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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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오랜 만에 들어보는 정감어린 말이다. 예전엔 제주도하면 미개한 촌구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천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세련되지 못한 투박함이 매력으로 대중에게 인식된 듯하다.

물꾸럭 마을에서 발견한 '하쿠다 사진관'에 정착하게 된 제비는
마치, 창호지 창문에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 놓고 들여다 보는 것처럼 그곳에서 여러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일로써 다른 이들의 찰나의 순간을 차곡 차곡 담아 주기도 하고,때로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었던 것처럼 담아내기도 한다.
정작 타인의 모습들을 포착하지만 그속에는 자기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기억 저편으로 담아 두고 싶었던 순간도,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도 결국엔 사진으로 찍어 내고 인화하는 것처럼 포용하게 된다.

사는 일이 다 좋을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찬가지로 내 모습이 찍힌 사진이 마냥 근사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삶은 '나'의 생활을 성장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된다.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나'를 잘 돌보는 일이 '너'를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작가는 '하쿠다'라는 이름으로 사진관을 개점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p278)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결국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보며 객관화 된 '나'를 들여다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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