑백 사진 한 장을 컬러로 복원하는 건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나 걸리는 일이라고 한다. 지난하고 고된 과정임에도 저자가 복원왕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런 작업을 계속하는 건 단순히 사진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의 인생을 복원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 초록비책공방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썬킴의 영화로 들여다보는 역사 -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역사 속 비하인드 스토리
썬킴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무 살 전까지는 영화관에 가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영화관에 거의 가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에 별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때는 집 근처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매일 빌려 읽었다. 그렇지만 거기서 영화 DVD를 빌려본 건 가뭄에 콩 나는 정도였다. 아마 어렸던 내게 2-3시간을 온전히 영화 한 편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나 보다. 영화와 담을 쌓다시피 살던 내가 영화관을 기웃거리고 영화를 챙겨보던 때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군 생활 시절이었다. 군대의 시간은 바깥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휴일마저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군 부대 안에 영화관이 있었고, DVD나 블루레이를 대여해주는 도서관도 있었다. 부대 바로 옆에는 CGV도 있었고, 군인 할인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본 거였지만 영화에서 재미를 찾은 건 아마 그 때였을 것이다. 


  전역을 하고 더 이상 군인 할인을 받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학교 앞에 있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에는 대학생 할인이 있었다. 덕분에 기대작이 개봉하면 곧잘 영화관으로 가 즐겁게 관람을 했다. 그러던 내가 본격적으로 영화관에 자주 갔던 건 다름 아닌 코로나 이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영화관엔 사람들이 좀처럼 가지 않았고, 영화도 줄줄이 개봉을 미뤘다. 이런 상황에서 멀티플렉스에선 오래된 명작을 다시 상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고 책이든 영화든 검증되고 확실한 작품을 선호하는 내겐 정말 잘된 일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영화 10편 중에서 <중경삼림(7장)>, <늑대와 춤을(9장)>, 그리고 <킹덤 오브 헤븐(10장)> 3편은 영화관에서 재개봉할 때 본 것이었다. 이 외에 내가 본 작품은 <명량(2장)>과 <광해(6장)>이었다. 우연의 일치지만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이 정확히 반반이다.


  썬킴이라는 저자의 이름은 베스트셀러와 팟캐스트에서 자주 확인했지만 책을 읽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분이 영화를 전공한 줄은 몰랐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서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내용도 중요하다. 즉 무슨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할 것인가는 언제나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일단 영화는 창작물이기에 인물과 배경을 완전 허구로 창작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그 밑에 켜켜이 쌓여 올라간 역사에는 영화로 만들기 좋을 정도로 매력적인 소재와 사건이 참 많다. 많은 영화가 역사적인 소재를 택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하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창작물이라 실제 사건을 있는 그대로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측면인 재미를 간과할 순 없는 탓이다. 실화를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옮기면 그건 다큐지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역사 영화를 볼 때는 영화 내용과 실제 역사를 똑같이 여기면 곤란하다. 이 책의 목표는 저자가 선정한 명작 영화 10편에 얽힌 역사적 배경을 알려주고, 실제 역사와 영화 줄거리가 어떤 지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전공보다 오히려 교양 수업을 강의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여러 교수님에게서 들었다. 관련 지식이 없는 입문자에겐 그만큼 더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친절한 교양수업 같은 책이었다. 내가 이미 본 영화에 대한 설명도 충실했고, 특히 <중경삼림>을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중국에 반환될 홍콩의 역사와 등치시켜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연관지은 설명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광해>에서 광해군의 업적인 중립 외교와 대비되는 실정인 무리한 옥사와 숙청, 그리고 토목 공사로 전쟁 때 쌓은 민심을 잃었다는 것과 아버지 선조로 인한 불안한 지위를 언급해준 것도 좋았다. 다만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명량>에서 전쟁 발발 전 조선이 전쟁 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내가 읽었던 학술서와는 다른 내용이라 검증이 필요해 보였다. 성벽을 축성, 보강하고 병력을 모집, 재편성하는 등 조선은 나름대로 준비를 충실히 했다. 하지만 내전을 막 끝낸 일본이 설마 그런 대규모 병력으로 전면전을 벌이는 상식 밖의 행동을 취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일본의 침략 가능성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린 김성일이 의병장으로 활약했다는 디테일을 언급해준 건 좋았다. 


  그 밖에 진시황 암살을 소재로 한 <영웅: 천하의 시작(1장)>과 프랑스 위그노 전쟁에 관한 <여왕 마고(3장)>, 체 게바라의 일생을 다룬 <모터사이클 다이어리(4장)>, 천황에 반대했던 최후의 사무라이 사이고 다카모리를 다룬 <라스트 사무라이(5장)>, 1789년 프랑스 대혁명부터 나폴레옹 전쟁, 그리고 영화 배경인 1830년 7월 혁명까지 쉽게 설명해준 <레 미제라블(8장)>도 만족스러웠다. 가장 흥미가 갔던 건 전기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라스트 사무라이>였다. 사이고 다카모리와 체 게바라는 역사적 영향력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인지도만큼 행적이 그닥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책의 설명이 많은 독자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역사를 사랑하는 영화 전공자로서 썬 킴 작가님이 앞으로도 이 책과 같은 작업을 꾸준히 해주시길 바란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다음 책은 제1,2차 세계 대전과 관련된 영화를 중점적으로 다뤄주시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본다.



*. 시공아트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래 저자가 의도한 건 30개 건축물을 시대순으로 소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도순으로 따라 배열해도 뒤에 지어진 건축물이 앞에 건축물에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지 않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건 큰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책은 크게 유럽, 북미, 그리고 아시아로 나뉘어 각 지역별로 묶인 건축물을 소개한다.


  유럽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축가는 단연 르 코르뷔지에다. 반복해서 읽다가 보면 "또 르 코르뷔지에다"라는 설명이 눈에 띈다. '건축 5원칙'을 제시해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루이스 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안도 타다오 같은 건축가를 더 선호한다고 하지만 역시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사에서 미친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었을 것이다. 빌라사보아, 롱샹 성당, 라 투레트 수도원, 피르미니 성당, 유니테 다비타시옹 총 5개 건물이 등장한다. 필로티 공법을 비롯하여 르 코르뷔지에가 종교 건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리고 모듈러로 대표되는 도시 계획과 주거 환경을 어떻게 그려나갔는지에 주안점을 두면 좋을 듯하다.


  북미에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루이스 칸이 중요하다. 낙수장과 킴벨 미술관, 소크 생물학 연구소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유튜브에서 인상 깊게 접한 내용이라 상대적으로 감흥이 떨어졌다. 오히려 13장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과 18장 베트남전쟁재향군인기념관에서 도서관과 추모 공간 같은 공공 건물 속에 어떤 건축 원리가 숨어 있고, 이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는 무엇을 의도했는지 추리해보는 느낌이 더 좋았다. 아시아에선 안도 타다오가 끼친 영향력이 상당해 25장 빛의 교회와 26장 아주마 하우스에서 그가 권투 선수로 살아온 이력이 어떻게 건물에 반영되었는지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게 특히 기억에 더 남았다.


  세상은 넓고 뛰어난 건축물은 많기에 이 책이 한 권으로 끝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책에선 다뤄지지 않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 같은 다른 지역엔 어떤 건축물이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단순히 어디에 어떤 건물이 있다는 것을 떠나 정말로 궁금한 것은 건축가 유현준의 사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온갖 맥락이다. 안목을 넓히는 데엔 훌륭한 작품을 보고 그에 걸맞는 해설을 통해 배움을 익히는 게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



*.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이준석 옮김 / 아카넷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리아스>같은 고전 중의 고전이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는 건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