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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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저자가 의도한 건 30개 건축물을 시대순으로 소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도순으로 따라 배열해도 뒤에 지어진 건축물이 앞에 건축물에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지 않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건 큰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책은 크게 유럽, 북미, 그리고 아시아로 나뉘어 각 지역별로 묶인 건축물을 소개한다.


  유럽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축가는 단연 르 코르뷔지에다. 반복해서 읽다가 보면 "또 르 코르뷔지에다"라는 설명이 눈에 띈다. '건축 5원칙'을 제시해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루이스 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안도 타다오 같은 건축가를 더 선호한다고 하지만 역시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사에서 미친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었을 것이다. 빌라사보아, 롱샹 성당, 라 투레트 수도원, 피르미니 성당, 유니테 다비타시옹 총 5개 건물이 등장한다. 필로티 공법을 비롯하여 르 코르뷔지에가 종교 건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리고 모듈러로 대표되는 도시 계획과 주거 환경을 어떻게 그려나갔는지에 주안점을 두면 좋을 듯하다.


  북미에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루이스 칸이 중요하다. 낙수장과 킴벨 미술관, 소크 생물학 연구소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유튜브에서 인상 깊게 접한 내용이라 상대적으로 감흥이 떨어졌다. 오히려 13장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과 18장 베트남전쟁재향군인기념관에서 도서관과 추모 공간 같은 공공 건물 속에 어떤 건축 원리가 숨어 있고, 이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는 무엇을 의도했는지 추리해보는 느낌이 더 좋았다. 아시아에선 안도 타다오가 끼친 영향력이 상당해 25장 빛의 교회와 26장 아주마 하우스에서 그가 권투 선수로 살아온 이력이 어떻게 건물에 반영되었는지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게 특히 기억에 더 남았다.


  세상은 넓고 뛰어난 건축물은 많기에 이 책이 한 권으로 끝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책에선 다뤄지지 않는 동남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 같은 다른 지역엔 어떤 건축물이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단순히 어디에 어떤 건물이 있다는 것을 떠나 정말로 궁금한 것은 건축가 유현준의 사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온갖 맥락이다. 안목을 넓히는 데엔 훌륭한 작품을 보고 그에 걸맞는 해설을 통해 배움을 익히는 게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



*.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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